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시민기자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원이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 연구교수다. 국제법·과학기술혁신(STI) 전문가로 ITU Expert,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 최연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AI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을 맡고 있다. 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 자문을 수행했으며 대한민국인재상, 대통령표창, 법제처장표창, 과기정통부 장관표창 등을 수상했다.
-
입력 2026.09.15 07:30
-
수정 2026.09.15 07:32
-
댓글 0
정당은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서로 다른 정책과 인재를 경쟁시키며,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존재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공동체를 공동의 좋은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이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는 누가 권력을 갖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였다.
존 스튜어트 밀 역시 민주주의의 가치를 단순한 다수결에 두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히고, 시민이 공적 문제에 참여하며, 더 나은 판단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였다.
동양의 정치철학 역시 다르지 않았다. 공자가 강조한 것은 사적 관계보다 공적 기준을 앞세우는 정치였고, 법가가 던진 문제의식은 더 냉정했다. 좋은 사람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정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앞서 언급한 기준에서 지금 시민들 앞에서 떳떳한 정당인가? 아니면 누가 누구와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공천과 인사의 문을 관리하는 정당이 되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 사건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유동철 컷오프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입한 유동철 당시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부산시당위원장에서 경선조차 못해보고 억울하게 컷오프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공천에는 당연히 심사기준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기준을 당원과 후보자들이 신뢰할 수 있었느냐다. 다시말해 “내가 경쟁에서 진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경쟁할 기회가 없었던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 순간 공천은 정치적 갈등의 씨앗이 된다.
이 사건을 더 무겁게 보는 이유가 있다. 2022년 민주당 부산시당은 연이은 선거 패배 이후 혁신위원회를 구성했고, 당시 유동철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민주당 부산시당이 내놓은 진단은 지금 들어도 낯설지 않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민생 의제가 소외됐다. 청년과 정치신인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당원 참여가 부족했다. 그래서 정치신인 발굴 시스템, 시민참여 공천, 당원 중심 민주주의 등이 제안됐다.
2022년에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026년에도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로운 인재가 부족하다.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당원들이 공천을 신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문제의 진단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혁신을 실행할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영도구청장 공천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지 않았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당초 김철훈 후보를 단수공천했다. 그런데 이의제기와 재심을 거쳐 다시 경선으로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김철훈·박성윤·신기삼 등이 경쟁하는 경선 구조로 변경됐다. 이후 최종 후보는 김철훈으로 결정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후보가 됐느냐만이 아니다. 왜 단수였고, 왜 다시 경선이 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왜 후보자 간 갈등이 커졌는가. 왜 공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지역사회로 번졌는가. 민주당 부산시당이 스스로 내세운 2026년 공천 원칙은 ‘4무’였다. 부적격 후보자 제로, 억울한 컷오프 제로. 낙하산 공천 제로. 불공정 심사 제로. 그렇다면 바로 물어야 한다. 그 원칙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박영미 당시 중·영도 지역위원장은 부산 민주당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했고, 이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된 역할을 맡았다. 혁신을 말하는 정치인에게는 혁신의 결과를 물어야 한다. 당신이 참여했던 정치적 구조에서 새로운 인재가 얼마나 들어왔는가. 후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었는가. 영도와 부산의 정책 경쟁이 얼마나 발전했는가.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정치인끼리 갈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천이라는 제도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제거하기 위해 존재한다. 공천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시민에게 선택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을 경쟁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책토론을 하면 된다.
지역 여론으로 평가하면 된다. 도덕성을 검증하면 된다. 정책을 검증하면 된다. 경선을 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공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정당은 신뢰를 잃는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묻는다. 이런 일이 영도만의 일이었겠는가.
2026년 공천은 ‘재탕에 재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부산 민주당은 2026년에도 과거 인물을 대거 다시 호출했다. 연합뉴스는 당시 민주당 내부의 40대 정치인 발언을 통해 같은 인물들이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현상을 당의 인재육성 시스템 문제와 연결해 보도했다.
이것은 “전직 구청장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행정을 했던 사람이 다시 출마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문제는 정당이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고도 충분한 경쟁기회를 제공했는가다. 8년 동안 정치적 환경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왜 후보군은 이렇게 익숙한가. 정당이 인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지도가 있는 사람을 재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은 세대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젊은 사람을 더 넣자”로 끝내면 안 된다. 그것도 또 다른 구호정치다. 젊다고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낡은 정치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정책·공공성·실행력이다. 정당이 정말 혁신하려면 ‘청년’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재성이 중요하다.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은 이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이재성을 영입인재 2호로 영입했다. 그는 IT·게임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경제 전문가이로 소개했다.
