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이라고 역할 특정하거나 한정할 수 없어”...대북 소통 창구 역할 주목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https://archivenew.vop.co.kr/images/bcd8eef26ef9c5609a1e631d884cb964/2020-01/marked/09011543_spike_2COW3126-1.jpg)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의 경우 다양한 경로로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낙점하게 된 시기는 대략 6월 17일에 있었던 청와대 초청 원로 오찬 이후였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급격히 경색된 남북관계 문제를 풀기 위해 전직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분야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는데, 그때 박 후보자도 초청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다고 원로 오찬이 (박 후보자 발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자실에서 박 후보자 발탁 소식에 탄성이 나올 정도로 인사 보안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박 후보자 본인"이라고도 평가했다.
박 후보자는 여권 인사가 아닐뿐더러 문 대통령과도 그간 각을 세웠던 이력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내부 정보를 긴밀히 알 수 있는 국정원장이라는 중직을 맡게 된 것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박 후보자 발탁 자체가 적극적인 대북 유화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박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특사로 활약하며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 중 한 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박 후보자는 이번에도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도 북한과의 긴밀한 소통 창구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외교·안보 라인은 콕 집어서 역할을 특정하거나 한정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안보실장, 통일장관, 국정원장 역할이 서로 가능한, 교차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박 후보자의 경우 어떤 역할로 추천이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한 자리, 한 역할이었겠느냐"며 "어쨌든 대통령은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 후보자로 가닥을 잡으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와 문 대통령이 과거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일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이번 인사로 대통령께서는 '지난 일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께서는 선거 때 일어났던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하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2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신임 당대표가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박지원, 이인영 당대표 후보 곁을 지나치고 있다. 자료사진.](https://archivenew.vop.co.kr/images/3264dab5a60b54204e686c661378fc46/2015-02/marked/08071605_A96U2901.jpg)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03년 대북송금 특검법이 공포된 뒤 특검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또한 2015년 민주당 당권 경쟁 과정에서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을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2017년 대선 때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거의 매일 문 대통령을 비난해 '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는 뜻의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으로 내정됐다고 청와대에서 발표한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2015년 2월 8일 전당대회 당시 사진이 올라와 재조명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45.3%로 당시 박지원 후보(41.78%)와 이인영 후보(12.92%)를 꺾고 당 대표에 당선됐는데, 이번 인사에서 박 후보는 국정원장으로, 이 후보는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돼 한배를 타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게 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전당대회 마지막 연설에서 "박지원 후보의 관록과 경륜, 이인영 후보의 젊음과 패기를 모두 다 업고 함께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번에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뒤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 대통령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후보자는 또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政(정)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자는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 대통령의 재가로 최종 임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