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형화재로 노동자 43명과 소방관 4명 등 47명이 사상한 세종시 트리쉐이드 주상복합건물에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장마가 져서 비가 많이 내렸어요. 점심을 먹고 오후 일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갑자기 지하에서 ‘펑’하는 소리와 났어요. ‘뭐지?’ 하는 순간 불길과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솟구쳤습니다.” ㄱ씨는 2동 쪽으로 걸어가다 불길을 만났다. 시뻘건 불과 엄청난 열기, 숨이 막히는 매캐한 연기가 코를 스쳤다. ㄱ씨는 놀라서 엎드렸다가 다른 동료들을 따라 한 블록 건너 한누리대로까지 내달렸다. ‘펑’, ‘슈욱’ 폭발음이 마치 포탄 터지는 것 같았다.
ㄴ씨는 3동 8층에서 동료 3명과 같이 오후 작업을 시작했다가 연기와 불길에 휩싸였다.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며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이곳 저곳에서 고함이 들렸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연기와 열기가 심해 앞을 볼 수 없었다. 후들거리는 손발로 굴절 사다리를 타고 지상에 내리는 순간 안도의 눈물이 쏟아졌다. ㅇ씨 등 8명은 애초 불이 처음으로 났다고 전해진 7동의 4~5층에 고립됐다가 대테러구조단에 구조됐다.
세종소방서 소방관들은 이날 오전 청렴 교육을 받은 뒤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갑자기 출동 사이렌이 울려 창밖을 보니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이진호 세종소방서 대응예방과장은 “신고 3분 만인 오후 1시19분에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5분 뒤 대응 1단계를 내렸다. 건물 이곳 저곳에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매달려 있었다. 방화복을 입었는데도 300m 전방에서 열기를 느낄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고 전했다.
소방관들이 증원되고 특수구조대가 도착하자 소방본부는 방어적 진화에서 공격적 진화로 전환했다. 3동 지하에 갇힌 3명을 구하러 인명구조 베테랑인 윤종혁 소방관과 김동철 소방관 등이 투입됐다. 1m도 안 보이는 짙은 연기 속에서 윤 소방관이 맨홀에 빠져 중상을 입었다. 김 소방관은 일단 자신의 산소통을 벗어주고 탈출했다가 구조 장비를 갖추고 다시 돌아와 윤 소방관을 구해냈다. 3층 지하주차장의 3명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 26일 대형화재로 노동자 43명과 소방관 4명 등 47명이 사상한 세종시 트리쉐이드 주상복합건물에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임동권 세종소방서장은 “현장에 임시 대피 안내판과 간이 소화기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화재 감시자나 방화수를 배치하는 조처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하 주차장에서 용접 설비가 발견됐으나 이를 사용하다 불이 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공사 관계자들이 화재 초기에 진화를 시도했는지도 현장 감식 과정에서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