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서구 문화제국주의의 연장인가?
그러면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해외로 진출한 K-Pop 가수들의 노래 대부분이 영어 가사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결국 미국 문화의 대리인에 불과한 것 아닌가? 사실 이 질문을 두고 인터넷 상에서도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부정적인 견해는 서구 문화제국주의의 연장이라고 보는 것이다. 장사꾼의 관점에서 대리고 뭐고 간에 영향력을 이용해 돈만 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문화제국주의 측면에서 이 현상을 이해했었다. 그러나 K-Pop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대리인의 역할보다는 새로운 문화 창조와 세계 인민을 평화적으로 엮어주는 역할이 점점 도드라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어차피 문화라는 것이 외래의 것과 내부의 것이 뒤섞여 새로운 형태로 공진화하는 것이므로 단지 영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다. 영어가 아니었으면 해외 진출 자체가 불가능했다. K-Pop 덕에 외국인들이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한국말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는가
K-Pop에는 제국주의적 요소가 없다
또 하나, K-Pop에는 미국 팝송에서 보이는 제국주의적 요소가 전혀 없다. 비서구 사회에서 K-Pop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지점에 있다. 하도 들어서 익숙하기는 한데 백인이 본토 발음으로 부르는 노래는 왠지 느끼하고 주눅 들게 만들지만, 한국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에서는 친근함이 묻어난다. 게다가 노래 속의 메시지도 정복자의 시선이 아니라 희망과 위로, 연대 의식을 느끼게 한다. 제국주의 침략을 겪은 백성들의 뱃속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BTS 월드투어의 공식 이름이 <아리랑>인 점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리랑은 힘들었던 시절 겪어야 했던 한과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노래이다. 세계 인민들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위로의 노래는 없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이 짐승의 시기에 한과 고통에 주눅들지 말고 나를 짓밟는 원수를 증오하지도 않으면서 신명을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나를 변화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아리랑의 이런 역사와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BTS의 월드투어가 K-Pop을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을 것으로 본다. 수만 명의 멕시코 팬들이 악을 쓰면서 아리랑을 한국말로 불러제끼는 광경은 그야말로 소름 그 자체였다. 물론 팬들은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스타가 하는 것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획자의 의도는 팬들의 무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작동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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