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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

 

 난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나의

 육체,

 마음,

 평생,

 열정,

 사랑,

 자전거,

 전자사전,

 추억,

 옷,

 사람,

 

 

 얼마 전에 인사동에 산 목도리까지도 단 하나도 그대에게 줄 수 없다는 걸.

 

 

 *

 

 그대에게 난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아스팔트에 떨어진 내 혈흔을,

 입안을 가득 메웠던 피와 내 떨어진 살점들을,

  

 사람에게 물어뜬긴 너덜한 심장을,

 

 손등을 스치는 시린 한기의 열정을,

 

 내일이라도 사라져버릴 허무한 내 평생을,

 

 이 공간을 떠돌아다닐 수 있는 내 자전거를,

 

 내 귀를 막아, 세상을 막아버리는 내 헤드폰을,

 

 비로소 알아버린 사랑이란 감정을,

 

 

 *

 

 이딴 걸 가지고 싶단 말야? 그걸 가지고 넌 무얼 할거니? 이걸 주면 날 놓아줄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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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

 

 동공에 비친 별빛 때문에 눈이 부신 밤이 있었던가

 그런 밤을 보채며 설레었던 지난 날들이 있었던가

 

 

 더 이상,

 

 지난 날들이 내 안을 충만히 채우지 못하고

 긁어내어진 창자가 베어진 살들 사이로 삐죽이 튀어나오는

 그런 날들이 엄습해왔다면,

 

 그 지난 날들을 조용히 덮어버려야 할 시간이

 온 건 아닐까.

 

 

 

 *

 

 미련과 후회를 남겨둘 공간,

 이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남겨둘 수 있을까?

 

 아무 것도 남길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괜시리 키보드를 타박거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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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버린, 그리고

 

 

 *

 

 놓아버릴 수 없는 것들을

 놓아버리기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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