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늬http://blog.jinbo.net/nomad22/나의 삶이 매 순간 아름다울 수 있을까2024-03-17T03:46:16+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삶의 무늬 그리고 사랑나오미http://blog.jinbo.net/nomad22/3542024-03-12T09:08:19+09:002020-05-07T23:38:56+09:00<p><strong>삶의 무늬 그리고 사랑</strong></p>
<p> </p>
<p> </p>
<p>1.</p>
<p>최근에야 나는, 나의 '삶의 무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기쁨과 슬픔이 있었고 많은 회한도 있었다. 지나온 삶의 어떤 순간에는 더없는 부끄러움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였다.</p>
<p> </p>
<p>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시류에 따라 움직였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시대 상황과 나의 경제적 조건, 그리고 주로 만나는 사람들의 말과 자주 읽는 글에 따라 행동한 사람. 나는 나의 소심한 성격과 함께 어떤 때는 당돌한 선택을 하기도 하였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시절의 학생운동과 그 후 노동운동, 그에 따른 조직활동도 경험하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공직생활을 하고,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이제 다시, 사춘기처럼 나에 대해 묻고 있다. </p>
<p> </p>
<p>이런 내 물음의 기저에는 어떤 것에 끄달리거나 기대는 나의 삶의 역린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어떤 것에 기대는 나의 생활이 편할 때와 불편할 때를 나눠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 생각들의 마지막에는 가서는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p>
<p> </p>
<p>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이념이나 제도, 질서 등에도 기대지 않으며,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그 스스로의 오랜 생각에 따라 마음을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자기 삶를 사는 것! 나의 삶의 무늬를 직접 그리는 것!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다.</p>
<p> </p>
<p> </p>
<p>2.</p>
<p>그런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자들도 있을 것이다.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제강점기 의열단원들의 삶. 그들의 삶의 모양과 무늬는 어떠했을까.</p>
<p><br />
의열단은 1919년에 만주 지린(吉林)에서 조직된 반일 비밀결사 조직이었다. 일정한 소재지가 없이 일본의 요인 및 그 주구를 암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p>
<p> </p>
<p>의열단원들은 '언제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므로 생명이 지속되는 한 마음껏 생활하였고 기막히게 멋진 친구들이었다'고 한다. 항상 그들은 '스포티한 멋진 양복을 입었고, 머리를 잘 손질하였으며, 어떤 경우에도 결백할 정도로 말쑥하게 차려입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마치 특별한 신도처럼 생활하였고, 수영, 테니스, 그 밖의 운동을 통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였으며, 그들의 생활은 '명료함과 심각함이 기묘하게 혼합된' 것이었다고 한다.</p>
<p> </p>
<p>그들은 사랑을 하였다. 그들의 사랑은 누구보다도 강렬했다. '모든 조선 아가씨들은 의열단원을 동경하였으므로 수많은 연애사건'이 있었고, 그들이 사는 곳에서 볼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아가씨들은 러시아인과 조선인의 혼혈이었는데 매우 아름답고 지적'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이 아가씨들과의 연애는 짧으면서도 열렬했다'고 한다.</p>
<p> </p>
<p>그들은 스스로 시대의 지식인이라고 생각하였다. 의열단원인 김산은 '육체는 빵으로 살찌지만, 정신은 기아와 고통으로 살찐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에 의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어야만 비로소 지식인은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였다.</p>
<p> </p>
<p><br />
3.<br />
그들은 자기 삶의 무늬를 그리면서, 인간의 삶을 지도하는 삶과 추종하는 삶으로 구분한 것 같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p>
<p> </p>
<p>'자신의 개인적인 안락이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나는 지도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따라갈 것이다. 추종하는 자들에게는 단 하나의 길밖에 없다. 지도하는 자들에게는 언제나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추종하는 자는 자유롭지만 지도하는 자는 그렇지 못하다. 추종하는 자는 책임없이 행동할 수 있지만 지도하는 자는 역사적 결정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중략)...추종자였을 때가 더 행복하기는 했다...(중략)...나 또한 죽을 때까지 창조적 역활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p>
<p> </p>
<p>그들은 추종하는 삶의 안락함보다 스스로 창조하는 삶을 선택하였다. 그런 삶, 자기 자신의 삶이 결국 행복을 가져온다고 하였다.</p>
