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5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있는 서울 KT광화문빌딩 West 앞에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언론사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한국은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를 포털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보는 체계다. 신문 구독률과 방송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언론사 입장에선 온라인 기사 조회수를 통한 수익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요즘 언론사들은 조회수 기사를 쓰거나 유튜브용 토막영상만 생산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기도 한다.
E씨는 “네이버가 언론사별로 조회수를 매겨서 그걸 토대로 전재료를 책정하는데 전재료 금액이 조회수에 따라 달에 1억원이 차이나기도 한다”며 “(조회수 기사는 언론사 수익에) 엄청난 영향이고, 누군가가 좋은 기사를 쓰려면 누군가는 더러운 일을 책임져야 하는 게 암울하지만 현실”이라고 했다. C씨도 “속보와 가십 중심의 기형적인 기사 생산 구조에는 포털사이트, 특히 네이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네이버 메인 화면에 노출돼야만 조회수를 담보할 수 있다 보니 매체들이 내용의 질을 따지기보다 무분별한 기사 양산에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2020년 전재료를 폐지하고 광고 수익을 제공하는 모델을 도입했다”며 “조회수만이 아닌 순방문자수, 누적·순증 구독자수 등 다양한 팩터가 있다. 과도한 속보, 가십성 기사는 수익에 불리한 구조로 설계돼있다”고 밝혔다.
언론도 네 편 내 편 가르는 정치
비판과 감시를 해야 할 대상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딜레마’도 존재한다. 언론이 광고 수익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광고주의 힘이 기사에까지 미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기업이 자신들에 불리한 기사를 막으려 직접 개입하기도 하지만, 광고주라는 관계를 이용해 간접적으로도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당장 지난해 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를 보도한 기사들이 돌연 삭제되거나 수정되면서 언론계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현대차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매체도 있었지만, 상당수 매체는 수용해 실제 조치까지 이뤄졌다.
F씨는 “기업의 돈, 자본권력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라며 “몇년 전부터 굳어진 흐름이다. 경제 이슈나 기업 매출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니 바람이 불기 전에 풀이 먼저 눕는 식”이라고 했다. G씨는 “광고에서 자유로운 언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광고비가 이미 집행됐고 나 하나로 인해 관계가 틀어지게 만들 수 없어 (쓰기 싫은 기사도) 썼다”고 했다. 광고 표시 없이 광고 기사를 쓰거나 특집기사를 만들어 광고 단가를 올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E씨는 “대기업 관련 기사를 쓰면 항의전화가 온다. 항의로 안 되면 읍소한다. 회사에서는 관계를 위해서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C씨는 소위 ‘유가 기사(돈을 내고 쓰는 기사)’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C씨는 “의뢰 업체의 입맛에 맞춰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노골적으로 담아내야 할 때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하는 씁쓸한 자괴감과 마주해야 했다”고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도 언론의 중요한 광고주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