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폭우로 서울 서초구에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김다정씨 제공](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537/imgdb/original/2022/0819/20220819502599.jpg)
큰비가 잇따라 내리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제주, 충남 부여 등에 하루 100㎜에서 최대 300㎜ 넘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앞선 8일 서울에 내린 폭우는 적잖은 충격을 줬다. 10명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치로, 지난 115년 사이 겪어보지 못한 폭우였다. 이날 서울에만 시간당 강우량 130㎜, 하루 360㎜가 쏟아졌다. 강남 한복판이 물에 잠기고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도시 곳곳에서 빗물에 취약한 지역이 드러났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치수 대책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도 구체적인 대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는 강남구 한 곳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배수 처리 한계 넘는 폭우 잇따라
이번 비는 2010년 추석과 2011년 7월 폭우를 능가했다. 지금 서울의 치수, 즉 수해 방지 대책은 앞선 두차례 충격적인 비 피해를 겪으면서 마련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었음이 다시 드러났다. 실제 이번 비 피해를 통해 서울시의 강남구를 비롯한 자치구의 배수시설이 시간당 90㎜ 내외를 처리하도록 설계됐다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한반도 기후 현실은 이미 시간당 100㎜를 훌쩍 넘는 비가 내리고 있다.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전국적으로 시간당 100㎜ 이상, 일일 강우량 300㎜ 이상 강우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은 세계적인 인구 밀집 도시다. 그래서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피해를 보는 시민들도 많다. 이번에 여실히 드러난 것은 서울이 큰비에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번 비를 뛰어넘는 비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매우 크다.
차량 수천대가 물에 잠기는 심각한 침수 피해 탓에 가려졌지만, 이번 폭우 때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산사태도 함께 찾아왔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참사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현장이 눈에 띈 것만 세 곳이나 있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개웅산에서는 산 정상에 방치된 국가시설물의 진입도로가 무너져 내리면서 토사가 그 아래 아파트를 덮쳤다. 큰 참변으로 이어질 뻔했다. 사당동 극동아파트 축대 붕괴, 동작동 경문고등학교 산사태 등도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뻔한 위험천만했던 현장이다. 수도권인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산사태에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산 정상 주변에서 무너진 토사가 마을을 덮쳤다.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가 없었을 따름이지,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해마다 반복될 수 있는 하루 3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때 주택가 인근 산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2011년 7월의 서울 우면산 산사태 참사와 2020년 8월의 곡성 산사태, 가평 산사태 등의 피해 기억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하여 인구 밀집 지역 주변 산사태 위험 지역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20년 가평에서 세 모녀가 산사태로 참변을 당했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현장을 다녀갔지만, 분명한 재발 방지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경기도 가평, 양평, 남양주, 용인 등의 산자락에 위치한 전원주택, 식당, 카페 등의 시설에 대한 산사태 위험 점검과 안전진단 그리고 실효적인 조처들도 이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