이재성이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이 말하는 ‘새로운 인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당은 전문가를 영입했다. 그런데 전문가를 영입했다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그 전문성을 정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존 정치인과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진영이나 관계가 아니라 정책과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영입인재를 데려와 놓고 결국 기존 정치문화에 적응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재영입이 아니다. 인재전시다.
전재수 시장의 부산시장 당선은 분명한 성과다. 민주당은 8년 만에 부산시장직을 되찾았다. 그러나 동시에 부산시민은 민주당에 모든 권력을 주지 않았다. 부산시민은 시장과 기초단체장, 시의원을 서로 다르게 선택했다. 이것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다. 부산시민은 정당보다 사람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재수 시장 역시 승자의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자신과 경쟁했던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자신과 정치적 색깔이 다른 사람에게도 능력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가. 이것이 중요하다. 정치에서 경쟁자는 제거할 대상이 아니다. 경쟁자는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승자의 품격은 ‘내 사람’을 얼마나 챙겼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에서 가장 쉬운 일은 자신에게 충성한 사람을 챙기는 것이다. 어려운 것은 자신에게 불편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문가. 자신과 다른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 선거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사람.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사람. 그 사람이 능력이 있다면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통합이다. 자신에게 줄 선 사람만 모아놓고 “통합”이라고 말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정당의 인재 시스템은 선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면 인사가 시작된다. 누가 정부로 가는가. 누가 공공기관으로 가는가. 누가 산하기관장을 맡는가. 누가 다시 정치할 수 있는 발판을 얻는가. 그래서 공천과 인사는 사실 하나의 문제다. 공천이 정치적 관계로 작동하고, 인사도 정치적 관계로 작동한다면, 결국 같은 사람들이 계속 순환한다.
2026년 지방선거 이후 부산 민주당의 낙선 정치인들이 부산시 정무라인 등에서 주요 역할을 맡는 흐름을 두고 정치적 재기의 발판 아니냐는 지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물론 특정 인사의 임명이 정치적 보은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렇게 의심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인사제도를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치 경험이 공공정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은 하나다. 왜 이 사람인가. 그리고 그 기관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민주당이 과거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왔다면 더 엄격해야 한다. 우리가 권력을 잡았을 때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치적 개혁의 최소한이어야 한다.
2026년 9월 부산시는 공석이었던 산하 출연기관 가운데 7개 기관장을 새로 임명했다. 부산시는 이번 인사를 ‘전문성·현장 경험·젊은 리더십’에 방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기관장에게 필요한 것은 직무 적합성이다. 그러나, 글로벌도시, 여성·평생교육, 문화 부문에선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 가운데,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에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김윤규 교수가 임명됐다. 그의 예술 분야 경력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부산시민이라면 물어볼 수 있다.
부산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는가. 부산에는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기획자, 연구자, 대학, 공연단체가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문화기관을 이끌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부산 내부의 인재들은 어떤 평가를 받았는가. 공모 과정에서 몇 명이 지원했고, 어떤 평가기준을 적용했고, 후보들은 어떤 사람들이 공모를 했으며, 점수 차이는 어느정도인지 왜 최종적으로 그 사람이 선택됐는가. 이것을 공개하면 된다. 출신지역을 따질 것이 아니라 선정과정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부산시가 정말 젊은 리더십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좋다. 그러나 이름표가 아니라 성과로 증명하면 된다. 기관장 취임과 동시에 3대 핵심목표, 5대 성과지표, 2년 뒤 평가기준을 공개하자. 그러면 시민들은 판단할 수 있다. 젊어서 잘했는지, 전문성이 있어서 잘했는지, 아니면 그냥 정치적으로 임명됐는지. 성과가 모든 논란을 잠재울 것이다.
부산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도 연구자, 기업인, 문화예술인, 해양 전문가가 널려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정치에 들어와도 기존 정치의 관계망을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능한 사람은 정치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정치에 남는 사람은 점점 비슷해진다. 그것이 정당의 가장 큰 위기다.
그래서 민주당과 전재수 시장은 공천과 추천 과정과 경로 등을 기록하고 공개해야 한다 평가항목. 배점. 심사위원. 이해충돌. 재심. 이의제기. 결과. 이것을 모두 투명하게 기록하고 필요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그게 투명성의 원칙이다. 또한, 누구도 공천기구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지역위원장이 공천기구를 장악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특정 계파가 지역위원장의 참여 자체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은 하정우 수석을 영입하는 등 AI정책에 공을 들인만큼 공천 심사 과정에 AI를 도입해 공천 감사·검증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등 혁신적인 모델을 도입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후보자 비교분석, 공약의 실현가능성 분석, 기존 공약과 중복성 분석, 지역 현안과 공약의 연계성 분석, 심사위원 이해충돌 탐지, 평가점수 이상치 탐지, 특정 후보에게 유난히 높은·낮은 점수가 반복되는지 분석, 재심 과정에서 기준 변경 여부 기록 등에 적용하는 것이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결정하되 데이터가 감시하는 공천제도다. 이 정도는 되어야 민주당과 부산에서 AI와 혁신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기존 정치인은 지역조직과 인지도, 당직 경력,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신인에게 가산점 몇 퍼센트를 주는 것으로 구조적 격차를 없애기 어렵다. 그래서 신인에게 ‘경쟁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책토론. 공개검증. 당원평가. 주민평가. 본경선. 이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젊어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데 기존 조직 때문에 기회를 못 얻는 사람에게 경기장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진짜 혁신이다.
