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직면한 오세훈…명태균 "1심 유죄 나올 것"

2026/06/06 09:36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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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막판 대역전한 날 찬물 끼얹어

"잔칫날이지만 경거망동 말고 자중자애하라"

'여론조사 비용 대납'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부, 지방선거로 중단했던 재판 10일 재개

17일 변론 종결…이달 내~7월 중순 선고할 듯

벌금 100만원 이상, 시장직 잃고 대선 못 나와

오세훈 "사기 범죄자의 거짓말, 특검 정치공작"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오세훈 서울시장이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를 상대로 막판 대역전극을 펼친 끝에 5선에 성공하고 업무에 복귀한 4일 오후,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세훈 시장 당선 축하드린다. 잔칫날 재 뿌리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도 잘 알다시피 1심 유죄가 나온다"면서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자애하라"고 전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 지난해 12월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 시장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장담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실제 선거로 인해 5월 내내 멈췄던 오 시장 관련 재판은 오는 10일 재개되며 재판부는 17일에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특검법에 의하면 1심 선고는 공소제기일로부터 6개월(3심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12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하지만 그간 한 달 이상 재판이 중단됐고, 형사 사건에서 결심공판이 끝난 뒤 판결까지 통상 2~4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오 시장의 선고기일은 빠르면 이달 내, 늦으면 7월 중순쯤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명태균 씨와 얽혀 있는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은 선거 전부터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로 지적돼왔다. 오 시장이 만약 유죄 선고를 받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면 정치자금법에 따라 서울시장직을 잃게 된다. 향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도 없으며,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는 경우 공직 임명·취임 제한 기간은 10년으로 늘어난다. 이는 극적인 선거 승리로 차기 대권 도전에도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받는 오 시장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여서 그가 법적 위기까지 이겨낼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아래는 오세훈 서울시장. 2025.10.23. 연합뉴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한정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 씨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강 전 부시장은 오 시장의 지시로 명 씨와 연락하며 설문지를 주고받는 등 여론조사 진행에 관해 상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 공소사실에 따르면 명 씨는 2021년 1월 22일∼2월 28일 공표용 여론조사 3회, 비공표용 7회 등 총 10회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김 씨는 같은 해 2월 1일부터 3월 26일 사이 5회에 걸쳐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총 3300만 원을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무자 강혜경 씨에게 지급했다. 특검팀은 김 씨가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을 위해 여론조사 비용을 낸 행위가 정치자금법 45조 1항에서 금지한 '불법 기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조항은 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 씨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주선으로 오 시장을 7차례 만났으며, 오 시장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살려달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밝혀왔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대가로 아파트 제공을 약속했으며, 김 전 의원에게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는 주장도 했다. 다만 비용을 받고 여론조사를 한 명 씨는 별다른 위법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기소되진 않았다.

반면 오 시장은 명 씨와 만난 사실은 있지만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관계를 끊었다며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았고 결과를 받아본 일도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정치 특검의 오세훈 죽이기' '이재명 정권을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기소 당일 입장문에서 "특검이 민주당 하명에 따라 정해진 기소를 강행했다"며 "사기 범죄자 명태균의 거짓말뿐, 증거도 실체도 없는 사건에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기소 이유를 조각조각 꿰맞췄다"고 강력 반발했다. 김한정 씨 역시 오 시장 캠프와 무관하게 비용을 냈다는 입장이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명 씨에게 오 시장을 잘 보이게 하려고 명 씨를 도와줬다고 해명했다.

 

지난 2021년 4월 24일 저녁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원자인 김한정 회장의 제주 서귀포시 별장에서 찍은 단체 사진. 왼쪽부터 최용휘 전 대구시 서울본부 대외협력팀장, 명태균 씨, 김한정 회장,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 2025.4.23.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 실행 날짜와 오세훈 시장 최측근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이 강혜경 씨 개인계좌로 돈을 보낸 날짜. 2024.11.22. 뉴스타파

재판이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 시장 변호인은 지난 4월 1일 4차 공판 때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를 상대로 6·3 지방선거 전인 5월 초까지 선고를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로 선거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선고를 지방선거 이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오 시장은 이틀 뒤인 4월 3일 5차 공판 때 법정에서 직접 "선거일이 다가오기 전에 선고가 나오지 않으면 이 재판 진행 자체가 저에게는 엄청난 악재가 된다"며 동일한 요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선거 후에 결론 내리겠다고 재차 못박았다. 다만 "피고인 신문은 선거 전에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의 무죄를 확신했거나,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재판부가 국민의힘 소속 현직 서울시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실패한 셈이다. 이날 공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명 씨는 오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며, 2021년 1월 20일 회동 때 오 시장이 여론조사 2000개 샘플에 얼마나 드냐고 물어서 2000만 원 정도 든다고 답했다고 시종 오 시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갔다. 재판부가 "강철원 말고 오세훈에게 통으로 한번 의뢰받은 게 맞느냐"고 묻자 명 씨는 "네"라고 답했다.

4월 15일 6차 공판 때 재판장인 조형우 부장판사가 이날 오후 간단하게 증거조사를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냈으나 오 시장은 오후 2시 20분에 선거 관련 일정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조 부장판사가 "그럼 안 되겠네. 이것도 안 되시고 저것도 안 되시고"라고 하자 오 시장은 "일찍 끝날 거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은 "왜 마음대로 생각하냐"면서 "수사보고서 증거 인부(증거물에 대한 의견 제시)도 어제서야 내고 저도 뒤늦게 봐서 겨우겨우 정리했다. 본인이 쉽게 생각하는데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4월 22일 7차 공판 때 김한정 씨와 강혜경 씨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 등에 대한 증거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6월 10일부터 재판을 재개하겠다"면서 "6월 17일 오 시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고 변론을 마무리하는 결심 절차를 갖겠다"고 알렸다. 결심 절차에서는 특검팀의 최종의견 진술과 구형, 변호인의 최종변론, 오 시장의 최후진술, 재판부의 선고기일 지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재판부는 오 시장 신문에 앞서 오는 10일 강 전 부시장, 12일 김 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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