<p> </p>
<p>의열단원인 김산에 따르면, '내 전 생애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실패의 역사였다. 나는 단 하나에 대해서만-나 자신에 대하여-승리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데는 이 하나의 작은 승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인간정신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비극은 인생의 한 부분'이고 '억압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한 인간의 영광'이며, '굴복하는 것은 한 인간의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믿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싸우다 죽는 것은 행복한 죽음'이라고 말했다.***</p>
<p> </p>
<p><br />
4.<br />
행복한 죽음이라?...자기 자신의 삶을 산 자의 죽음,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의 죽음은 어떤 것일까. 철학자 스피노자는,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도 그 무엇도 두렵지 않네, 물방울이 바다에 떨어지기를 두려워하던가?'****라고 소리쳤다.</p>
<p> </p>
<p><br />
5.<br />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사실 이런 현실의 굴레를 끊으면서 삶의 무늬를 그리는 사람은 여성들일지도 모른다. 그녀들은 '여성'이라는 종속적인 사회적인 존재 조건 때문에 자신의 전부를 걸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들의 그 자유로운 삶의 처음과 끝은 사랑일지도 모른다.</p>
<p> </p>
<p>영화 '레이디 맥베스'(2016, 윌리엄 올드로이스 감독)를 보면, 17살에 돈 몇 푼에 팔려 결혼한 여성이 모든 금기를 깨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 자신의 삶을 살 것을 결심한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휘두르거나 개입한 남성들-시아버지와 남편, 애인을 살해하고, 넓고 높으며 고요한 저택의 한가운데 앉아서 세상의 정면을 바라보는 삶을 선택한다.</p>
<p> </p>
<p><br />
6.<br />
그녀들은 인류가 겪은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이념이나 제도 그리고 국가보다는 자신의 고유한 삶과 사랑을 선택하기도 한다. 전쟁에 참여한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 따르면, 아수라장인 전쟁통에서 그녀들은 '단지 전쟁만이 아니라 그녀들의 젊음과 첫사랑'*****을 시작하거나 만끽하였다. 그녀들은 당시의 사회적 환경이나 거대한 담론보다는 본래 지니고 있는 인간의 모양를 그리고 있었다.</p>
<p> </p>
<p>이에 더하여, 그녀들은 일상의 관습적이고 제도적인 사랑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전쟁 중에 가지기도 하였다. 영화 '스윗 프랑세즈' (2014, 솔 디브 감독)를 보면, 적군인 독일군 장교를 사랑하는 그녀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p>
<p>"두 번 만난 남자랑 결혼해 놓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스스로를 속여 왔어요. 내 마음이 죽어 있었던 거죠"</p>
<p> </p>
<p><br />
7.<br />
자신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 시대적 담론이나 도덕,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 이런 것들은 사실 시대에 따른 우연적이고 순간적인 어떤 것들이다. 인간의 삶이, 이런 우연적이고 순간적인 어떤 것들에 따라, 줄에 묶인 개처럼 시대의 사슬에 매여 있으면****** 서글프지 않을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하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시대와 사회적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자기 삶의 본래 무늬를 그려야 한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것 같다.</p>
<p> </p>
<p> </p>
<p>* 님 웨일즈, 김산, 2013, [(조선인 혁명가의 불꽃같은 삶) 아리랑], 동녁, 165~166쪽<br />
** 같은 책, 404쪽<br />
*** 같은 책, 464쪽, 467~468쪽, 471~472쪽<br />
**** 스피노자, 야론 베이커스 Jaron Beekes, [스피노자 : 그래픽평전), 2014, 푸른지식, 142~145쪽<br />
***** 스베나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201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문학동네, 34쪽<br />
****** "우리의 기억은 결코 이상적인 도구가 아니다. 기억은 제멋대로 인데다 변덕스럽다. 게다가 기억은 줄에 묶인 개처럼 시간이라는 사슬에 매여 있다."(스베나틀라나 알렉시예비치, 201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문학동네, 33쪽)는 문장을 참고하여 필자가 변용한 것임<br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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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셰익스피어)<br />
내가 아는 것? 내가 아는 건...뭐, 다 알진 못하지만,<br />
전부 상상했네</p>
<p> </p>
<p>-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셨다면서요, 여행도 안 해봤고요..상상의 원천이 뭐죠?</p>
<p> </p>
<p>(셰익스피어)<br />
나 자신</p>
<p> </p>
<p>- 자신요?</p>