그리고 정당은 실패한 사람도 다시 쓸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중요하다. 한 번 선거에서 졌다고 정치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사람이라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한 번 출마했다고 정치적 자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낙선자는 다시 검증받아야 한다. 공공기관에 간다면 전문성을 검증받고, 당직을 맡는다면 정책성과를 보여주고, 다시 공천을 받는다면 시민 앞에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 정치적 재활용이 아니라 정치적 재검증이어야 한다.
공자는 사적인 관계보다 공적인 의를 강조했다. 법가는 사람의 선의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를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공동체의 목적을 공동선에서 찾았다. 밀은 다양한 의견과 참여를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로 보았다.
서로 다른 전통이 결국 만나는 곳이 있다. 정치는 사적인 이익을 공적인 권력으로 포장하는 기술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좋은 정치는 좋은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고 나쁜 정치가 제어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공천은 정치인의 사적 권리가 아니다. 정당의 공적 권한이다. 그리고 그 공천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시민이다. 그러므로 공천의 모든 과정은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 사람인가.” “왜 저 사람은 아닌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가.” “누가 결정했는가.” “이의제기가 있었다면 어떻게 처리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2026년 부산시당은 공천에서 ‘4무 원칙’을 제시했다. 부적격 후보자 제로. 억울한 컷오프 제로. 낙하산 공천 제로. 불법·불공정 심사 제로. 그리고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공천 프로세스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들이 물을 차례다. 그 약속은 지켜졌는가. 유동철 지역위원장 컷오프를 둘러싼 논란에서는 어땠는가. 영도에서는 어땠는가. 사상에서는 어땠는가. 비례대표에서는 어땠는가. 그리고 공천기구 구성 자체를 둘러싼 이번 뉴탐사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민주당은 2026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정치적 성과다. 그러나 부산시민은 민주당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았다. 이것은 부산시민이 정당보다 후보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정당 내부는 여전히 사람을 정당보다 먼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산 정치의 미래는 ‘줄서기’가 아니라 ‘실력’이어야 한다
부산은 이제 변해야 한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발탁해서도 안 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배제해서도 안 된다. 민주당 사람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에 앉혀서도 안 된다. 국민의힘 사람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으로 나와 가깝다고 해서 좋은 사람도 아니다. 나와 멀다고 해서 나쁜 사람도 아니다. 정치의 기준은 능력과 공공성이다. 이것이야말로 부산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새로운 정치다.
사람을 키우는 정당은 공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은 내부에서 더 좋은 사람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의 현역 정치인은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정당의 경쟁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천기구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특정 인물의 진입을 막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을 짠다면 그 정당은 이미 미래보다 현재의 자리를 지키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문제는 ‘인재의 선순환’과 ‘자리의 순환’ 중 무엇인가다.
발굴한다. 경쟁시킨다. 선택한다. 검증한다. 성공하면 키운다. 실패하면 다시 검증한다. 다음 세대에게 넘긴다. 이것이 인재의 선순환이다. 그러나 다른 방식도 있다. 공천한다. 낙선한다. 당직을 준다. 공공기관으로 보낸다. 다시 공천한다. 또 다른 사람과 자리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같은 사람들이 돌아온다. 이것은 자리의 순환이다.
2022년 혁신위원회가 이미 문제를 진단했다. 그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유동철은 2025년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됐다. 2026년에는 공천기구 구성과 관련해 특정 인사들이 사전에 논의했다는 녹취 보도가 나왔다. 영도에서는 단수공천이 재경선으로 바뀌었다. 사상에서는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인 영입인재는 기존 정치의 구조 안에서 경쟁해야 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 정치인과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자리의 순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을 모두 우연이라고 설명할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부산 정치의 구조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신호다.
정당은 권력을 얻기 위한 조직이지만, 권력을 얻은 뒤에는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겼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 승리가 부산시민에게 백지수표를 받은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시장과 구청장과 시의원을 다르게 선택했다. 그것은 시민들이 정치인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제 정당도 시민의 수준을 따라가야 한다. “우리 당이니까”가 아니라 “우리 후보가 왜 더 나은가”를 설명해야 한다.
