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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응시


앙리 드 뚤루즈-로뜨랙 (henri de toulouse-lautrec) 1897

거울 앞에 선 누드 (nude standing before a mirror)

 

물랭루즈에 맨날 출근하며 그 곳에서 술을 먹고 그 곳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겼던 로뜨랙.. 귀족세력이 망해가던 시절의 끝물에 그래도 귀족이랍시고 돈 걱정은 없이 살았으나 어렸을 적 두다리에 병을 얻어 난장이처럼 살던 그는 인생의 아픔에 대해 일찌기 배웠음이 분명하다. 난장이 혹은 불구인 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그는 호탕한 술꾼행세를 통해 이겨내려 했지만 그가 그렸던 물랭루즈의 그림들은 전혀 호탕하지 않다. 그의 그림들은 대부분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의 뒤안에 있는 아픔과 상처들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그림에는 그 아픔과 상처가 가장 절정에 달한 모습..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 도저히 눈돌리지 못하는, 그걸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는.. 아니, 그걸 보고 확인해야만 하는 물랭루즈 댄서이자 창녀인 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혀 늘씬하지도, 전혀 아름답지도, 전혀 화려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여인. 스스로의 모습을 응시하는 그녀의 머리 속으로 무슨 생각이 오가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치만 대략 알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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