<p> </p>
<p>(셰익스피어)<br />
내가 한 모든 행동이나 내가 본 모든 것<br />
내가 읽은 모든 책, 내가 나눈 모든 대화<br />
이 대화도 포함되지<br />
......<br />
작가가 되고 싶다면,<br />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고<br />
다른 사람 생각을 얘기해<br />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얘기해<br />
그 안에서 찾는거야<br />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면 돼<br />
자네의 인간성 말이야<br />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면 무슨 이야기를 쓰든<br />
모두 진실이지</p>
<p> </p>
<p> </p>
<p>- 넷플릭스 ['올 이즈 트루(All Is True, 2018)', 케네스 브래너 감독]에서 발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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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드소서<br />
함께 마시지 않은 지 오래됐죠</p>
<p> </p>
<p>신이시여,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p>
<p> </p>
<p>사랑과 명예가 이젠 없어요</p>
<p> </p>
<p>천사들과 대천사들</p>
<p> </p>
<p>이 땅에서 더 무서운 건<br />
봄일까요, 겨울일까요?</p>
<p> </p>
<p>신이시여<br />
뭘 하고 계신지 보십시오</p>
<p> </p>
<p>사람들을 광기 어린 늑대로 만들지 마세요</p>
<p> </p>
<p>백군도 속은 적군이고<br />
적군도 겉은 백군입니다</p>
<p> </p>
<p>천사들과 대천사들</p>
<p> </p>
<p>이 땅에서 더 무서운 건<br />
봄일까요, 겨울일까요?</p>
<p> </p>
<p> </p>
<p>- (넷플릭스) 전쟁과 사랑 시즌1 '8화' [원작 "고뇌 속을 가다"(알렉세이 니꼴라예비치 톨스토이)]</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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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자유로워졌습니까?</p>
<p>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행복해졌습니까?</p>
<p>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유연해졌습니까?</p>
<p>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관용적인 사람이 되었습니까?</p>
<p>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가족이나 이웃들과 더 잘 지내게 되었습니까?</p>
<p>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 눈매가 더 그윽해졌습니까?</p>
<p>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생기발랄해졌습니까?</p>
<p>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더불어 늘어났습니까?</p>
<p> </p>
<p>여러분이 지식과 이념과 신념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짓눌려 있던 자기의 욕망을 정면으로 이끌어 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모르는 곳까지 건너갈 수 있는 힘을 가지시길 바랍니다.</p>
<p> </p>
<p><br />
- 발췌 : 최진석, 2013, [인간이 그리는 무늬(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소나무, 156~157쪽.</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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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0년부터, 아마 그 쯤부터 '분노로 시작하는 또는 조직하는 (어떤 변화를 위한) 집단적인 저항이나 투쟁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분노는 사람들을 쉽게 모이게 한다. 분노를 기반으로 하는 선동이나 말하기,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분노는, 온 힘을 다하여 크게 말하고 때로는 육신을 동원하여 악을 쓰며 울먹이듯 표현하면 된다. 분노는 본래 파괴적인 충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대나 타자를 무너뜨리고자 할 때는 분노가 매우 적절하다.</p>
<p>그러나 분노라는 정서적 분위기와 감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분노는 사실 인간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분노는 그 에너지의 소모량이 많아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한다. 그렇게 지쳐서 사라진 '분노'의 자리에는 허무함이 등장한다. 이 허무한 정서적 공백은 곧 사람에 대한 질투와 시샘이 끼여들어 분탕질을 한다. 질투와 시샘은 저항이 아니다. 질투와 시샘은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수 없다.</p>
<p> </p>
<p>2.<br />
분노가 아니면 무엇으로 시작해야 하는가? 나는 '사랑'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은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가슴 속에 지니고 내려온 소중한 삶의 목적이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저항과 투쟁을 시작한다면...죽음이나 분노가 아닌 사랑!! </p>
<p> </p>
<p>3. <br />
(사랑은 집단적이지 않다. 집단적인 사랑은 파시즘을 동반한다.)</p>