공천이 이미 정해진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당직이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고, 공공기관이 정치적 재기의 통로처럼 보인다면 누가 정치에 들어오겠는가. 결국 정당은 점점 비슷한 사람들만 남는다. 그리고 정당의 미래는 점점 좁아진다. 당직 경력만 보지 말자. 정책 포트폴리오를 보자.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본 경험을 보자.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 전문가가 실제 정책결정권을 갖게 하자. 낙선자를 무조건 배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낙선자를 무조건 보호할 이유도 없다. 다시 능력으로 검증받게 하자.
혁신은 경쟁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사람을 고르는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여는 것이다. 혁신은 나와 다른 사람도 능력만 있으면 함께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혁신은 자리를 독점하지 않는 것이다.
정치의 수준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난다. 유동철이 불편하면 정책으로 경쟁하면 된다. 이재성이 기존 정치인과 다르면 그의 전문성을 활용하면 된다. 경쟁했던 사람이 능력이 있다면 다시 쓰면 된다. 박영미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토론하면 된다. 영도에서 공천에 이의를 제기한 후보가 있다면 기준을 설명하면 된다. 공천을 문제 삼는 당원이 있다면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사람을 없애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논쟁을 제도 안에서 끝까지 하는 것이 정치다.
과거의 정치인가. 미래의 정치인가. 사람을 줄 세우는 정치인가. 사람을 경쟁시키는 정치인가. 내 사람을 만드는 정치인가. 부산의 사람을 만드는 정치인가. 자리를 나누는 정치인가. 기회를 나누는 정치인가. 필자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은 더 이상 ‘누가 누구와 친한가’를 놓고 싸울 여유가 없다. 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이 떠나고 있다. 산업이 변하고 있다. AI와 해양산업이 결합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북항이라는 거대한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은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당이 여전히 공천과 자리 배분을 둘러싼 내부 권력게임에 머물러 있다면, 시민들이 왜 그 정당을 신뢰해야 하는가.
부산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여당도 강해야 하고 야당도 강해야 한다. 전재수 시장이 성공해야 부산도 성공한다. 민주당이 정책정당으로 성장해야 부산 정치의 경쟁도 좋아진다.
강한 정당은 사람을 통제하는 정당이 아니다. 강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이다. 강한 정당은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강한 정당은 내부의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강한 정당은 공천기구를 누가 장악하느냐를 두고 싸우지 않는다. 누가 부산을 더 잘 바꿀 수 있느냐를 놓고 싸운다. 그래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정당은 왜 존재하는가. 사람을 위한 것인가. 자리를 위한 것인가. 권력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시민을 위한 것인가. 답은 너무 당연하다.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천도 시민을 위해 해야 한다. 인사도 시민을 위해 해야 한다. 정책도 시민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뽑을 때는 “내 사람인가”가 아니라 “유능한사람인가”를 물어야 한다.
유동철에게 필요한 것은 당직 하나가 아니다. 그의 정책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싱크탱크다. 이재성에게 필요한 것은 ‘영입인재 2호’라는 명찰이 아니다. 그의 산업·AI 전문성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정치적 공간이다. 청년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이라는 이름이 아니다. 실제로 경쟁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낙선자에게 필요한 것도 자동으로 돌아오는 자리가 아니다. 다시 시민 앞에서 검증받을 기회다.
공공기관장에게 필요한 것도 ‘젊은 리더십’이라는 수식어가 아니다. 그 기관을 실제로 발전시킬 전문성과 성과다. 그리고 민주당 부산시당에 필요한 것도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문화다.
2022년에 혁신을 진단했으면 이제 실행해야 한다. 2025년에 공정한 경쟁을 약속했으면 이제 증명해야 한다. 2026년에 공천 논란이 반복됐다면 이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번 뉴탐사의 녹취 보도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정당은 피하지 말고 설명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책임져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자료를 공개해 명확하게 반박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정당이 언론보다 먼저 투명해야 한다. 정당이 시민보다 먼저 자신의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인재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정당이 인재를 키우지 않고 자리를 돌려 쓰기 시작하는 순간, ‘인재의 선순환’은 ‘자리의 순환’으로 바뀐다. 그리고 자리의 순환이 계속되면 새로운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도 들어오지 않는다. 새로운 정책도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정당은 과거의 사람과 과거의 성공방식을 반복하게 된다.
재탕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있다. 그러나 재탕으로 부산의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 이제 부산 민주당이 증명해야 한다. 사람을 줄 세우는 정당인지, 사람을 키우는 정당인지. 자리를 돌려 쓰는 정당인지, 기회를 돌려주는 정당인지. 내 사람을 만드는 정당인지, 부산의 사람을 만드는 정당인지. 그 답은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과 다음 인사에서부터 드러날 것이다. 그 답을 부산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