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운동조직들이 유사주사파로 생존하고 있다. 기존 운동사회-이 세계(世界)의 작동방식도 주사파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세계는 새로운 힘이나 생동적인 에너지로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이 세계에서는 이미 새로운 역동성이 고갈되었거나 또는 일부러 그것을 무시하는 엽기적 행태를 발휘하는 것이 기득권을 지키는 상식이 되어 버렸다. 이런 식으로 유지되는 집단은 분명히 광기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이 광기는 고루하고 도식적인 이념과 망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학습되고 암기된 관념과 허상으로 뭉쳐진 이 세계의 집단들은 어두운 음모를 토해내서 생존한다.
조폭조직이 유지되는 것은 ‘의리’라고 말한다. 그래야 목숨을 걸고 형님들을 모실 수 있다. 그러나 조폭‘의리’의 핵심은 ‘돈’이다. 쩐이 있어야 폭력배 구성원들간의 의리와 질서가 유지된다.
운동조직이 유지되는 것은 이념과 당위성이다(참!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그래야 조직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 관념의 핵심에는 음모와 광기만 도사리고 있다. 끝없이 창조되는 관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폭은 돈이라도 주지만, 밑천도 없이 장사할려니 사기와 조작이 판치는 것이다.
쩐의 전쟁에서 패배한 조폭조직이 흔적 없이 사라지듯이, 창조적인 양심적 관념과 새로움을 스스로 생성하지 못하는 운동집단에게는 미래가 없다. 항상 물이 괴어있어 눅눅하고 빠져나오기 힘든 늪-그 세계(世界)에서 자멸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 멸망하기 전에 독기를 뿜어낸다는 것이다. 이것을 ‘조직의 쓴맛’이라고 말하는데 마치 독사의 맹독과 같다. 이제 뱀이 스스로 이빨을 깨물어 죽기를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