<p>사랑은 개별적이고 독자적이며 은밀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각각 개별적이고 너무나 구체적이며, 그 독자적인 사랑의 질감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p>
<p>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방법과 내용과 강도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과 같은가? 다른다. 심지어 자기 자신도 매번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 내가 저번에 했던 사랑과 이번에 하고 있는 사랑이, 그리고 또 앞으로 하고 싶은 사랑이 같은가? 다르다. 각각의 '존재'가 모두 다르고 독자적이기 때문이다.</p>
<p> </p>
<p>4. <br />
그런데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마광수는 사랑은 반드시 권태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한 것이 되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여자가 늙어갈수록 남자는 권태와 환멸을 느끼게 되고, 여자 자신도 젊은 시절의 정초한 아름다움보다는 질투심과 심통만 늘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랑이 갖는 원초적 비극성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p>
<p>작가 김훈도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은 곧 지겨워질 수 있으니 연민이 작동해야 사랑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같은 사랑, 마그마 같은 열정은 오래 못 간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대개 이기심이 섞이기 마련이고 뜨거운 열정은 그 안에 지겨움이 들어 있어서 쉽게 물린다. 연민은 서로를 가없이 여기는 마음이다. 연민에는 이기심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사랑이 식은 자리를 연민으로 메우면, 긴 앞날을 살아갈 수 있다. 사랑은 단거리이고 연민은 장거리이다.'**라고 그는 말했다.</p>
<p> </p>
<p>5.<br />
권태나 연민은 사랑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랑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p>
<p> </p>
<p><br />
* 마광수, 2013,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읽기>, 책읽는 귀족, 81쪽<br />
** 김훈, 2019, <연필로 쓰기>, 문학동네, 83쪽</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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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은 너무 밝대<br />
빛밖에 없대<br />
밤이 없대<br />
그러면 달도 없을 거고<br />
달밤의 낭만도 없을 거고<br />
달밤의 사랑도 없겠지<br />
나는 천당 가기 싫어</div>
<div>(112쪽)</div>
<div> </div>
<div> </div>
<div>살아있는 독수리는 무섭지만<br />
박제된 독수리는 멋이 있다.</div>
<div> </div>
<div>살아있는 호랑이는 무섭지만<br />
박제된 호랑이는 멋이 있다.</div>
<div> </div>
<div>살아 있는 사랑은 무섭지만<br />
박제된 사랑은 멋이 있다.</div>
<div> </div>
<div>우리들의 삶은 '죽고 싶다'와 '죽기는 싫다' 사이에 있다.<br />
우리들의 사랑은 '자유롭고 싶다'와 '자유가 두렵다'사이에 있다.</div>
<div> </div>
<div>그러므로</div>
<div> </div>
<div>우리가 바라는 삶은<br />
마치 박제된 독수리와도 같은<br />
감미로운 가사상태이다.</div>
<div> </div>
<div>우리가 바라는 사랑도<br />
박제된 독수리와 같은<br />
가사상태이다.</div>
<div> </div>
<div>죽어가는 생명은 애처롭지만<br />
박제된 생명은<br />
멋이 있다.</div>
<div>(112~114쪽)</div>
<div> </div>
<div> </div>
<div><strong>자살자(自殺者)를 위하여</strong></div>
<div> </div>
<div>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br />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br />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마라</div>
<div>그의 좌절을 비웃지 마라</div>
<div> </div>
<div>참아라 참아라 하지 마라<br />
이 땅에 태어난 행복,<br />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마라</div>
<div> </div>
<div>바람이 부는 것은 불고 싶기 때문<br />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은 아니다<br />
비가 오는 것은 오고 싶기 때문<br />
우리를 위하여 오는 것은 아니다<br />
천둥, 벼락이 치는 것은 치고 싶기 때문<br />
우리를 괴롭히려고 치는 것은 아니다<br />
바닷속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은 헤엄치고 싶기 때문<br />
우리에게 잡아먹히려고,<br />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br />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br />
자살자를 비웃지 마라<br />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마라<br />
그는 가장 솔질한 자<br />
그는 가장 용기 있는 자<br />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br />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br />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div>
