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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며. 동시에 이 두려움을 이겨낼수 있는 용기를 찾기 위해서..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렇게 두려움이 앞섭니다.

 

자꾸 나약해지는 것 같아서.

 

자꾸 무관심해지는 것 같아서.

 

자리를 지켜주던 사람들이 없어서

 

내 손을 잡아주던 사람들이 없어서.

 

그래도 알고 있습니다. 그냥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

 

내가 '안 움직이고'있어서 라는 사실을...

 

그래서 조금 움직여 보려구요.

 

그래서 모른척 해보렬구요...

 

잘들 지내고 있으신거죠?

 

그래요,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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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글. '그녀를 울리지 마세요'

무슨 글로 나의 블로그의 시작을 장식할까 고민하다가. 누나가 어는 신문에 썼던 글을 처음에 담기로 했다. 하나의 결의일수도, 마음좋은 안식일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소중하다.

 

그녀를 울리지 마세요

결혼도 하기 전부터 이혼 상담을 많이 해서인지, 결혼을 앞둔 친구 신랑 될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한다는 말이 대뜸, “내 친구 울리면 안돼요”다. 이혼이 워낙 많은 세상이고, 이혼 상담시 눈물 대비용 휴지는 필수품이니, 직업병이라고 나무라진 마시라.
그런데 상담 탁자에서 눈물을 훔치는 것, 꼭 이혼하게 된 사람만 그러는 건 아니다.

공기업 18년차 직원 그녀. 비정규직 숫자를 줄이라는 정부 성화에, 남자들이 하던 일은 정규직으로 바꾸면서, 여자 직원들은 아예 ‘근로자’ 신분도 아닌 ‘위탁직’으로 바꾸는 데 분을 참지 못했지만, 아예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위탁직 전환 동의서에 도장을 찍고 와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선망의 일류 은행 신입사원 그녀. ‘플로어 마케터’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입사해 보니, 옆 자리 ‘종합직’ 입사 동기와는 임금 계산 방법부터 다르고, 아무리 일을 해도 승진이란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기막힌 우연인지 ‘플로어 마케터’는 모두 여자이고 ‘종합직 행원’은 10명 중 9명이 남자이기에 따져 물었더니, 은행에서 말하는 차등 대우 이유가 “종합직 행원과 플로어 마케터는 은행에 기여하는 가치가 달라서”라고 한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실제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 도대체 어떤 ‘가치의 차이’를 말하는지 설명해야 할 것 아니냐며 눈시울을 붉히고 만다.

직장에서 천생연분을 만나 결혼한 그녀.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사표를 받는데, 사내 부부 중 한명이 사표를 내지 않으면 남편을 휴직시킨다고 하여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씩씩하게 소송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자의에 의해 사직한 이상, 차별로 볼 수 없다”는 판결 석 장을 연달아 받고는 울음을 삼켜야 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 회사 사무직원 그녀. 결혼과 함께 퇴직하라고 해서 했다가, 법으로 금지된 것임을 알고 소송을 냈다. 이 회사 여직원이 56명이었는데 전원 미혼 여성이고, 여직원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전혀 없어 인사고과란 것도 없었으며, 회사 창립 이후 46년간 결혼 후 계속 근무하였던 여직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쯤 되면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안 봐도 비디오’건만, 법원은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는 결혼하면 퇴직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결혼퇴직 관행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위원회와 행정, 민사 법원으로 모두 8번의 송사 끝에, 이제 그녀는 억울한 눈물도 안 나온다고 했다.

기껏해야 상담 탁자에 휴지 상자를 놓고 앉아 있는 내가, 그녀들이 일터에서 당하는 일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경제활동을 하는 기혼 여성 중 73%가 비정규직이고, 그 평균임금이 남성 정규직 임금의 36.8% 수준이라 충격적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통계 숫자가 그녀들의 눈물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일자리 얻기는 무지하게 힘들고, 버티기는 더 힘들며, 어찌어찌 버틴다 해도 같은 일을 하면서 훨씬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 성희롱과 폭력적 언동에 시달리는 일자리. 그런데 더 걱정인 것은, 그것마저도 점점 줄어, 많은 여성 실업자들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실망 실업자’가 되어 가고 있단다.

이제 그녀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렇게 그녀들의 눈물을 밟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아, 엊그제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취직이 되었다고 기뻐하던 어린 후배, 그녀를 잊을 뻔했다. 일단 계약직으로 들어가지만, 잘만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으니 열심히 하겠다는 당찬 다짐인데, 주책 맞게 나는 벌써 걱정이 앞서고 코끝이 시려진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는 큰 회사 사장님, 분배와 함께 가는 성장을 약속하신 대통령님, 수많은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의 눈물 어린 기도로 당선되신 새로운 국회의 의원 나리들. 제발 약속해 주세요. 당신의 딸, 그녀를 울리지 마세요.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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