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2주 전 논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출 소식을 전하면서 본선 가도에는 ‘고윤주 리스크’로 대표되는 본부장, 본인·부인·장모 리스크 시즌2가 윤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고는 ‘고발 사주’ 의혹, 윤은 ‘윤우진 비호’ 의혹, 주는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이죠. 그런데 이 ‘고윤주’ 가운데 주가조작 의혹이 가장 먼저 윤 후보 앞길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는 형국입니다.
김건희씨 의혹은 요약하면 수입차 판매 업체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이른바 ‘전주’로 가담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김씨와 윤 후보는 이런 의혹 자체를 줄곧 전면 부인해 왔는데요. 그러나 최근 이 주가조작을 지시하고 계획하고 실행한 가담 혐의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이제 검찰의 칼끝은 오직 한 사람 김건희씨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여권에선 김건희-윤석열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 과연 김씨의 구체적 혐의는 무엇이고 검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논썰에서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윤 후보의 본선 판도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가령, 검찰이 김건희씨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소환 조사를 벌이게 될 경우, 김씨는 윤 후보와 함께 유세 등 공개 행사에 나설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시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은 당연히 이 회사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권오수 회장입니다. 권 회장은 대표이사이던 2009~2012년 주가조작 ‘선수’로 불리던 이아무개씨 등과 공모해 주식 1599만주(636억원 상당)를 불법 매수하는 등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권 회장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유출한 뒤 매매를 유도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허수 주문을 내거나 외부 세력까지 동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건희씨도 바로 이 과정에서 권 회장에게 소개받은 ‘선수’ 이씨에게 10억원이 들어 있는 계좌를 맡겨 주가조작에 투입되게 하는 등 ‘전주’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김씨 관련 내용은 잠시 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다시 권 회장 얘기로 돌아와서, 바로 이번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 회장이 16일 밤 구속된 겁니다. 법원은 구속영장실질심사 뒤 권 회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권 회장과 김건희씨 쪽은 그동안 “2013년 말에 이미 금융감독원에서 해당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고,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무혐의를 주장해왔는데요, 법원의 영장 발부로 일단은 이런 주장이 무색해진 셈이 됐습니다.
권 회장뿐 아니라 김건희씨를 제외하면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인물들은 모두 이미 구속이 집행된 상황입니다. 권 회장과 공모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투자회사 대표 이아무개씨 등 3명은 지난달 25일과 이달 5일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뒤 기소까지 완료됐습니다.
그리고 권 회장 소개로 김건희씨의 10억원 계좌를 넘겨받는 등 주가조작 그림을 그리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 또 한 명의 핵심 ‘선수’죠. 이아무개씨도 12일 검찰에 검거돼 구속된 상황입니다. 이로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모두 5명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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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김건희씨와 권 회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선수’ 이아무개씨가 지난 12일 ‘검거’돼 구속됐다고 말씀드렸죠. 다른 관련자들은 모두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바로 구속이 결정된 것과 달리, 이아무개씨는 검거 과정을 거쳤다는 건데요. 여기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깔려 있습니다.
이씨는 지난 10월6일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갑자기 사라집니다. 이후 무려 37일간 도피 행각을 이어가다 지난 12일에야 검거됩니다. 검찰은 애초 지난 9월 초에도 이씨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는데요. 이때는 법원이 “도주 우려가 없다”고 기각합니다. 그리고 한달여 뒤 두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씨는 대담하게도 달아나는 선택을 합니다.
▶ 윤석열 “검찰에서 이○○이 다 조사받았고, 김건희와 문제가 안됐다. 별건에 별건까지 꼬투리 잡으려 하니깐 아마 이 사람이 도망친 거 같다.”
▶ 홍준표 “도망간 이○○이 검찰에서 자백을 다 했다.”▶ 윤석열 “천만의 말씀이다. 그랬으면 김건희 소환했겠죠.”▶ 홍준표 “곧 소환하겠죠.”▶ 윤석열 “허허”
▶ 홍준표 “이○○이 18억을 관리하면서 주가조작을 했다.”
▶ 윤석열 “터무니없는 소리다. 김건희가 2010년 이○○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돈을 위탁관리시켰다. 네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 도이치모터스 외 10여개를 투자했고 손실이 나서 돈을 빼고 절연을 했다. 그리고 2013년 경찰이 계좌 다 봤을 거다.”▶ 홍준표 “신한증권 계좌 공개할 수 있나?”
