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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활동이란 이런것이다!

월요일 오전 삼실에 출근하자마자 리우스가 네이트온을 두들긴다.

"박준성 샘 전시회가자!"

옳타쿠나... 가방을 내려놓을 세도 없이 카메라가방을 챙겨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

 

전시회를 하고 있는 하남시로 향했다. 그러나 전시회장은 삐까뻔쩍한 곳이 아닌 치과.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좋아하는 일을 할수 있고, 오고가며 쉽게 작품을 구경할수 있는 것. 이것이 진정 문화생활, 문화활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지역운동 아니겠는가?

 

박준성 샘 왈 "요즘은 여가생활을 위해서 잔업, 특근을 해야해. 자본이 만들어 놓은 여가를 쫒아가다 보니 그렇지. 이렇게 하면 여가생활을 얼마든지 할수 있는데 말이야..."

정말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다. 원래 미술에 소질이 없는 나지만 박준성 샘의 작품을 보고나니 나도 왠지 미술하나쯤 해보고 싶다는.... 이 영향때문이었을까? 나는 회의자료에 알수없는 그림들을 그리고 있었다. 초등학생이 그린듯한.... ㅋㅋㅋ

 

각설하고, 샘의 작품을 감상하시라...(리우스가 이미 포스팅했지만 박준성 샘이 작성한 작품설명까지 달아놓겠따!)

 

작품명 : 가을향기

심사정의 잠자리를 본으로 삼았다. 그림을 보면서 무슨 꽃 나무일까 내내 궁금했다. 심사정이 그린 그림 "금계와 매미"를 보고 금계화라는 것을 알았다.

금계화는 가을에 피는 꽃으로 향기가 9리까지 퍼진다 하여 '구리향'이라고도 불린다.

'향기 가득하니 절로 가을이로다'라는 시구와 함께 그려지는 꽃이다.

잠자리 한마리만 달랑 그려져 호젓하고 쓸쓸한 듯 하지만 잠자리 날개를 새기면서 화려하지 않더라도 향기퍼지는 금계화를 그려보았다.

 

 

작품명 : 문양

우리나라 전통 기와의 수막새 새겨진 문양과 서양의 문양.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문화교류가 활발하였기 때문에 비슷하게 닮은 문양이 많이 보인다.

 

 

작품명 : 보석함

필통, 수저통, 향보관함 따위 여러 용도로 쓸수 있다.


작품명 : 술의 기억

단원 김흥도(1745-1806) 송하취생도를 본으로 삼았다.

소나무 밑에서 우의 입은 신선이 홀로 쓸쓸히 생황을 부는 모양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본때 주선이 술에 취해 생황을 부는 모습으로 읽혔다.

술을 마실수 없는 신세를 달래며 술마시던 날들을 떠올리며 나무에 그림을 새겼다.

 



작품명 : 오래살기

경복궁 자경전 뒤꼍 굴뚝을 장식한 십장생 무늬를 본으로 하였다.

 원래 화면은 폭이 3m 높이 0.88m이다.

십장생은 열가지 장수하는 존재로 보통 해, 구름, 산, 물, 바위, 소나무, 불로초, 학, 거북,

사슴을 꼽는다.

기본연습 작품들을 끝내고, 처음으로 작품을 선택할때 '오래 살아야지' 하는 의지로 초보가 하기에는 큰 이 작품을 선택하였다.

 

작품명 : 대안의 꿈

이재관(1703~1837)의 '승하처사도'를 본으로 삼았다. 늙은 처사가 동자를 데리고 키 큰 소나무 아래 바위 끝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잠겨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대안교육, 대안공동체, 대안세상, 나이들어도 버리지 말아야 할 해방세상의 꿈을 생각하며 새기고 다듬었다.

 

작품명 : 장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티나모도티(1896-1942)의 '장미'를 부조로 표현해 보려고 이리저리 뜯어보다가 바로하기는 힘들것 같아 장미한송이를 연습삼아 파보았다.

한껏 유치하게 보이라고 만개한 장미에 색을 칠했다.

연습삼아 만들었지만 허투루 만들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무를 파 액자까지 만들어 보았다.   

 

작품명 : 사슴

내가 조각도의 쓰임새와 갈기, 조각도 쓰기 기본연습을 마치고 처음 만든것이다.

 

 

작품명 : 물처럼 바람처럼

강희안(1417-1464)이 고결한 선비가 고요하게 물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을 그린 '고사관수도'를 본으로 삼은 것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듯 꿋꿋하다가도 어느덧 변하는 바위처럼

바위를 휘돌아 부드럽게 아래로 아래로 흐르면서 꿋꿋하되 끊임없이 낮추자며

쉬고 놀고 있는 내 처지를 달래며 만든 작품이다.

도덕경의 '천하에 물보다 더 연약한 것이 없지만 강하고 굳센 것을 이기는 데는

물보다 나은것이 없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작품명 : 하회탈

양반과 부네, 양반탈은 웃음 담은 실눈, 큼직한 매부리코, 함박웃는 입과 따로노는 턱이 특징이다. 부네는 양반과 선비사이에서 첩노릇을 하는 젊은 여인이 쓰는 탈.

고려때 기녀들이 하는 '분대화장'을 한 아낙네를 줄인 '분네'에서 온 말이다.

하회탈은 12종이었으나 지금은 9종(각시, 양반, 부네, 중, 초댕이, 선비, 백정, 할미, ?)이

전해온다. 국보121호다. 

목공예를 할때 조금 실수를 해도 '탈은 탈이 나야 제격이다'며 힘을 얻는다.

우리나라 민속공예품의 얼굴같은 '양반', '각시', '부네' 탈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든것이다.

 

 

 

작품명 : 난

한양목공예 학원에서 목공예를 배우면서 수준급에 올랐을 때의 작품이다.

똑같이 다시 만들라면 처음처럼 못 만들것 같은 기본연습과제 작품이다.

휘어지는 난 잎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박준성 샘의 설명을 들어며 작품을 구경하고, 화장실에 간 리우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치과 입구에 인쇄되어 걸려있는 전시회를 여는 '작가의 말'에서 년도수가 잘못 표기된것을 보고, 박준성 샘은 아무렇지도 않게 볼펜을 꺼내 숫자를 고친다.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보이는, 부담감이 없는 전시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것 같다.

전시회장을 나와 맛난 두부를 먹으며 선생님께 "목공예를 얼마나 배우신거 여요?"라고 물었다. 샘은 "한 1년? 근데 어릴때 부터 이리저리 만지고 뚜들기고 했던 것까지 하면 40년이 넘는거지..."

이 대답에 나의 질문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때부터 그리고, 파고, 붙이고 했던것도 다 작품이고, 배움이고 그랬던 것을....

샘의 몸에서 묻어나오는 여유와 잃지 않는 계급성에 존경스러움이 절로 생겼다.

 

샘은 지금까지는 옛날 그림들을 본으로 삼아 작업했지만, 이제는 민중들의 삶이 묻어나는 작품을 할꺼라고 하셨다. 왠지 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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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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