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23 07:02ㅣ최종 업데이트 26.10.23 07:02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가 오늘(23일) 오후 2시 열린다. 지난 7일 윤석열씨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 사건에서 1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이번에는 오 시장의 혐의를 판단한다. 선고 과정은 생중계된다.
두 사건 모두 명태균씨의 여론조사를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항소심 재판부도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로 같다. 그러나 두 사건은 구조도, 입증해야 할 사실도 다르다.
윤씨 사건에서는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가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 무상 제공에 관한 당사자 간 합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었다. 반면 오 시장 사건에서는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가 실제로 지급한 여론조사 비용을 오 시장이 대신 내도록 요청했는지가 핵심이다.
윤석열은 '무상 제공 합의'… 오세훈은 '비용 대납 요청
먼저 윤씨 사건을 살펴보자. 윤씨는 김건희씨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58차례, 약 2억 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7월 1심은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지난 7일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가 윤씨 부부에게 여론조사와 정치적 조언을 제공한 배경에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받으려는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을 고려했다. 여론조사 제공 사실과 정치적 관계만으로 무상 기부에 관한 당사자 간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 사건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당시 캠프 비서실장이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김한정씨에게 비용 3300만 원을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가 실제로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했다는 사실 자체는 주요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 핵심은 그 돈을 오 시장의 요청에 따라 지급했느냐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의 의뢰와 김씨의 비용 대납을 인정했다. 금액은 2100만 원이다. 나머지 5건 중 4건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1건은 의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씨가 비용을 대신 지급했다는 점은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1심은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을 구분해 판단했다. 윤씨 사건에서 무상 제공 합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오 시장의 대납 요청 여부까지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오세훈이는 몰라요"… 녹취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오 시장 항소심에서 새롭게 등장한 핵심 자료는 2021년 3월 명씨와 김씨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이다. 김씨 측은 녹음파일 3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녹음에는 명씨가 김씨에게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김씨 역시 오 시장 측이 원해서 한 일이 아니라 자신이 돕고 싶어 나섰다는 취지로 말한다. 오 시장 측은 이 대화를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이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했다. 명씨는 해당 발언이 여론조사가 아니라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전략에 관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같은 녹취에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 명씨가 오 시장을 거론하며 "은밀하게", "소문나면 안 되고"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김씨는 실제로 오 시장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명씨에게 강 전 부시장이 여론조사를 '잘 만들어준다'는 취지로 말한 경위도 확인했다. 명씨에게 강 전 부시장과 통화했는지를 물은 이유 역시 따져 물었다.
명태균 진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항소심의 또 다른 쟁점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다. 1심 재판부는 명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시장이 울면서 전화했다거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는 취지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여론조사 실시 시점과 김씨의 송금 내역, 문자메시지와 통화 기록 등 객관적 자료에 부합하는 부분은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명씨를 증인으로 불러 진술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명씨가 비용 문제를 직접 들었는지, 오 시장과 만난 상황을 실제 기억에 따라 진술했는지 등을 물었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의뢰와 대납 요청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가 명씨의 말뿐이라고 주장한다. 1심이 객관적 자료 사이의 빈틈을 추정으로 메웠다는 취지다. 반면 특검은 여론조사 시점과 비용 지급 내역, 오 시장 측과 명씨 사이의 연락 기록 등을 종합하면 의뢰와 대납 요청이 입증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명씨 진술 중 어떤 부분을 믿을지, 새 녹취가 그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다른 객관적 증거만으로도 1심의 유죄 판단이 유지될지가 관건이다.
유죄 유지돼도 즉시 시장직 상실은 아냐… 대법원 확정돼야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김건희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오 시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구형했다.
특검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로 이익을 얻은 당사자이며, 적법한 정치자금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3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결심공판에서 울먹이며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자신이 정치자금 제도 개선을 이끌었던 이른바 '오세훈법'의 취지를 강조하면서,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주장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다만 이날 항소심에서 1심의 유죄 판단이 유지되더라도 즉시 시장직을 잃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