▶ 윤석열 “2010년 때 계좌 공개하겠다.”
(10월1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윤석열-홍준표 맞장토론’)
자, 이 불꽃튀는 ‘티키타카’에 담긴 단서가 미스터리를 풀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건 “그랬으면 김건희 소환했겠죠”라는 윤 후보의 말입니다. 이씨가 김건희씨 연루 여부에 대해 자백을 다 했으면 김씨가 소환됐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은 이씨가 자백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곧 소환하겠죠”라고 대꾸한 것이고요.
그런데 사실 검찰은 이씨가 구속돼 신병을 확보하게 되면 이어서 김건희씨를 소환해 부를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씨가 갑자기 도주하면서 김건희씨 소환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겁니다. 이씨는 김건희씨에게 계좌를 받아 관리한 주체입니다. 김건희씨를 소환해 주가조작 연루 여부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서는 이씨의 진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부에선 바로 이 점을 들어 이씨의 갑작스런 도주가 김건희씨 소환 조사를 막기 위한 행동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검찰은 유력 야당 후보 배우자의 의혹을 수사하는데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도피가 장기화하면 김건희씨 수사를 늦춰, 수사 결과가 대선에 끼칠 영향 또한 막을 수 있게 된다는 정치적 계산이 이씨 도주의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인 건데요.
나아가, 이씨가 검거되긴 했지만, 그 사이 주가조작 의혹이 중요 이슈가 됐던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이미 윤 후보 승리로 끝난 터여서 김건희씨 의혹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이씨의 도피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된 게 아니냐는 지적 또한 나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 이씨가 검거돼 구속된 만큼 이런 의문 또한 말끔히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김건희씨는 2009년 5월 8억원어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바로 두창섬유로부터 사들인 사실이 있습니다. 이점을 들어 강 의원은 “권 회장이 ‘선수’ 이씨에게 김씨를 소개하기 전에 이미 김씨와 이 전 대표가 서로 아는 사이였고 대주주인 김씨의 양해 하에 선수 이씨에게 시세조종 의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이 역시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의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여 대변인은 “윤 후보는 왜 매집 내역만 공개하고 ‘매도 내역’은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냐” 이런 지적도 했습니다. “매집 내역만 주가조작과 관련이 있고, 매도 내역은 주가조작과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나”이런 의문을 던진 겁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의 부인이 주가조작이라는 중대한 범죄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커다란 문제지만, 이에 대해 얄팍한 눈속임으로 대처하려는 윤 후보 본인의 태도는 더욱 커다란 문제”라고 비판합니다.
더이상 이런 식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검찰은 철저히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겁니다. 김건희씨와 윤 후보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만 합니다.
둘째, 주가조작 이외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와 벌여온 수상한 거래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합니다. 김씨는 2012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여주를 헐값에 넘겨받아 막대한 이득을 본 바 있습니다. 또 김씨는 도이치모터스가 2013년 설립한 도이치파이낸셜의 주식 2억원어치를 액면가로 사들여 5대 주주가 됐습니다. 도이치모터스는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에 협찬금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 또한 한점 의혹도 남지 않게 사실관계가 규명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겁니다.
셋째, 김건희씨 의혹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법망을 피해올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 또한 면밀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주가조작 사건은 2013년 경찰이 내사를 진행하다가 석연찮게 중단된 뒤 묻혀졌습니다. 지난해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이 있고서야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있던 동안에는 수사가 지지부진 지리멸렬했습니다. 그러다 윤 후보의 총장 사퇴 뒤 몇달 만에 첫 구속자가 나오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탔고, 권 회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릅니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런 ‘선수’ 이씨 도피 미스터리도 생겨났습니다. 과거 경찰 내사나 검찰 수사 과정에 보이지 않는 힘의 압력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지금도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끝으로 검찰에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이제 유력한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고 해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 수사에 눈치를 보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검찰권 행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신속히 밝혀내길 바라고 기대합니다.
김건희씨 의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뒤 지지율 1위로 올라선 유력 대선 후보의 부인이 관련된 의혹입니다. 당연히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이 예상됩니다. 일단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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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0067.html?_fr=mt1#csidx943dec93f41d334a74fa2e61703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