<div>(178~179쪽)</div>
<div> </div>
<div> </div>
<div><strong>자살에 대하여</strong></div>
<div> </div>
<div>예술가가 자살을 하면 멋있고<br />
승려가 분실자살을 하면 소신공양(燒身供養)이고<br />
혁명가가 자살을 하면 열사(烈士)가 된다<br />
이건 참 우습다<br />
자살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div>
<div> </div>
<div>생활고에 의한 자살은 비겁한 것이고<br />
치정 사건에 의한 자살은 병신 짓이고<br />
예술가의 자살은 근사한 것이라는<br />
편견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div>
<div> </div>
<div>자살이나 자연사나 병사(病死)나 무엇이 다른가?<br />
죽는다는 것은 다 같은 것이다<br />
개의 죽음이나 소의 죽음이나<br />
파리의 죽음이나 인간의 죽음이나<br />
다 같은 거지 무엇이 다른단 말이냐</div>
<div>(198쪽)</div>
<div> </div>
<div><br />
['마광수, 2013, <청춘>, 책읽는귀족'에서 발췌]</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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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플라톤) ‘인간의 마음속에서 홀연히 정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불가항력적으로 인간을 엄습하는 본능적 사랑’, 에로스적 정열의 주된 대상은 ‘아름다움’ -> 에로스적 사랑은 남녀, 성숙한 남자와 젊은 청년, 스승과 제자 사이의 정신적 일체감에서부터 남자끼리 육체적 애정 표현을 추구하는 남색까지도 에로스 안에 포함</p>
<p>- ‘에로스’는 ‘성애적 사랑’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사랑’까지도 포함, 다만 에로스가 정신적 사랑으로까지 승화될 수 있는 근거는 ‘육체적 아름다움’에 있음 ; 인간 육신의 아름다움이 지식과 덕의 아름다움으로까지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이 플라폰을 위시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공통된 생각</p>
<p>* (에로스 안이 이미 필리아나 아카페적인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음) 육체적 아름다움에 바탕한 ‘미적 숭경’이 바로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그리고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든 다 똑같이 적용되는 사랑의 본질</p>
<p> </p>
<p>2. 필리아(Philia) :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사랑(우애적인 사랑)</p>
<p>- 그리스어 ‘필로스(Philos)’에서 유래, 필로스는 친구라는 뜻으로 필리아는 ‘우애’를 가르키는 말 -> 좁은 의미에서의 우정보다는 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의 우정, 즉 우리가 감각만으로는 감지해낼 수 없는 정신적인고 인격적인 사랑</p>
<p>- 필리아는 짐승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인간의 ‘인격’안에서만 계발될 수 있는 사랑 -> 단순한 동성끼리의 우정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애(부모와 자식, 형제애), 부부애 등을 포함</p>
<p>***(필리아는 에로스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음) 이른바 ‘플라토닉 러브’라는 것이 정신적 우애에 바탕을 둔 아름다운 미소년과의 동성애적 감정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때, 필리아 자체가 따로 독립해서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것 ->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나 형제간이라고 해도, 언제나 사랑의 바탕이 되는 것은 ‘육체적 아름다움’일 수 밖에 없음</p>
<p> </p>
<p>3. 아가페(Agape) : 성스럽고 은총이 가득 사랑</p>
<p>- (주로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 신이 인간에게 베풀어 주는 한없는 은총 -> 인간 사이에서 아가페적 사랑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무조건 주는 사랑’이거나 ‘헌신적인 사랑’ 정도의 의미</p>
<p>**(아가페적인 사랑이 아무리 숭고하고 정신적인 차원의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종교예술을 통해서 아가페 안에 내포된 ‘미적 요소’를 많이 발견함) 불교의 관세음보살상의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의 모습, 성모마리아의 초상이나 예수그리스도의 초상을 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그려내려고 함 -> 절이나 교회에 나가서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은, 아카페적 사랑 그 자체 만으로써가 아니라 에로스적 사랑이 더불어 충족되기 때문(교회에 젊은 여자들이 많이 나가는 것은 이성으로서의 예수가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 예수는 33세에 죽었기 때문에 ‘영원히 늙지 않는 미남 청년’, 석가모니는 여든 살에 죽었지만 석굴암을 비롯한 곳곳의 부처님상은 가장 건장하고 원숙한 육체미를 보여줌)</p>
<p> </p>
<p>=> 그러므로 사랑에는 에로스밖에 없고, 필리아나 아가페는 인간이 에로스적 사랑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그 대용물로 취하게 되는 자위적 성격의 사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p>
<p> </p>
<p> </p>
