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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여전히 우리의 대통령인 것처럼 느껴져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호칭으로 불러 봅니다. 대통령님.
그 곳에서 따뜻하게, 평화롭게 잘 지내시지요?
여기, 이 꼴을 보시면서 마음은 불편하시겠지만
여기 계실 때 보다는 훨씬 훨씬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희는 잘 못 지냅니다.
대통령님이 안 계셔서 더 그렇습니다
계실 때
잘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힘드실 때 홀로 내버려 둬서
썩을 것들이 싸잡아 대통령님을 욕할 때
더 큰 목소리로 그것들에게 반박하지 않아서, 실컷 때려주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거였습니다.
전 심지어 관심도 거의 없더랬습니다.
참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저 자신이지만
숨겨봤자 소용 없는 사실이니까요.
할 수 있으면서 안 해서, 일부러 외면하고 관심을 갖지 않아서
지금 이런 꼴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끊임없이 당하는 지금이 되어서야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가슴 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가시고 난 후에야
벼라별 어처구니 없는 험한 꼴들을 당하고 나서야
제길 이 색히들 이렇게까지 끔찍한 놈들이었구나
대통령님이라도 계셨으면 좋았을텐데 - 지켜드리지 않아서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게 하나도 없구나
이러고 있습니다
네, 하나도 없는 건 아니지요. 우리에겐 아직 우리 자신이 남아있습니다.
비겁하고 치사한 우리지만
이제와서라도 정신을 차려가고 있는 우리 자신이 있습니다.
대통령님,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거겠지요?
이제 겨우 추모제 한 번입니다.
도올 선생이 조계사 행사에서 독설 한 판 한 거 뿐입니다.
인터넷에서 익명 또는 실명으로 시끌시끌 떠드는 것 뿐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겠지요. 이제 슬슬 시작하는 거겠지요.
그래도 대통령님, 이제 그 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는 굳이 재벌이 다 없어지고 소중상인만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유럽처럼 세금 이빠이 내고 퇴직해도 월급만큼 받는 기똥찬 복지사회 따위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 다만,
그럴만한 이유도 없이 무고한 국민이 떼로 죽음을 당하고 그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려대는 상황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해 먹고 온 국민을 상대로 사기 비슷한 거나 치는
그런 정부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다수의 국민이 궁금하다고 하면 진실을 밝혀주고
다수의 국민이 그건 아니라고 하면 아닌 줄 알고 뻘짓 하지 않는
그런 정부를 원할 뿐입니다.
대통령님, 이게 많이 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죠?
어떤 사회에서라도 불만이 있고 불평이 있고 그렇겠지만
그게 경제력이나 정치 권력으로 좌우되지는 말아야지요.
소수를 위한 다수의 피해는 아니어야지요.
무엇보다 .... 무고한 사람을 다치고 죽게 하지는 말아야지요.
지금의 이 정부는 어찌나 교육적인지
생전 정치, 정책 따위 신경도 안 쓰고 대충 살아온 저 마저
추모콘서트 영상을 보면서 울게 합니다.
그리고 다짐하게 합니다 - 이따위 정부 다시는 들어서지 못하게 하겠다고요.
더 이상 비겁하게 생계 운운하며 입 다물고 앉아있지 않겠다고요.
대통령님
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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