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철도협력 분과회의에서 남쪽 수석대표인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오른쪽)과 북쪽 단장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29일 남북 철도협력 사업에 밝은 정부 안팎의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기관차에 6량의 객화차를 연결한 남쪽 열차를 서울역에서 출발시켜 북쪽 끝 신의주까지 운행하면서 경의선 북쪽 철도 구간(개성~신의주)의 상태를 남북이 함께 점검하려고 관련 인원과 열차의 방북·반출 계획을 통보했으나 유엔사가 승인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 통과 인원·물자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다.
유엔사는 ‘사전 통보 시한’을 한국 정부가 지키지 않은 점을 승인 거부 이유로 내세웠다고 한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출입 계획’은 관련 당국 사이에 48시간 전에, ‘통행 계획’은 군 직통선으로 24시간 전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군 당국 간 통보는 정전협정상 유엔사와 북한군이 해야 하나 북쪽이 유엔사를 상대하려 하지 않아 남쪽 군이 유엔사와 협의해 승인을 얻은 뒤 북쪽에 통보해왔다.
경의선 철도 북쪽 구간 공동점검 프로젝트에 밝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남북 당국은 양쪽 철도 관계자들(남쪽은 코레일과 국토교통부 등)을 중심으로 점검단을 꾸려 남쪽 기관차에 객화차 6량(객실, 회의실, 침대칸, 연료, 물 등)을 달아 서울역을 출발해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개성,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운행하기로 했다. 북쪽 구간에선 북쪽 철도 관계자가 합류하고, 남쪽 기관차 대신 북쪽 기관차가 맨 앞에서 남쪽 객화차 6량을 이끄는 방식이다. 통신·신호 체계가 달라 남쪽 기관사가 운전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한 조정이다.
남북이 이런 방식의 경의선 철도 북쪽 구간 공동점검에 나서기로 한 데에는 실무적 측면부터 역사적·전략적 측면까지 다양한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실무적으로는 열차 실제 운행이 공동점검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역사적으론 이번 공동점검 방안이 실행됐다면 1945년 9월11일 남북 철도 분단 이후 남쪽 열차가 북쪽 끝 신의주까지 달리는 두번째 사례가 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경의선 철도를 이용해 남북 공동응원단을 보내기로 한 2007년 10·4 정상선언 합의에 따라 남쪽 열차로 서울역에서 신의주까지 시험운행을 한 선례가 있다.(이명박 정부 출범 뒤 남북관계 악화로 공동응원단 열차 파견은 실행되지 못했다)
전략적으론 남북이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철도협력의 의지를 안팎에 강력하게 과시하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 대북 제재 탓에 북쪽 철도 구간 현대화 공사를 당장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역~신의주 구간 철도 운행은 비록 일회성이라도 남북 철도협력의 구체적인 모습을 앞당겨 시현하는 것이어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현대화 실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고,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를 통해 “철도와 도로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라며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