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양승태는 물론이고 그를 따라 사법농단을 일삼은 고위 법관들이 헌법 제7조 1항과 제103조를 위반했음이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으로 명백히 드러났다. '국사범'으로 다루어야 할 그들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최근 법원의 영장 기각률 91%라는 수치로 입증되었다. 양승태 게이트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기소하는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하려면 특검이 설치되어야 한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약칭 특검법) 제2조(특별검사의 수사대상 등)는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 수사대상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제2조에 따라 특별검사의 수사가 결정될 경우 대통령은 제4조(특별검사 임명절차)에 따라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국회가 구성)에 지체 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여야 한다." 극우 또는 수구적 야당이 특검 구성에 반대하겠지만 대다수 주권자들은 사법농단의 뿌리를 완전히 뽑기 위한 대통령과 국회의 결단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승태 게이트에 대한 향후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 사건을 맡을 영장전담판사를 서울중앙지법에 새로 지정하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국회에서 이른 시일 안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법 정의를 바로세우지 못하면...
박정희 정권 시기의 대법원은 1975년 4월 8일, 인혁당 관련 피고인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함으로써 행정부 수장의 '하수인'이 되어버렸다. 법무부는 확정 판결이 나온 지 18시간 만에 그들을 교수대로 보내 목숨을 앗아갔다. 국제법학자회의는 4월 9일을 '사법사상 치욕의 날'로 명명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이들도 나중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을 당한다는 사실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무수히 입증되었다. 불행한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정한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 양승태 게이트는 법정에서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종철(1944년생)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서울대 국문학과에 재학중이던 1967년 11월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하지만 1975년 3월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참여했다가 해직됐다. 이후 민중문화운동협의회 공동대표와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대변인과 사무처장을 거쳐 <한겨레> 논설위원과 <연합뉴스> 대표, 사단법인 ‘한국·베트남 함께 가는 모임’ 이사장 등을 지냈다. 현재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 위원장, 사단법인 유라시아문화연대 이사장,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민주주의국민행동 공동대표, 2016민주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는 <저 가면 속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 있을까>,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오바마의 미국, MB의 대한민국>, <세시봉 이야기>, <박근혜 바로보기>, <폭력의 자유>, <문화의 바다로>(전 5권), <동아일보 대해부>(전 5권), 5권, <조선일보 대해부>(공저, 전 5권), <촛불혁명의 뿌리를 찾아서-1980년대 민주민족민중운동사>(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