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과 강물이 넘나들며 버드나무 군락을 적셔줘야 할 장항습지 갯골에 각종 생활 쓰레기가 가득차 있다.
환경부와 경기 고양시가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 중인 장항습지의 생태계가 최근 급격히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김포대교~일산대교 사이 자유로 철책선 안쪽 7.6㎞ 구간의 장항습지에 가보니 예전의 평화롭고 고즈넉한 모습은 간 데 없었다. 대신 가시박과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족재비싸리나무, 붉은서나물 등 생태계 교란 식물과 외래, 육지 식물이 을씨년스럽게 뒤덮여 있었다. 가시박 덩굴과 환삼 덩굴로 뒤덮인 작은 나무들은 대부분 고사했고, 큰 나무들도 덩굴의 공격에 버티는 일이 위태로워 보였다.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인 경기도 고양 장항습지에 가시박 등 외래식물이 크게 번져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습지 곳곳은 상류에서 떠내려온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깡통 따위 생활 쓰레기들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탐조대에서는 2~3년 전만 해도 개펄에서 놀던 철새떼와 강물을 볼 수 있었으나 김포시와 경계 지점인 강 중간까지 너비 700m 가량 육지화가 진행돼 널따란 갈대숲이 생겨났다.
추수가 끝나 텅빈 경기도 고양시 장항습지 안 농경지에 큰기러기 등 겨울철새 수천마리가 찾아와 날갯짓을 하고 있다.
고양시 장항습지가 잇단 퇴적으로 육지화가 급속히 진행돼 강 중간인 김포시 경계 지점까지 갈대숲이 새로 조성됐다.
한강유역환경청도 조만간 전문업체를 선정해 지난해 장마 이후 쌓인 쓰레기 제거에 나설 계획이다. 육지화와 관련해 이 곳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습지보전 5개년 계획에 전문가와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평수(왼쪽) 한강유역네트워크 운영위원과 염형철(가운데)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윤용석(오른쪽) 고양시의원이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장항습지의 생태계 훼손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