<p>(마광수, 2013, <청춘>, 책읽는귀족, 48~54쪽에서 발췌하여 재구성)</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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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스러져가는 것은 아름답다</p>
<p>나는 황혼을 바라보며 내 삶을 반추하고 있다</p>
<p> </p>
<p>무엇이 그리 그리워 헐레벌떡 달려왔던가</p>
<p>무엇이 그리 보람돼 열심히 살아왔던가</p>
<p> </p>
<p>어차피 이 나라에서의</p>
<p>인생엔 기대를 걸지 말았어야 할 것을</p>
<p> </p>
<p>어치피 이 나라에서의</p>
<p>자유엔 희망을 두지 말았어야 할 것을</p>
<p> </p>
<p>아니 어느 나라든 인생은 그저 먹고 자고의 반복인 것을</p>
<p>아니 어느 별이든 생명은 그 자체가 이미 슬픈 것을</p>
<p> </p>
<p>자식을 낳기 싫으면 사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p>
<p>죽은 뒤의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면</p>
<p>글조차 쓰지 말았어야 할 것을</p>
<p> </p>
<p>황혼처럼 활활 불타게 세상에 불이나 지르고 죽을까</p>
<p>황혼처럼 멋지게 놈들을 타당탕 쏘아 죽이고 죽을까</p>
<p> </p>
<p>아아 그래봤자 어차피 세상은 징그럽게 거듭될 것을</p>
<p>그래봤자 어차피 놈들도 징그럽게 되살아날 것을</p>
<p> </p>
<p>스러져가는 것은 아름답다</p>
<p>나는 황혼을 바라보며</p>
<p>어떻게 스러져가야 아름다울지 생각하고 있다</p>
<p> </p>
<p> </p>
<p>- 마광수, 2016, <섭세론>, '비관적인 인생관을 갖고 살면 마음이 편해진다', 철학과현실사, 120~121쪽에서 발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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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오 내 사랑, 넌 내가 팔베게 해주는 걸 좋아했지</p>
<p>내 팔에 안겨 새근새근 잠들곤 했지</p>
<p> </p>
<p>처음에 난 그저 행복하기만 했어</p>
<p>곱게 잠든 네 얼굴에 키스하며 온밤을 새웠어</p>
<p> </p>
<p>오 내 사랑, 제발 기억해 다오</p>
<p>내가 아픔을 참고 매일 밤 팔베개를 해줬다는 걸</p>
<p> </p>
<p>하지만 난 결국 팔에 신경통이 생겨</p>
<p>더 이상 팔베개를 해 줄 수가 없었지 정말 아팠어</p>
<p> </p>
<p>오 내 사랑, 그러자 넌 내 곁을 떠났다</p>
<p>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p>
<p> </p>
<p>나는 팔이 아파 너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p>
<p>다만 애원하며 설득했을 뿐, 이것이 사랑의 실존이라고</p>
<p> </p>
<p>오 내 사랑, 그래도 넌 내 곁은 떠났다</p>
<p>팔베개 하나 못해 주는 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며</p>
<p> </p>
<p>그립다 내 사랑, 제발 기억해 다오</p>
<p>내가 매일 밤 팔베개로 널 재웠다는 걸</p>
<p> </p>
<p>돌아와라 내 사랑,</p>
<p>이젠 팔이 다 나았으니</p>
<p> </p>
<p> </p>
<p>(마광수, 2016, <섭세론 涉世論>, 철학과 현실사, 44~45쪽에서 발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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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나오미는 아침마다 11시가 지나도록, 자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부자리 속에서 깜빡깜빡 졸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신문을 읽기도 합니다..(326쪽)</p>
<p> </p>
<p>그녀는 세수를 하기 전에 침대에서 홍차와 우유를 마십니다. 그러는 동안 몸종이 목욕물을 준비합니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목욕을 하고, 욕탕에서 나오면 잠시 누워서 마사지를 시킵니다. 그런 다음 머리를 묶고 손 톱을 다듬고...식당에 나오는 것이 대개 1시 반쯤입니다. (326~327쪽)</p>
<p> </p>
<p>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까지 거의 할 일이 없습니다. 밤에는 초대를 받거나 또는 손님을 초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호텔로 댄스를 하러 가거나, 어쨋든 뭔가를 하지 않을 때가 없으니까 그때가 되면 그녀는 다시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습니다..<br />
나오미의 친구들은 자주 바뀌었습니다..(327쪽)</p>
<p><br />
사람은 한 번 호된 꼴을 당하면 그게 강박관념이 되어 언제까지나 머리에 남아 있는 듯, 나는 아직도 전에 나오미가 나가버렸을 때의 무서운 경험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그녀의 바람기와 방자함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고, 그 결점을 없애버리면 그녀의 가치도 없어져버립니다.</p>
<p>바람기가 있는 계집이다, 제멋대로 하는 방자한 계집이다,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귀여워져 그녀의 함정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나는 화를 내면 낼수록 내가 지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328쪽)</p>
<p> </p>
<p> </p>
<p>- "다니자키 준이치로, 김석희 옮김, 2013, <미친 사랑>(원제목(일어)은 ‘치인의 사랑’), 시공사"에서 발췌</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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