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한강버스 비위 내부조사 '무마·은폐' 의혹

2026/10/17 08:48

2026년 10월 15일 09시 50분

지난해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한강버스 선박 건조업체 수의계약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여 산하기관 고위 간부의 리베이트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의뢰서까지 작성했지만, 돌연 감사위원장의 ‘조사자료 일체 파기’ 지시에 따라 조사가 중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수사의뢰서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고된 뒤 감사위원장이 ‘자료 파기’ 지시를 내린 사실도 함께 확인되면서, 오 시장의 결정과 지시로 조사가 무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익명의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에 접수된 사실을 파악하고 국회를 통해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수소문 끝에 공익신고자를 직접 만나 더욱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 공익신고자는 당시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벌어진 일을 잘 알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이다.
▲ 뉴스타파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한강버스 관련 공익신고자.

“가덕중공업 선정 경위 강력 감사할 것” 오 시장 발언 직후 조사 개시

공익신고자 증언과 신고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9월 1일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이 감사위원장에게 지난 2024년 가덕중공업의 한강버스 건조 수의계약 경위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앞선 8월 29일 서울시의회에서 가덕중공업 문제로 강한 질책을 받은 오세훈 시장은 “이렇게 문제 많은 업체가 어떻게 선정됐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강력한 감사를 실시해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이 발언 사흘 뒤에 내려온 조사 지시였다.
공익신고자에 따르면 서울시 기획조정실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초부터 한강버스 공동사업자인 SH(서울도시주택개발공사) 내부 제보자로부터 가덕중공업 문제를 보고받고 있었다. 
가덕중공업은 한강버스 사업 초기인 지난 2024년 초부터 선박 건조 능력 부족과 사업비 과다 집행 등 숱한 논란 속에 최초 수의계약 경위에 대한 의혹이 강하게 제기돼 온 업체다. 실제로 가덕중공업은 지난해 9월 18일로 예정됐던 한강버스 운항 개시가 임박한 무렵까지도 계약 물량인 6척 가운데 1척도 납품하지 못하고 있었다.
▲ 지난해 9월 2일 공익신고자의 업무수첩 메모. 가덕중공업 수의계약 관련 조사 지시의 개요가 기록돼 있다.

“수의계약 주도 SH 간부 리베이트 가능성…수사의뢰 필요” 오 시장에 보고

감사위 조사팀은 1주일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가덕중공업의 자금 집행 내역 가운데 한강버스 사업비 명목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약 15억 원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조사팀은 이 가운데 일부가 가덕중공업 수의계약을 주도했던 SH 고위 간부에게 리베이트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9월 9일, 감사위는 이같은 조사 결과와 함께 비위 혐의자에 대한 계좌추적 등을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담아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했다. 그 직후 감사위원장은 조사팀에 ‘수사의뢰서 작성’을 지시했다.
▲ 지난해 9월 12일 서울시 감사위 조사팀이 작성해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했던 수사의뢰서.

오 시장에 수사의뢰서 보고 후 감사위원장 돌연 “조사자료 파기” 지시

사흘 뒤인 9월 12일, 감사위 조사팀이 작성한 수사의뢰서가 다시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됐다. 그 직후 조사팀은 감사위원장으로부터 ‘수사 의뢰 시기 조율 중이니 보안 철저히 하고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공익신고자는 조사팀 상급자로부터 “오 시장이 수사의뢰서 전체를 꼼꼼히 읽어본 뒤 ‘이렇게 경찰한테 다 떠먹여 줄 필요 있나’라고 말했다더라”는 얘기도 전해들었다. 
그는 ”9월 18일 예정된 한강버스 운항 개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수사의뢰 시점을 조금 미루겠다는 정도의 취지로 이해하고 기다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름 이상 지나도록 수사의뢰 지시는 내려오지 않았다. 결국 9월 30일, 조사팀은 감사위원장으로부터 ‘관련 조사 자료들을 모두 파기하라’는 당혹스러운 지시를 받았다. 사실상 조사를 멈추라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공익신고자는 “개인적으로 10년 이상 감사·조사 업무를 수행했지만 수사의뢰서를 작성해 놓고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팀은 감사위원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차후에 공적 조사자료 파기에 대한 책임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사팀은 자체 논의 끝에 조사자료 폴더에 비밀번호를 걸어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파기 지시를 받았던 조사 자료들이 뒤늦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 지난해 9월 30일 공익신고자의 업무수첩 메모. 조사팀은 자료 파기 지시를 어기고 몰래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오세훈, ‘조사자료 파기 지시 윗선’ 의혹 …직권남용 및 증거은폐 해당

감사위는 서울시 조례상 독립기구다. 그러나 시장과 부시장 등 고위직이 받은 투서나 내부 제보 등이 있을 경우 지시에 따른 조사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를 감사위 조사과의 공식 업무인 ‘특명조사’라고 한다. 지난해 9월 가덕중공업 수의계약 경위 조사 역시 기획조정실장 지시에 따른 특명조사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는 지시자인 기획조정실장을 넘어 서울시장에게까지 2차례에 걸쳐 정식 보고됐다. 하지만 그 이후 감사위원장이 돌연 ‘자료 파기’ 지시를 내림에 따라 조사는 중단됐다.
상식적으로 볼 때, 장관급인 서울시장에게 보고된 문건과 관련 자료 일체를 1급인 기획조정실장이나 차관급인 부시장(3명) 등이 독단적으로 파기하라고 감사위원장에게 지시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결국 오세훈 시장의 결정과 지시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뉴스타파는 당시 감사위원장에게 조사자료 파기 경위와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는 "퇴직 공무원으로서 과거 직무상 알게 된 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에 그 수사의뢰서와  관련해서는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 지난해 9월 17일 폭우 속에 열린 한강버스 취항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공익신고 내용을 검토해 합리적으로 추론할 때, 조사자료 파기 지시의 가장 윗선은 오세훈 시장이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공익신고자 법률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서울시장이 권력을 남용해 독립기구인 감사위의 수사의뢰 조치를 가로막은 것이므로 직권남용에 따른 권리행사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고, 또한 범죄 혐의 관련 자료를 파기토록 한 것이므로 증거은폐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
영상취재 김희주 최형석 신영철 정형민
영상편집 윤석민
CG 이미예
디자인 이도현
출판 임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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