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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5일차]시가 밀거래 장소에 가다

7월 20일

 

처음부터 꼬인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아바나 대학부터 갔다. 피델이 혁명의 시발점이었던 몬카다병영을 공격할 당시 동시에 아바나의 방송국을 공격하던 11명의 아바나 학생을 기리는 곳을 찾고 있는데 책을 든 한 남자가 다가온다.

어디서 왔냐는 둥, 자기가 이 대학에 다니는데 한국 친구가 있다는 둥, 이 대학을 돌아보며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둥 하며 나를 데리고 다닌다.

아직 도착한지 얼마 안되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터라 그를 따라 다니며 잠깐 구경을 했는가 그가 본론으로 들어간다.

"꼬히바 시가 있는데 되게 싸거든? 같이 가자"

얼떨결에 그를 따라 갔더니 영화에서 보던 마약밀매 장소 같은데로 데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이게 그야말로 시가 밀매 현장이구나....'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난 어느새 밀매현장 소파에 앉아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과 악수까지 하고 있었다.

그들은 두툼한 나무 상자에든 담배를 보여주며 60달러를 부른다.

별로 살마음이 없어 "되게 비싸다~" 라고 하니 황당해 하며 좀 더 작은 담배를 보여주며 40달러를 부른다.

"됐네~"하며 짐을 챙기자 뒷통수에 대고 30달러를 부르는데, 속으로는 ' 이 담배가 진짜라면 싸긴 싸구나...'는 생각이 드는 것이....

꼬히바 시가가 유명하다지만 뭔 맛인지 궁금하지도 않고... 난 그저 타임이 더 좋지....

도망치듯 밀매현장을 빠져나왔다.

그랬더니 그 삐끼가 쫒아오더니 자기가 아바나대학까지 같이 갈테니 5달러를 달란다. 미친놈~

딱잘라 거부하니 나보다 빠른 걸음으로 휙~가버린다. 약간은 무서워 보이는 골목을 혼자서 빠져 나오는데, 사람들이 뭐라뭐라 하는 말들을 못들은척 잰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나의 길치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밀매현장으로 향할 때 길을 잘 봐둔 덕에 헤매지 않았다.

다시 아바나 대학에 도착하니 그는 어느새 새로운 먹잇감을 꼬시고 있더라... 빠르기도 하지...

 

다시 평정심을 되찾아 말레꼰으로 향했다. 드디어 책으로, TV로, 사진으로 보던 그곳이구나...

한참을 걸으니 미국이 카스트로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군 전투기로 침략했을 당시 희생된 이들을 기념하는 검은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드디어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viva cuba!

 

한참을 걸으니 뭔 날씨가 이리도 더운지 온몸은 땀에 뒤섞이고 가방에 든 3개의 카메라는 말레꼰 앞바다아ㅔ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내가 왜 이리도 사진기에 집착했을까....

그 동안 사진으로 너무 많이 봐서 별로 찍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물이 먹고 싶은데 가게는 안보이고...

에라이~ 비냘레스행 버스표나 사러가자...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비아술 매표소로 가니 사람이 많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나 내일 비냘레스행 버스표 예약할려구 하는데..."라고 말하니, 굉장히 거만한 포즈로 앉아 다리를 달달 떨고 있는 여자가 저기 가서 앉아 있으란다.

한참을 앚아 있다가 이제는 줄선 사람도 없는데 나를 안부르길래, 다시 가서 말하니 짜증을 내며

"제발 좀 앉아있으라고!" 그러는거 아닌가?

허허~ 언어가 안되니 욕을 퍼부을 수도 없고, 한국 대사관이 없으니 책상을 뒤집을수도 없고....

참을 인을 50번쯤 새기고 있는데, 점심시간인지 모두가 들어가 식사를 한다. 심지어 관광용품을 팔던 사람들도 셔터문을 다 닫아버린다.

그제서야 그들이 이해가 간다.

'맞어, 밥은 먹어야지... 우리나라처럼 점심이고 저녁이고 구분없이 일만시키는것이 옳은게 아니지... 손님들이 점심시간을 피해서 오는게 옳은 거지.... 내가 그 동안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구나...'

나를 반성하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식사를 다한 그들이 이제 나를 부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녀가 하는 말은 "2시 비냘레스 행이지?"

"아니, 내일 오전 9시"

표를 끊던 여자가 다리를 달달 떨던 여자를 째려보며 나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게 아닌가....

그 거만한 여자는 내가 오늘 2시 차를 타고 가는걸로 알고 2시가 될때까지 약 한시간 반을 기다리게 한것이다.

내가 에스파뇰을 못한것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버스표를 받아 그곳을 나왔다.

 

까삐똘리오를 구경하는데 직원이 부탁하지도 않은 가이드를 해주더니 1달러를 달란다. 길거리 시장도 아니고 직원이...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1달러를 건네고 나니, 사람들이 여행 후일담으로 이야기한것들이 현실로 다가온다. 이들의 후일담을 읽으며 절대  휘둘리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건만....

그들의 황당한 요구에, 터없이 비싼 택시비와 길거리 음식에 한마디 못하고 순순히 줘버렸다.

 

다시 말레꼰으로 향하니 오전과는 달리 바다에서 수영하는 아이들, 낚시하는 아저씨,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 그동안 생각만 해왔던 말레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숙소까지 걸어갈 요량으로 얼음이 듬뿍 들은 체리쥬스를 한잔 사들고 걸었다.

힘들어서 좀 앉아 쉴라 치면 삐끼들이 들러 붙는 바람에 쉬지도 못하고 숙소까지 왔다.

걷는 와중에 몇가치 남지 않은 담배와 체리쥬스 한목음을 뺏긴체.... 아니 나의 시선에선 뺏긴거지만, 그들의 시선에선 나눈거겠지....

 

 번거롭게 달라붙는 삐끼들 때문에 짜증도 나지만 그들이 밉지는 않다. 그들이 그러는게 단지 그들 탓이겠는가.

미국의 경제봉쇄로 살길을 찾다보니 관광산업이었고, 거기서 수익을 내려고 하니 이중경제를 가질수 밖에 더 있었겠는가...

1CUC가 25CUP정도이니 그들이 1달러만 달라고 하는게, 그리고 불법으로 식당을 운영하려 하는게 그들만의 탓만은 아니겠지...

피델은 이 이중경제가 얼마나 위험하지 알면서도 해결할 방법을 못찾고 있다. 그는 얼마전 CUP의 가치를 CUC의 절반 정도까지 올려놓겠다고 했지만, 그의 말은 아직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사회는 꼬뮤니즘이지만, 현실은 자본주의에 맛든 사람들... 쿠바의 아이러니다.

 

그래도 어쨋든 삐끼들과 얘기하다보니 에스파뇰모드로 1/2쯤 넘어온것 같다. 잊어버렸던 단어들도 새록새록 생각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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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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