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되길 바라십니까?”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엠알씨케이(MRCK)에 의뢰해 3월30일부터 4월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12명에게 던진 질문이다. 권력 사유화와 국정농단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 물음에 응답자의 39.4%가 “빈부격차가 적고 사회보장이 잘 돼 있는 사회”를 꼽았다. “힘없는 사람들도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라는 응답도 32.1%였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7년 봄, 시대정신으로 ‘공정과 불평등 해소’를 꼽은 비율이 70%를 넘긴 것이다. 반면 보수정권에서 주요한 화두로 내걸었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바란다는 응답은 18.8%에 그쳤다.
이런 열망은 새로 들어설 정부가 “양극화 해소 및 공정한 분배”에 주력해야 한다는 응답(54%)으로도 확인됐다. 반면 “성장을 통한 경제발전”은 41.9%였다. 성장과 분배라는 전통적인 논쟁에서 분배를 선택한 쪽이 확실한 다수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2012년 5월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창간 기념 조사(전국 성인남녀 8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5%포인트)에서 “성장과 경제발전” 45%, “양극화 해소 및 분배”가 47.6%로 엇비슷하게 나왔던 상황과 비교하면 확연히 두드러진다.
‘더 나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65.3%가 “그렇다”고 답했다. 시대정신인 불평등 해소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 요소인 복지 확대를 위해 내 지갑을 열겠다고 흔쾌히 답한 것이다. “세금을 더 낼 생각이 없다”는 답변은 31.5%에 그쳤다. 박근혜 정권은 증세를 죄악시하며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버텼지만 공정한 분배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더 강해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