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구속 만료가 다가오면서 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란 특검은 대법원에 신속한 선고를 요청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5일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에 '신속한 선고 필요성 관련 의견서'를 냈다. 이들이 풀려나면 달아날 수 있고 형 집행을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구속기간 만료 전에 조속히 선고해달라는 취지다.
한 전 총리는 오는 20일, 이 전 장관은 다음 달 18일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김건희씨 구속 만료가 다가오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민 애간장을 태우다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구속 기간을 올해 연말까지 2개월 연장한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사례로 걱정을 낳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잇달아 항소심 선고를 받았으나 대법원 선고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위원 심의를 거쳐 이뤄진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하고자 국무회의 개최를 건의하고,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서명받으려 했다는 등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소방청장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받았고, 이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선 징역 9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지난 8월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하며, 피고인들이 공범 관계여서 함께 심리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해석과 범위를 심리하고자 9월 29일 첫 전원합의기일을 열었다. 하지만 그 뒤 이렇다하게 들려오는 소식이 없다. 소부 선고일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며칠 앞두고 전합에 회부하겠다더니 몇 번 전원합의기일 열고는 감감 무소식이다.
법으로 정해진 구속기간은 1·2심에서 2개월씩 최대 6개월까지, 대법원은 2개월씩 최대 8개월까지다.
추가 구속 방법이 있긴 하다. 김건희씨 사례처럼 ‘별건 구속’을 통해 구속기간을 늘리는 편의적인 방법이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관 미임명’ 사건으로, 이 전 장관은 ‘관저이전 예산 전용’ 사건으로 각각 1심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별건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사건들도 곧 선고를 앞두고 있어 구속의 명분으로 삼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원칙적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형사소송법에 구속기간을 제한한 이유는 인권을 침해할 수 밖에 없는 인신구속은 꼭 필요한 만큼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중요 사건의 피고인을 단순히 기간 만료로 풀어주는 것이 정서적으로 용인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별건 구속을 지금처럼 용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매일경제는 전했다.
구속기간 만료를 악용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제한 없이 석방될 상황을 막기 위해 법원은 보석을 결정했다. 김 전 장관은 이를 거부하며 구치소에서 나가지 않고 버티다가 구속기간 만료 3시간 전에 공무집행방해·증거인멸교사 등 추가 혐의로 구속이 연장됐다.
2022년 10월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6개월마다 대북송금 관여 의혹 등으로 두 차례 구속이 연장됐다. 이런 사례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한편 지난달 8일 법관 기피 신청으로 1심 재판이 몇 개월째 중단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사건과 관련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대법원에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지만 한 달 넘게 대법원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특검팀은 당시 대법원에 법관 기피 관련 재항고 사건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서면을 제출했다. 이 촉구서에는 대법원 결정이 수개월째 나오지 않아 재판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특검팀 활동 종료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또 재판이 지연될수록 관련 증인들의 기억이 흐려지는 등 실체적 진실 발견에도 상당한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어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 전 부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기소됐다. 한 전 총리의 내란 혐의 1심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 측은 위증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한 전 총리의 내란 사건 1심을 심리한 만큼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난 2월 법관 기피를 신청했다. 기피 신청은 1심과 항고심에서 모두 기각됐으나 최 전 부총리 측이 재항고하면서 대법원 심리로 넘어갔는데 9개월째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형사합의33부는 법관 기피 신청 이후 최 전 부총리 사건의 변론을 분리했으며, 최 전 부총리에 대한 심리는 약 9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이런 태도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법원이 단 아흐레 만에 전원합의체 심리를 끝내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속도에 비춰볼 때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한쪽을 향해선 쾌도난마였던 대법원이 다른 쪽을 향해선 느려 터졌다. 가타부타 국민들에게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조희대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나 아무런 설명이 없다. 재판부 기피신청이란 것이 이렇게 시간을 무한정 끌 만큼 복잡한 사안도 아닌데 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법원이 이렇게 전원합의체 합의기일이 늦어지는 이유로 일손 부족을 호소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격렬하게 반발해 왔다. 심지어 대법관이 퇴임하기 전부터 이런 공백 사태를 우려해 언론에서 연일 기사를 내보내도 후임 대법관 제청과 임명 과정에 몽니를 부리며 지금까지 절차를 마무리짓지 않는 것이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함으로써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을 풀어주려 한다는 의심을 진작부터 사왔다는 점이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