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날씨도 을씨년스러운데, 아침부터 서울행이다. 테헤란로를 나뒹구는 플라타너스 잎들을 보면서 옛 친구 생각이 났다. 전화를 했더니,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 점심도 건너 뛴 채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일은 언제나 많지만, 의욕은 꽤 떨어졌어,하고 친구가 말했다. "왜?" "나이가 들었나봐, 곧 불혹이잖아." "불혹이라구?" "그래, 마흔." 하하하하하,내가 웃었다. 그리고 잠깐 끊어진 대화를 이어갔다. "야, 이 친구야. 공자가 살던 시대에 인간의 평균수명이 얼마였어? 잘 모르지만, 아마도 사오십 밖에 안되었을 거고, 그 당시 마흔이라면 충분히 세상이치를 통달했을 만해.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평균 수명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을 걸. 엄청난 정보와 지식의 바다에서 빠져 허둥대다가 인생이 뭔지도모르고 죽는 사람이 좀 많니? 나이 겨우 사십에, 세상이야 어떻든 내 가족이나 챙기면 그만입네 하는 사람들 보면, 공자 무덤에라도 가서 불혹의 나이 좀 늦춰달라고 하고 싶다니까. 너, 아직 젊어, 임마. 이립(而立)이나 제대로 감당하자구!" 내가 아직 이리저리 흔들리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마치 공자 탓이라도 되는 양 떠들어대다가, 불혹들의 모처럼의 수다는 끝났다. 컴퓨터 앞에 앉아 찾아보니,인류의 수명은 1900년 47.3세에서 1999년 77세로 1백년 사이에 30년 가량 늘었다는 외신이 맨 위에 올라와 있다. 그래, 덤으로 주어진 인생, 나이보다 젊게 살자, 나이 값 좀 하자. (2000.11.20. 테헤란로, 파업 중인 데이콤노조에서)
뻐꾸기> 뻐꾸기 님 말씀대로 제가 유혹을 하면 되겠지만, 문제는 제가 유혹을 해도 다들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거죠^^...ㅠ... 젊은 친구들은 그들대로 바빠서 상대할 시간이 없지요, 그리고 같은 세대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서로의 모습을 보는 게 괴로워 잘 안 보려 하지요, 우리보다 나이 더 먹은 양반들은 아직도 우리를 애 취급하지요...*^^*...(씁쓸)
감비> 나이 값(?,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것, 말 그대로 불혹이겠지요?)을 하면서 나이보다 젊게 산다는 것, 거의 도의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힘들 듯해요*^^*... 금요일에 뵈요^^.
스머프> 글쎄 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리... 아마도 대답은 감비 님께 들으셔야 할 듯*^^*...
늙어간다는 거, 나이를 먹어간다는 거... 이제 인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싶네요.^^ 아니라고 부정해 봐야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고..^^ 그냥 인정하면서 나잇값대로 물 흐르듯 살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도 벌써 7년 전에 쓴 글이네요^^. 광석이 형 노래 중에 <나른한 오후>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사람으로 외롭고 사람으로 피곤해하는 난... 물끄러미 서서 바라본 하늘...^^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