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중국) 답방은 과거 30여년의 수교 역사를 디딤돌 삼아 양국의 새로운 30년을 설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방중 첫 공식 일정인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중국 국빈방문을 통해 달성하려는 최우선 목표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급랭해 윤석열 정부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선결해야 할 양국 간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구상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단절된 북-미 대화의 복원을 돕고 이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는 것이다. 여기엔 북한의 혈맹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협조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해관계 공유가 필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도 “(중국의) 국빈관인 조어대는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이 개최된 곳”이라며 “중국은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도 더없이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며 절박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당장 중국으로부터 ‘확답’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중국은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핵 관련 이슈에 대한 언급을 아예 피하며 메시지 관리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쪽 관심사인 한한령 해제, 서해 구조물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은 ‘한한령’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 교류에 대한 상호 공감대를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게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중국이 설치한 서해 불법구조물도 되도록 정상 간 ‘담판’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경제 분야는 양국의 협력이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중국과 양해각서(MOU) 체결 건이 10건이 훌쩍 넘는다”며 “경제 산업, 기후 환경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내밀 청구서 중에는 민감한 현안과 관련된 것들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대만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방송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저 역시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2021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을 언급하며 미국 입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이번 방중을 앞두고선 정부의 기존 원칙과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이전보다는 중국을 배려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이 대통령이 시시티브이 인터뷰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논리가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국 견제 역할에 무조건 동조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서영지 기자, 박민희 선임기자 yj@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