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전경. 충암고 누리집 갈무리
학교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충암고 소속 ㄱ교사는 지난해 학교의 급식운영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끼니를 챙겨 먹고도 자꾸 배고프다고 했다. 성장기여서만이 아니다. 애초에 밥상이 부실했다. “똑같은 재원을 갖고도 질이 다른 음식이 나올 순 있지만 상식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ㄱ교사는 판단했다. “우리 학교 3학년 제자들이 한 학기만이라도 개선된 급식을 먹고 학교에서 겪은 상처 일부를 치유하고 졸업하게 하고 싶었어요.” 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ㄱ교사는 말했다.
5개월전 교내서 공개 비판하자
전 이사장이던 법인실장이 불러
“내가 그런짓 하라고 채용했나”
급식업체는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
직원들 시켜 ‘수업 사찰’한 의혹도
업체의 고소에 검찰 “무혐의” 불구
학교선 교사 징계 절차 진행중
위탁배송업체와의 짬짜미 의혹 등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일 밝힌 충암중·고교 감사 결과는 ㄱ교사가 학교 안에서 먼저 제기한 문제들이다. 학교는 바뀌지 않았다. 급식운영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바뀐 것은 ㄱ교사의 처지였다. 학교와 학교의 위탁을 받은 업체, 학부모들이 전방위적으로 그를 압박해왔다.
지난 5월 급식 관련 교내 1인시위를 벌인 뒤 전 이사장인 ㅇ사무국장이 ㄱ교사를 불러 다그쳤다. “‘내가 채용할 때는 그런 짓 하라고 채용한 것이 아니라고. 내가 허락 안 해줬으면 여기 학교에 왔겠어?’라고 말하더군요.” 명백한 학사 개입이고 압박이었다. 학교와 계약을 맺은 위탁배송업체의 직원이 수업을 사찰한 의혹도 있다. “설마 싶었지만 여러 차례 학생들이 저에게 ‘조리종사원 형들이 선생님이 수업중에 정치적인 이야기나 급식 이야기를 하느냐면서 녹음까지 했다. 선생님을 음해하려는 것 같다’고 제보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지요.”
해당 업체는 ㄱ교사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충암고 교감의 ‘급식비 막말’ 논란 이후 ㄱ교사가 방송 인터뷰에 출연한 것을 문제삼았다. “ㄱ교사의 폭로로 인해 운영하는 식당의 체인점 계약이 몇 건 날아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9월 해당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학교와 업체의 유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ㄱ교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