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근이 형, 순천 여순사건 일반 참고인 가운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계세요. 그 할머니의 어머님 되시는 분이 돌아가신 사건인데요, 그 할머니가 처녀 때 경찰들이 마을에 와서 집에 있던 그 분을 겁탈하려 했대요. 자기 딸이 당하는 걸 그 어머님이 막으려 했고 화가 난 경찰이 그 자리에서 그 어머님을 쏴 죽였대요. 처녀 시절 그 일을 겪은 이 할머니가 지금 79세로 인천에 살고 계십니다. 신청인은 이 할머니의 조카입니다. 조카는 고모(앞서 말한 사건을 겪은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꺼리신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이 할머님을 조사해야할 텐데, 누가, 어떤 관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만나야 할까요. 이길전 선생님 공백이 새삼 크네요. 내면을 교감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진 이가 필요할까요.
어려운 일이다. 말을 끄집어 내는 것도 어렵고 꺼낸 말을 담아내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니 더욱 그렇다. 국가권력이 여성을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거기에 이데올로기나 인종, 계급 같은 것들이 작동하면 '동물적인 잔혹한 야만적 행위'가 등장한다.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어 경이롭기까지 하지만, 인간이 행하는 약육강식은 너무나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