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단체 아니다’ 대법원 판결에도 “인노회는 이적단체” 고집...‘동료 밀고한 대가로 경찰 특채’ 의혹, 색깔론으로 물타기만
- 최지현 기자 cjh@vop.co.kr
- 발행 2022-08-18 17:26:3
- 수정 2022-08-18 17:45:49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공동취재사진) 2022.08.18.](https://archivenew.vop.co.kr/images/1812aa30a3115891f596d208ed3743f3/2022-08/1660802463_54ygQ53A_1309.jpg)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행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업무보고에서는 인노회에서 함께 활동한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로 특별채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국장을 향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김 국장은 1988년부터 노동운동 조직인 인노회에서 지역 책임자로 활동하다가 1989년 4월 인노회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될 무렵 돌연 잠적했고, 15명이 구속된 상태로 기소되면서 인노회 사건이 일단락된 지 두 달만인 같은 해 8월 경장 직급으로 갑자기 특채됐다.
경찰로 특채돼 승승장구하던 김 국장과는 달리 인노회 회원들은 이적단체로 낙인이 찍혀 처벌까지 받았다. 훗날 이들은 2020년 대법원 재심 판결을 통해 30여년 만에 이적단체의 누명을 벗었고, 현재 명예회복의 길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김 국장은 ‘인노회는 이적단체’라는 입장을 이날 행안위에서도 굽히지 않았다.
김 국장은 ‘인노회가 민주화운동 단체냐, 이적단체냐’는 국민의힘 박승민 의원의 질의에 조금의 고민도 없이 “이적단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인노회 관련 법원 판결이 세 번 있었는데 명백한 주사파 이적단체라 생각하냐’고 재차 묻자, 김 국장은 “네, 그렇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 역시 2020년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지금도 이적단체냐’고 거듭 물었는데, 김 국장은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 전까지) 27년간 이적단체라는 판결이 유지됐다”고 답했다. 대법원 판결을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심지어 김 국장은 ‘앞으로 경찰국장으로 일할 텐데 인노회가 주사파라는 입장에서 일할 것인가,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일할 것인가’라는 이 의원의 질문에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동료들을 밀고하기 위해 돌연 잠적한 것이 아니라 주체사상을 갖고 있는 인노회 활동을 그만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사파 활동을 한 것에 대한 염증, 주체사상이 갖고 있는 공포 이런 것들 때문에 전향했다”며 “이런 것들을 해소하는 길이 무엇인가 생각한 끝에 경찰이 되겠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김 국장이 만약 인노회를 ‘이적단체’라고 생각했다면 왜 가입을 해서 지역 책임자까지 맡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김 국장이 수사당국의 프락치 활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인노회를 왜 가입했냐”고 묻자, 김 국장은 “그 당시에는 주체사상에 심취돼 있던 때였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국장이 자신의 주장대로 만약 인노회가 주체사상에 물들어 있었다고 한다면, 어떤 계기로 주체사상에 회의를 느끼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그런 계기는 전혀 없이 갑자기 경찰이 된 점을 두고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 국장은 ‘주사파 활동에 회의를 느낀 게 경찰 투신의 계기가 된 것이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인노회가) 이적단체이기 때문에 경찰에 투신을 한 계기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에게 경장 특채 사유와 관련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18.](https://archivenew.vop.co.kr/images/1812aa30a3115891f596d208ed3743f3/2022-08/1660796095_2Op5ZZaI_3217.jpg)
‘이적단체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노회에 ‘이적단체’, ‘주사파’라는 색깔을 입히고 있는 김 국장의 태도에 야당 의원들은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그 당시 인노회에서 활동한 사람이 250명이다. 지금 눈을 다 시퍼렇게 뜨고 있다”며 “그중 인노회 구속자가 15명인데 14명이 민주유공자가 됐다. 1명만 범민련 문제가 껴서 유공자가 되지 못했는데 이번에 무죄를 받았다. 그분도 곧 유공자가 될 텐데, 왜 자꾸 (인노회를) 주사파로 몰고 가냐”고 질타했다.
이에 김 국장이 “당시 국가보안법 판례에 의해 이적단체로 판결이 났다”고 거듭 주장하자, 김 의원은 “지금은 아니지 않나”라며 “진실과 정의는 30년 전이나 100년 전이나 똑같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김 국장이 살아온 배경을 보면 다 나와 있다. 다만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니까 실증이 없을 뿐이다. 본인은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 저런 공무원을 데리고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판사 출신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판결을 무시하고 공무원이 업무를 일방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고 따졌고, 이 장관은 “대법원 판례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대법원판결로 (1989년) 그 당시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니게 됐다”며 “(그런데도 이적단체였다고 주장하는) 김 국장이 오히려 반헌법 세력인 거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