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딸' 대자보 주인공 "찍어야 바뀌죠! 대구가 저절로 바뀝니까"

2026/05/29 09:04

[인터뷰] 2024년 12월 7일 대자보 쓴 당사자 "시민 버린 추경호, 무슨 염치로 대구 왔나"

26.05.29 06:54최종 업데이트 26.05.29 06:54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된 소결(활동명, 30)씨가 지난 2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이진민

"다시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 아닌 보수와 진보가 맞붙는 선거 격전지로 불릴 날이 올까요? 12·3 비상계엄 때 시민을 버렸던 정치인들이 이곳에 출마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대구 정치의 방향을 바꿀 마지막 기회입니다."

'TK 딸' 대자보의 주인공이 다시 펜을 들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시민들이 "바까야지"를 말로만 외치지 않길 바라며, 대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과거'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마음에서다.

2024년 12월 7일 윤석열퇴진 대구시국대회에서 "TK(대구경북)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라는 대자보를 들었던 소결(활동명, 30)씨는 지난 2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소결씨가 처음 대자보를 쓴 건 2024년 12월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직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당사에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화가 났다"며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건 어차피 선거철이 되면 대구가 다시 자신들을 뽑아줄 것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오만함에 작은 흠집이라도 나길 바라며 대자보를 들고 나섰다"고 회고했다.

그는 '누가 해코지할까' 벌벌 떠는 마음으로 대자보를 들고 매번 탄핵 집회에 나갔다. 그렇게 지켜낸 대구였다. 하지만 그곳에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소결씨는 "시민을 버렸던 사람이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바라는 것이 너무 염치없게 느껴진다"며 "대구는 보수와 극우를 위한 회생의 땅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보수의 심장', '보수 텃밭'이라 불리던 도시가 다시 제9회 지방선거 앞에 서 있다. 소결씨는 "이번에야말로 그런 수식어를 뗄 기회"라며 "항상 보수만 뽑는 곳이 아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도시로 불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시민들이 '이번에는 바까야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진짜 대구를 바꾸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투표장에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TK 딸' 대자보를 들었던 대구 동성로 거리에서 새로운 대자보를 펼쳐 보였다. (관련 기사 : 'TK딸' 챌린지 주인공 "보통 시민의 분노 알리고 싶었다" https://omn.kr/2braa)

아래는 소결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추경호 후보, 우리는 당신이 한 일을 기억합니다"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된 소결(활동명, 30)씨가 지난 2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이진민

- 2024년 12월 7일 대자보에 '우리는 보수의 텃밭이 아니다.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라고 적었다. 'TK 딸'로서 이번 선거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나.

"2024년 12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 직후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당사에 모여있고, 이후 이어진 의원들의 망언을 보며 너무 화가 나 대자보를 썼다.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건 어차피 선거철이 되면 대구가 다시 자신들을 뽑아줄 것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구는 당신들의 비빌 언덕이 아니다, 내 도시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내 대자보 사진이 그들의 눈에 들어가길 바랐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대구라는 도시의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진다. 대구가 더 이상 보수 텃밭이 아닌 선거 격전지로 불리고, 김부겸 후보같은 인물이 출마하는 것 역시 계엄 이후 정치 지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대구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곳은 보수와 극우 세력이 쉽기 기댈 수 있는, 그들을 위한 회생의 땅이 아니다."

- 여전히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라고 보는가. 비상계엄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가.

"과거에는 외눈박이 나라에서 홀로 두 눈을 뜨고 사는 기분이었다. 비상계엄 국면 당시 대자보를 들고 집회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자 와 저러노?', '왜 지한테 도움 안 되는 걸 하노?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다만 그 시간을 지나며 나도 변했고, 주변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요즘 어르신들이 '대구도 이제 바까야지'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런데 말로만 바꾼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투표장에 가서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대구에는 지역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한 자리를 얻기 위해 오는 후보들이 너무 많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 지역 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 대구 시장에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했다. 추 후보는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시민을 버린 사람이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바라는 상황이 염치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출마지로 대구를 선택한 사실 자체가 대구 시민으로서 치욕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추 후보에 대한 대자보를 쓰고 싶었다. 설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당신이 한 일은 사라지지 않고, 이를 절대 잊지 않는 시민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자보에 적은 처음 세 줄이 추 후보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내란의 밤에 당신은 어디서 뭘 했나. 군홧발이 국회를 짓밟을 때 어디에 있었나. 12월 7일 시민이 부를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 이 질문을 지금의 추 후보에게 던지고 싶다."

"대구는 이래도 찍어주겠지? 우리 이런 말 그만 들어봅시다"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된 소결(활동명, 30)씨가 지난 2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이진민

- 이번 선거에서 대구라는 도시가 어떤 선택을 하길 바라나.

"대구가 더 이상 보수 텃밭이 아닌 선거 격전지로 불리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변화라고 본다. 이제는 보수의 텃밭도, 심장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대구가 완전히 진보의 땅이 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더 나은 선택을 할 줄 아는 도시,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줄 아는 도시가 되길 바랄 뿐이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에 유세하러 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전히 도시가 '박정희 신화'에 갇혀 있는 거 같아서 답답했다. 이제는 정치적 선택지에 있어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 'TK 딸'로서 함께 투표장에 나설 대구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뽑아놓고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타지에서 대구를 바라보며 '어차피 대구는 이래도 찍어주겠지', '대구는 결국 안 바뀌겠지'라고 보는 시선도 더는 원치 않는다. 우리 도시에 누가 도움이 되는 후보인지, 누가 진정으로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인지 생각하며 표를 던졌으면 한다. 어쩌면 대구가 선거 격전지로 호명되는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2024년 12월 7일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소결씨가 들고 있는 모습. 이 모습은 SNS를 통해 알려지며 5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독자제공

2024년 12월 7일 소결씨가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든 후 대구에서는 집회현장과 SNS를 통해 'TK 딸' 챌린지가 이어졌다.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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