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태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정말 수술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태 당선인은 특히 "과연 지난 20일 동안 김정은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일까"라면서 여전히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그 근거로 "오늘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 중 김정은 뒤에 등장한 차량 때문에 저의 의문은 말끔히 지워지지 않는다"며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살아 나오면서 짧은 거리도 걷기 힘들어 현지 지도 때마다 사용하던 차량이 다시 등장했다"고 말했다. 넓은 부지의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카트를 근거로 '건강이상설'에 대한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은 것이다.
▲ 카트 탄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노란색 카트에 앉아있고 김재룡 내각 총리 등 간부들도 동석했다.[조선중앙TV 화면 캡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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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 당선인은 그간 `북한 사정에 정통하다`라는 점을 내세워 북한 전문가임을 자임해 왔다. 이 때문에 CNN 등 외신에서도 태 당선인의 입을 빌려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관한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지성호 당선인이다. 지 당선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정은 사망설`까지 언급했다.
지 당선인은 지난 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며 "김 위원장이 심혈관질환 수술 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난 주말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여과 없이 전파를 탔고 유튜브와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널리 공유됐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은 `무탈하게` 등장한 김 위원장의 행보로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들의 태도다. 태영호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지성호 당선인 역시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내가 나름대로 파악한 내용에 따라 말씀드렸었던 것"이라며 자신의 오류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지 당선인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것 말고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김정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속단하지 말고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본인은 이미 별다른 근거도 없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속단'하는 등 신중하지 못한 언행을 해놓고, 이제 와서 '속단하지 말자'는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인 것이다.
민주당 "국민에게 허위정보, 거짓 선전·선동 사과하라"
이에 대해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태 당선자와 지 당선자는 당신들을 따뜻하게 안아준 대한민국 국민에게 허위정보, 거짓 선전·선동 등으로 답례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이어 "대한민국 정부가 '김정은 사망설'을 공식 부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신분을 이용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태 당선자와 지 당선자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의 허위정보로 인한 혼란으로 당 전체가 '가짜뉴스 발원지'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음에도 이날 이들 당선인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