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박근혜가 독재자? 유승민도 언동 돌아봐야” … 더민주에 "도로 운동권당" 비난
유승민 의원이 결국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밝혔다.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4일이 되기 1시간 전에 탈당을 밝혀 새누리당과의 ‘치킨게임’을 끝낸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찍힌 유승민 의원을 내치면 역풍이 불 여론을 인식해 시간끌기만해왔다. 이에 언론은 새누리당의 행태가 졸렬하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유승민 의원에게 언동을 돌아봐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의 공천과정도 비판받고 있다. 23일 사퇴를 고민하던 김종인 대표가 당무에 복귀했다.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셀프 공천’으로 논란이 됐던 비례대표 2번도 되찾았다. 이러한 잡음에 보수언론은 ‘운동권의 패권’을 이유로 들고 나왔다.
다음은 24일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일간지 1면 제목이다.
경향신문 <유승민 “당이 보여준 모습 정의가 아니다”>
국민일보 <유승민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
동아일보 <결국, 그가 떠밀려 나갔다>
서울신문 <유승민 “새누리 탈당…무소속 출마”>
세계일보 <내쫓긴 원조친박… 총선 중대 변수로>
조선일보 <1시간 남기고 탈당한 유승민>
중앙일보 <유승민 “시대착오적 정치보복” 무소속 출마>
한겨레 <내쳐진 유승민, 결국 무소속 출마>
한국일보 <유승민 “권력이 버려도 국민만 보고 간다”>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탈당했다.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 대구 동을의 공천을 계속 늦추면서 사실상 탈당을 유도한 것이다. 4.13총선에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려면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4일 전날인 23일 밤 12시까지 당적을 옮겨야하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은 1시간을 남기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23일 밤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한다”며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당의 모습은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다”라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 3월24일 동아일보 1면. |
이날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일간지인 9개 신문의 1면은 모두 유승민 의원은 탈당 소식이었다. 신문의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새누리당이 공천을 미뤄 유 의원을 탈당으로 유도한 것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뒤탈 겁나 자르지도 못한 여(與)’라고 쓰고 3면 분석 기사를 통해 “새누리당 공천위는 어떻게 하면 후폭풍을 최소화하며 유 의원을 공천 배제할지만 고민해왔다”고 썼다. 동아일보도 1면 제목을 ‘결국 그가 떠밀려 나갔다’로 짓고 2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눈치 보기 공천이었음을 공관위가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고 썼다. 한겨레 역시 이런 상황을 “유 의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며 끝까지 치졸한 고사작전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잃은 것이 유승민 의원뿐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공천 잡음으로 새누리당의 옛 친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을 포함해 주호영, 류성걸, 윤상현 의원 등 5명의 의원이 탈당하면서 새누리당의 과반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5명의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과반에서 한석 모자란 146석이 됐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도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입법을 언급하며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상반기에는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됐다”며 “가뜩이나 여야의 극한 대립에 뛰쳐나간 비박(비박근혜)계의 반발까지 겹쳐 국정과 개혁입법은 수렁 속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종합일간지의 사설 역시 모두 비판 어조였다. 사설 제목을 보면 ‘대통령 눈 밖 난 유승민 탈당 몰아간 여는 공당 자격 없다’(조선일보), ‘통치권에 무릎 꿇은 집권당 국정 포기했나’(동아일보), ‘유승민 밀어내기, 정치사의 수치로 남을 것’(중앙일보), ‘국민 손으로 넘어간 ‘박근혜-유승민’ 대결’(한겨레), ‘유승민 축출, 막말 비례로 끝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경향신문), 집권당의 한계 보여준 유승민 탈당(서울신문), ‘유승민 찍어 낸 집권당, 과정도 결과도 졸렬하다’(세계일보), ‘새누리, 유승민 꼭 이렇게 내쳐야 했나’(국민일보) 등이다.
▲ 3월24일 조선일보 사설. |
야당 공천잡음에 보수언론 일제히 “운동권 패권 때문”
여당 못지않게 야당의 공천과정도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퇴를 고민해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 잔류를 선택했다. 비례대표 2번도 되찾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갖고 “나의 입장만을 고집해 우리 당을 떠난다면 선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잔류 이유를 밝혔다. 또한 논란이 됐던 ‘셀프공천’에 대해서는 “내가 당을 끌고 가기위해 필요한 선택”이라며 “당을 떠남과 동시에 비례 의원직을 던진다는 각오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김종인 대표가 주장했듯 김 대표를 2번에, 김 대표가 전략 공천한 인사들도 모두 앞번호에 배치했다. 또한 ‘제자 논문 표절’ 등으로 논란 가운데 있는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여전히 1번에 놓았다.
▲ 3월24일 동아일보 1면. |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진보 패권 세력은 그동안 김 대표의 중도·실용 공천 개혁에 반격하지 않았다. 당장 공천과 총선준비가 급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공천이 마무리되자 이번에 대거 공세에 나섰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표 시절 운용됐던 혁신위, 친노 성향의 당내 을지로위원회, 외곽에서 당을 지원하는 원로 원탁회의의 주요 인사, 정봉주 전 의원, 강금실 전 장관 같은 외곽 그룹 등을 진보 패권 세력이라고 묶었다. 이러한 세력이 막판에 공세를 멈춘 이유는 “현실적인 이유”라며 “그들이 지지하는 시민단체·운동권 출신 수명이 비례대표에 들어가는 실리가 확보됐고, 당장 김종인 대표의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김종인 대표의 ‘노욕’이라고도 분석되는 이번 상황을 ‘운동권의 패권’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 외 언론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고질병인 패권을 지적하긴 했으나 패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약점이 함께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 3월24일 한국일보 6면. |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더불어민주당의 문제가 총선이 끝나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비례대표 파동’의 상처 큰 더민주’에서 “이번 파동의 직접적 계기는 비례대표 의원 공천 문제이지만 갈등의 밑바탕에는 당의 정체성, 이념, 철학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면 잠복했던 갈등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