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죽도록 일했지만, 지인 부의금 보내기도 어려웠다"

2024/07/03 08:58

[연금개혁이 말하지 않는 연금약자 ②] 지금 여기의 빈곤 노인

최용락 기자/박상혁 기자 | 기사입력 2024.07.03. 04: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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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6살이 된 이명옥 씨. 젊은 시절의 그는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서울시의회에서 의정 보좌관을 하기도 했다. 기자 일도, 보험설계사 일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하며 아들을 어엿한 성인으로 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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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명옥 씨에게도 노년은 찾아왔다. '다양한 직업'의 다른 말은 '취약하고 불안정한 노동'이었다. 평생 부지런히 일했지만 명옥 씨가 국민연금에 직장가입자로 당연가입할 수 있었던 기간은 4년여에 불과했다.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명옥 씨에게는 국민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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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명옥 씨는 여전히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싶어 특수치료 심리상담사, 장애인 직업삼당사, 이주과정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만 8개를 땄다. 간혹 잡지나 언론에 글도 쓴다. 하지만 노인이 된 그를 고용하겠다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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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 명옥 씨의 기본적인 생활자금은 기초연금이다. 부부라는 이유로 20% 감액돼 50만 원 정도가 가계통장에 들어온다. 여기에 기고를 통해 얻는 작은 수익과 아들이 부쳐주는 생활비를 합해 겨우 빈곤선 수준의 돈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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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갈 돈은 많다. 공과금만 합쳐도 20~30만 원은 훅 나간다. 생활이 빠듯하니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지인의 장례식에 부의금을 내기도 어렵다. 얼마 전에도 자존심을 누르고 '부의금 나갈 데가 갑자기 생겼네'라며 아들에게 돈을 부쳐달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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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 씨는 "노인들 상태가 이렇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며 "최소한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품위유지비는 벌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 이명옥 씨(오른쪽)가 친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명옥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선 이하…1분위 건강수명 65.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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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지고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때 적절한 소득이 없다면,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공적 연금이 가장 먼저 돌봐야 할 약자는 지금 빈곤한 노인이다. 연금제도의 핵심 기능이 그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상 40.4%였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중위소득 50%인 144만 원 이하의 돈으로 한 달 생계를 꾸린다는 뜻이다. 같은 해 OECD의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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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연금은 노인빈곤 문제 해소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22년 공적 연금 월 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 22만 1000원에 국민연금 36만 9000원을 합쳐 59만 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여기에 12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빈곤선과의 차액은 73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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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쌓아둔 자산이나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벼랑 끝에 선 노인들이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일을 계속하는 것뿐이다. 2021년 한국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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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실은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고령자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을뿐더러 가난한 사람의 몸이 빨리 닳는다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기대수명은 83.5세였지만, 건강기대수명은 70.9세였다.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 소득자의 건강기대수명은 65.6세로 5분위 73.9세와 8.3년 차이를 보였다.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리어카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연금 빈곤 노인에게 더 많이 줘야" vs "별도 소득보장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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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빈곤한 노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은 공적연금 제도의 틀 안에서는 조세가 재원인 기초연금(현행 수급범위 소득 하위 70%, 최대 수급액 33만 4810원)의 개혁 뿐이다. '소득 비례, 가입자 기여'가 원칙인 국민연금의 개혁으로는 이미 보험료 납부가 끝난 빈곤 노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도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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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기초연금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4월 '연금개혁 500인 공론화 회의'에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 교수는 "기초연금 제도의 단점은 정말 빈곤한 분들한테 급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빈곤한 분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소득 하위 70% 지급 범위를 고수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간 소득 정도로 지급 기준을 변경하고 더 빈곤한 분들한테 많은 급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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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적연금 제도 밖으로 눈을 돌리면 공공부조 등 다른 복지제도를 활용할 여지는 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야만적인 노인 빈곤 상황에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빈곤 노인에 대한 주거수당이나 보충적 소득보장제도 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대부분 노인이 받는 국민연금 수령액은 60만 원 이하"라며 제도 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그 이상으로 기초연금을 올리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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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방안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논의의 결론은 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 해결책을 찾는 일을 제1과제로 삼아 고민하는 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이에도 시간이 흐르며 명옥 씨와 같은 빈곤 노인들의 삶이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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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상혁 기자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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