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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투쟁에 대한 짧은 소회

 

최저임금의 이중성과 극복방향에 대한 짧은 소회


2007년 법정최저임금 인상율을 둘러싸고 최저임금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노동계는 애초에 법정최저임금은 노동자 월평균임금의 1/2은 되어야 한다면서 시급 4,200원을 제시하였다가 3885원으로, 다시 또 3850원으로 하향된 요구안을 제시하였다. 경영계는 3,175원을 제시하였다가 3215원으로 다시 3,250원으로 올라간 안을 제시하였다. 이 추세대로라면 예전처럼 7-11%인상된 안으로 2007년 법정최저임금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될시 시급은 현재 3,100원에서 3,300-400원 언저리로 인상될 전망이다. 그리고 주40시간 노동자에겐 다른 인상율을 적용하거나 시급을 따로 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 하더라도 법정최저임금은 월 70만원 안팎이다. 최저임금의 원래 도입취지는 법정최저한도를 정해서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기초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수준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국가가 법적으로 강제하고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인 셈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임금수준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게 하는 고리로도 작용한다. 한국처럼 법정최저임금수준이 생활을 영위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라게 설정되고, 매년 인상율을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과 결정을 거쳐야 하는 최저임금제도는 사회보장으서의 기능보다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버리는 수많은 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를 떠받치는 일종의 ‘당근’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된다. 최근에 정부에서는 노동유인을 강화하고, 빈곤탈출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근로소득보전세제(EITC)에 대한 도입시안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저임금 불안정노동 구조가 고착화되고, ‘가난한 노동자’가 양산되는 현실에서 근본적 원인은 도외시한 채 ‘사후약방문’격인 대책만 내놓고 있는 셈이다. 


사회보장의 보편성을 띄는 제도로서 최저임금제도가 재인식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자가 자각하고 조직화됨에 따라 최저임금투쟁도 3-4년전부터 활기를 띄어왔다. 그 결과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산을 이루어냈고, 최저임금을 매개로 노동자간의 연대와 사회적 투쟁을 실현하는 성과를 이루어냈으며,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에게 여전히 모자라긴 하지만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매년 최저임금결정시기에 맞춘 6월 ‘한철 투쟁’, 인상율을 둘러싼 공방에 파묻혀 최저임금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시키는 내용은 뒷전으로 미뤄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올해 투쟁의 열기는 예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제도의 ‘사회적 연대성’을 아무리 얘기한다 하더라도 쉽사리 열기가 회복되리라는 전망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젠 최저임금투쟁도 이젠 ‘최저임금심의위원회’라는 틀을 벗어나고, 인상율 공방에 갇힌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광범위한 저임금의 비정규직 고용이 확산되고, 가난한 노동자가 일반화되고, 특히 성차별적 고용․소득 격차가 고착화되는 현실에서 최저임금투쟁은 다음과 같은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최저임금의 생활임금으로의 전환이다. 최저임금의 성격 중 사회보장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저임금노동자를 낮은 임금에서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나아가 생활적 요구를 확보하는 국가적․사회적 책임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법적․제도적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저임금고용을 일반화하는 기업의 책임도 반드시 명시되어야 한다. 이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 버리는 저임금구조를 혁파하는 사회적 방안을 마련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최저임금법의 전면개정으로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년6월에 집중하는 투쟁의 계획 또한 전면 수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최저임금투쟁의 지역화이다. 현재 최저임금투쟁은 최저임금위반 사례 고발 등의 내용을 빼곤 대부분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시기와 장소를 둘러싸고 진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투쟁의 주체나 공간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제도 확보, 최저임금위반사업장에 대한 공동 타격, 지역별 저임금노동자의 연대,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공동체 형성계획이나 프로젝트의 강제 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최저임금투쟁의 방향 전환과 더불어 투쟁의 지역화를 도모해 나가야 한다.

셋째, 저임금노동자의 사회적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과 맞물려야 한다. 의료, 교육, 주거, 육아, 간병 등 제반 사회서비스에 있어 저임금 노동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는 이를 부담할 능력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제도적으로도 기업이나 사용자가 비용 회피를 목적으로 다양한 비정규 고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확산되고 고착화되면서 사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노동자는 더욱 더 많아지는 추세이다. 국가적, 사회적 책임을 제도화하고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최저임금투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다. 현재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공익위원처럼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하는 최저임금인상율을 저울질하며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것과 유사하게 정부가 최저임금제도에 있어 ‘중립’의 위치에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빈곤사회연대 소식지 몫소리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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