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넨셀 창업주 강세찬 교수, 포렌식 현장 목격 증언
2026-09-15 01:05:31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 제넨셀의 창업주 강세찬 경희대 교수가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검찰이 압수한 컴퓨터를 포렌식으로 훑을 때 넣은 검색어가 민주당 정치인 이름이었다. 강 교수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세 사람의 이름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와 얽힌 알선수재 사건 수사에서 나온 검색어치고는 방향이 엉뚱하다. 김승원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늘 열린다.
키워드 자체가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강 교수가 압수수색을 받은 곳은 한 곳이 아니었다. 그는 "제 사무실, 제 연구실, 제넨셀 등 여러 군데를 동시에 진행하더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검찰이 지정한 곳으로 갔다고 했다. 변호인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사실도 그때는 몰랐다. 영장도 온전히 보지 못했다. 강 교수는 "그 앞부분만 보여주고 내용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브로커 양수진씨의 알선수재 혐의 참고인 조사라는 설명만 들었다.
검색 과정은 회사 직원들이 옆에서 지켜봤다. 자기 컴퓨터를 뒤지는데 안 볼 수가 없었다. 강 교수는 "하나씩 선별해서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키워드 자체는 민주당 의원들이 나온 것들이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넣는 장면은 당시 제넨셀 홍보이사가 봤다고 전했다.
이름을 몇 개나 넣었는지 묻자 강 교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다만 자신이 아는 것은 세 명이라고 했다. "이낙연, 이재명, 그다음에 김승원"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들이 이 문제를 항의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사 검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그는 기억을 꺼냈다. "엄청 짜증내더니만, 잘 안 됐는지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이다.
브로커 양씨의 인맥에 대한 평가도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주장과 달랐다. 강 교수는 양씨가 "국민의힘 인사들, 윤석열 쪽과 관계가 있었던 것 같더라"고 말했다. 정치 성향이 아니라 사업 때문에 여기저기 많이 알고 지냈다는 설명이다. 한 의원이 이 사건을 '민주당 오빠들 게이트'로 부르는 데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그 오빠들 많죠, 다른 데도요."
2022년 11월 수사보고서에 적힌 ‘친이재명계’
검찰의 시선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초기 수사보고서에 남아 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 검사가 2022년 11월 작성한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승원 후보자의 이력과 인맥이 정리돼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단에 속했다는 내용이 있다.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는 대목도 적혀 있다. 2021년 이재명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내용도 있다. 2022년 9월 민주당 법률위원장에 임명된 이력도 적혔다. 식약처 인허가 사건 수사 초기에 굳이 정리할 이유가 없는 정보다.
보고서에는 언론 기사도 첨부됐다. 뉴데일리 등이 김승원 후보자와 이재명 캠프의 관계를 다룬 기사들이다. 화천대유와 김만배씨, 원유철 전 의원 등의 이름이 함께 적힌 부분도 확인됐다.
사건은 1년쯤 뒤 자리를 옮긴다.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맡던 수사가 형사5부로 재배당됐다. 형사5부는 정치인과 기업 비리를 다루던 부서다. 재배당 시점도 눈에 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인 이진동 검사가 2023년 9월 서울서부지검장으로 부임한 직후였다. 그때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의원이었다.
수사를 받던 양씨도 같은 의문을 남겼다. 양씨는 검사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쪽 의원님에게 부탁했다면 이렇게 오래 수사를 받을까 싶다." 이 진술은 조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 김승원 후보자는 제넨셀 관련자들의 재판에 나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담당 검사가 피의자들에게 한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김승원 국회의원의 옷을 벗기겠다"는 말이었다. 검사 12명이 2년 넘게 매달린 이 수사는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났다.
한동훈이 잘라낸 ‘복마전’
한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녹취에는 날짜와 제목이 또렷하게 붙어 있었다. 2021년 10월 7일 통화라는 표시가 먼저 나온다. 그 아래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 벌 수 있는 거잖아"라는 김 후보자의 말이 놓였다. 기자들이 제목으로 뽑기 좋은 형태였다. 그러나 원문은 이보다 훨씬 길다.
원문에서 양씨는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이 늦어지는 사정을 길게 설명한다. 담당자가 바뀌어 결과 발표가 미뤄졌다는 이야기다. 해외 치료제는 70만원인데 국내에서 만들면 10만원 수준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문제의 발언은 그 뒤에 이어진다. 앞에는 "거기 식약처, 그게 복마전인 것 같더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뒤에는 로비가 치열해 심사가 늦어진다는 취지의 설명이 따라온다. 제넨셀이 수천억을 번다는 말이 아니라 식약처 인허가 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한 의원이 공개한 판본에서는 이 앞뒤가 모두 사라졌다.
이어지는 대목도 빠졌다. 김 후보자는 전화를 걸어주겠다고 먼저 말하지 않았다. 자료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다음날 출력해 검토했다. 그리고 "햄스터 상대로 한 것 같은데 95%가 회복됐네"라며 수치를 짚었다. 수입 치료제보다 값이 크게 내려간다는 점도 함께 거론했다. "국부 유출과도 관계가 있으니까"라고 했다.
최재성 전 의원과의 녹취에서도 같은 방식이 반복됐다. 양씨는 최 전 의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식약처장님한테 부탁할 건 아니고 왜 딜레이가 되는지 확인만 해달라고 그랬다." 승인을 내달라는 부탁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이 문장이 없다. 김 후보자와 양씨의 마지막 통화는 2023년 2월이다. 그 뒤로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녹취는 나오지 않는다. 돈이 오간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다.
브로커 통화에 등장한 국민의힘 인사들
양씨의 통화 상대는 대선을 기점으로 바뀐다. 2022년 3월 15일 녹취에서 강 교수는 국민의힘 쪽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양씨는 이 자리에서 "구순성 아저씨가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조달청 사업 이야기였다. 양씨가 구씨에게 연락하자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자료 다 달라, 내가 조달청장이랑 이야기 좀 해볼게"라는 말이었다. 양씨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런 게 좋아, 말을 하면 되게 빠르게 진행돼."
구순성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경호관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때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양씨의 인맥은 군 쪽으로도 뻗어 있다. 녹취에는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이 등장한다. 김용현 전 경호처장과 경쟁 관계로 거론되던 군 인사다. 양씨는 그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올해 잘 될 거니까 좀만 버텨봐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2023년 5월 24일 찍힌 사진도 공개됐다. 중소기업 관련 행사에서 양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장면이다. 정권이 바뀌자 상대를 갈아탄 브로커의 궤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이쪽 이름이 하나도 없다.
기소계획서는 어디서 나왔나
남은 의문은 자료의 출처다. 한 의원이 공개한 문건 중에는 기소계획서가 있다. 검찰 내부 문건이고 재판 기록에 첨부되지 않는 자료다. 변호인도 기자도 정상적인 경로로는 볼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유출 경위를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문건이 정치인 손을 거쳐 밖으로 나온 전례는 이미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이다. 문건을 작성한 손준성 전 검사는 무죄를 받았다. 김웅 전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고리가 끊겨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제3자가 끼어들었을 가능성을 법원이 배제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검찰에서 받았다고 말하면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에 처음 신고했던 인물도 자신이 한 의원에게 건네지 않았다고 했다. 브로커 양씨도, 강 교수도 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둘이다. 검찰로부터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면 누구를 거쳐 받았는가. 법무부 장관 시절 본인이 들고 나온 것은 아닌가.
한 의원은 자신이 잘라낸 문장들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