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24 19:40ㅣ최종 업데이트 26.10.24 20:59
[23일 <내 이름은 원덕기> 특별상영회 관람기] 5.18 세계에 알린 팀 원버그, 되살아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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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혁진(rhjeen0112)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그는 우리들에게 이웃과의 연대 정신을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1980년 5.18 민주화 항쟁 시 미국 평화봉사단원 팀 원버그(한국 이름 원덕기)에 대한 주변의 평가다. 그는 5.18 당시 광주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광주를 지키면서 광주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당시 광주에 있던 외국인 중 인터뷰를 통해 국제사회에 소식을 전한 유일한 인물이다.
23일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내 이름은 원덕기>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다큐에는 원덕기의 삶과 이야기가 담겼다. 광주 민주화 항쟁을 원덕기를 통해 재조명하는 자리다. 이날 광주 항쟁을 국제사회에 알린 원덕기 인터뷰 영상도 최초로 공개됐다.
[1980년 5월 전남대 병원 옥상] 인터뷰어는 위르겐 힌츠페터 - 인터뷰이는 팀 원버그
1980년 5월 전남대 병원 옥상, 팀 원버그의 긴박한 인터뷰 영상으로 다큐는 시작된다. 46년 전 영상은 영화 <택시 운전사>의 주인공이기도 한 독일 공영방송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사망)가 만든 것이다. 여기서 팀은 광주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원덕기는 1978년부터 평화봉사단원으로 의료분야에서 활동했다. 광주를 누구보다 사랑한 미국 청년이었다. 그러다 5.18에 휘말렸고, 광주를 떠나지 않았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평화봉사단 동료데이비드 돌린저는 "광주가 팀의 도시이며, 팀은 광주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라고 기억했다. 이어 "그로 인해 자신도 광주를 사랑하게 됐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데이비드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한 그는 "당시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광주를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에서 취재하는 소수의 외신기자들의 통역을 지원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팀 원버그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인과 한국의 역사, 문화,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깊은 애정을 품었던 팀 원버그를 기리고자 합니다."
▲다큐 <내 이름은 원덕기> 속 팀 원버그 동료 데이비드 돌린저 “그는 5·18 민주화 운동가” 유성호
"그 혼란스러웠던 광주...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다큐 영화의 감독은 소중한 기자다. 그는 <오마이뉴스> 14년 차 기자다. 영화 시작 전 무대로 나온 그는 "2019년 12월 우연히 보안사 사진첩을 보고 급기야 영화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첩 중 부상자 들것을 나르는 사람 중 외국인에게 관심을 갖고 추적했고, 그 주인공이 팀 원버그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그는 제보를 통해 지난해 12월 5.18 기념재단으로부터 2분 30초짜리 원덕기 인터뷰 영상을 입수했다. 이어 팀 원버그의 고향인 미네소타 현지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팀 원버그의 누나와 친구들은 '광주 그 후, 팀'을 증언했다. 고향에 와서도 광주의 삶을 잊지 않고 한국의 민주화를 염원했다는 것이다. 인생항로도 바뀌었다. 의학을 포기하고 한국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광주항쟁에 관한 논문까지 썼다.
팀의 누나 록산은 "동생은 광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성장했으며, 죽기 전까지 광주를 이야기했다"고 회고했다.
안타깝게도 팀 원버그는 1993년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타계했다. 록산은 팀이 준 광주 관련 유품을 보관하고 있다.
팀은 사망하기 1년 전 5.18 당시 자신을 인터뷰했던 기자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겼다. 광주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불가피한 저항을 강조한 것이다.
"제 삶에서 저를 크게 변화시킨 여러 사건을 되돌아보면 저는 그 혼란스러운 광주의 날들을 떠올립니다. 저는 학살의 참혹함에 충격을 받았고,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며 경악했습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이 다큐로 역사적 진실 함께 공유하길"
▲권오을 "다큐 영화 <내 이름은 원덕기>로 5.18 진실 함께 공유하길" 유성호
다큐는 2019년 취재가 시작됐지만 지난해 말 인터뷰 영상을 발굴하면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 10월 초에 완성했다. <오마이뉴스>는 올해 5월에 원덕기 관련 기사를 알렸고 펀딩을 시작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광주 당시 활동한 원덕기 평화봉사단 동료와 시민, 영화 출연 및 제작자, 펀드 후원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등 다수가 참석했다.
함께 영화를 관람한 지인은 "다큐로 제작됐지만 원덕기는 굴곡진 서사가 풍부한 인물이므로 미국과 한국의 합작영화로도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5.18 민주화 항쟁은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 진상에 대해 의혹을 품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내 이름은 원덕기> 다큐는 그러한 왜곡된 현실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칭 '원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그의 민주주의 정신을 고양해야 할 것이다.
이날 특별상영회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도 참석했다. 권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이 다큐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진실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