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2017.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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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의 큰 몸집, 앞니로 견과류 먹어
솔로몬 제도서 벌목 때 1마리 발견, 멸종위기
![r1_Velizar Simeonovski, The Field Museum.jpg r1_Velizar Simeonovski, The Field Museum.jpg](http://ecotopia.hani.co.kr/files/attach/images/69/278/432/r1_Velizar%20Simeonovski,%20The%20Field%20Museum.jpg)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반구누 섬 주민들은 숲 속 나무에 “코코넛을 먹는 아주 큰 쥐”가 사는 것을 알았다. 미국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포유류학자 타이론 라버리는 2010년 주민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이 특별한 쥐를 찾아 나섰다. 이 섬에선 80년 전 신종 쥐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뉴기니에서 표류해 온 쥐가 수백만년 동안 고립돼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 솔로몬 제도의 포유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세계에서 오직 이 섬에만 산다.
그러나 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라버리는 주민이 ‘비카’라고 부르는 이 쥐가 외래종인 곰쥐를 오인한 것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2012년 곰쥐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엄청난 크기의 쥐 배설물을 발견한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문제는 이 쥐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라버리는 “땅바닥에 사는 동물을 찾는다면 좌우와 앞뒤 2차원을 훑어보면 됩니다. 하지만 높이가 10m 가까운 나무에 사는 동물을 찾으려면 새로운 차원이 추가되지요.”라고 필드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r2_Tyrone Lavery.jpg r2_Tyrone Lavery.jpg](http://ecotopia.hani.co.kr/files/attach/images/69/278/432/r2_Tyrone%20Lavery.jpg)
2016년 행운이 찾아왔다. 상업적 벌목이 이뤄지던 곳에서 주민이 나무에서 떨어져 심한 상처를 입은 문제의 ‘비카’를 발견한 것이다. 라버리는 이 표본의 골격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종의 솔로몬 쥐임을 과학저널 <포유류학> 최근호에서 밝혔다.
‘우로미스 비카’(Uromys vika)란 학명을 붙인 이 쥐는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가 45㎝에 무게는 1㎏에 이르렀다. 그는 이 쥐가 주민 말대로 코코넛을 깨 먹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앞니로 코코넛 못지않게 단단한 지역의 견과인 ‘응갈리’에 구멍을 낸 증거는 있다고 밝혔다.
![r3_Tyrone Lavery, The Field Museum..jpg r3_Tyrone Lavery, The Field Museum..jpg](http://ecotopia.hani.co.kr/files/attach/images/69/278/432/r3_Tyrone%20Lavery,%20The%20Field%20Museu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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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제도는 고립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종으로 진화한 다양한 동물이 산다. 라버리는 “비카의 조상도 홍수로 나무째 떠내려온 뗏목에 실려 이 섬에 표류했을 것이다. 섬에 도착한 뒤 본토와는 전혀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거대 쥐는 발견되자마자 멸종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단 한 마리가, 그것도 벌목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될 정도로 이 동물은 희귀하다. 게다가 이 쥐가 주로 사는 카푸추나무는 불과 81㎢ 넓이에 분포하는데 상업적 벌목의 주요 대상이다.
이 쥐를 신종으로 보고한 논문은 그래서 이 동물을 가장 위험 등급이 높은 ‘위급’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논문 초록은 이렇게 적고 있다.
“지난 20년 이상 이 종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만큼 희귀하고 보기 힘들다. 좁은 분포 범위와 명백하게 낮은 개체 밀도, 그리고 반구누 섬에서 진행되는 급속한 상업 벌목을 고려할 때 이 종의 보전등급은 위급이라고 본다. 이 종에 대한 추가 조사와 지역 공동체 주도의 보전 사업이 시급히 요청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avery, T. H.; Judge, H.; A new species of giant rat (Muridae, Uromys) from Vangunu, Solomon Islands, Journal of Mammalogy, gyx116, https://doi.org/10.1093/jmammal/gyx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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