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최순실 ‘이익 공동체’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의 단독 면담을 할 수 있게 조처하라”고 지시한다. 나흘 뒤인 14일 신 회장과 면담을 한 뒤 박 대통령은 “롯데가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비용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 진행 상황을 챙겨보라”고 안 전 수석에게 재차 지시한다. 롯데는 이미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이라는 거액을 출연한 상태였는데, 박 대통령은 당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던 신 회장을 청와대 근처로 불러낸 뒤 75억원이라는 거액의 추가 지원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앞서 최순실씨는 지난 2월 대기업 자금으로 전국 5곳에 체육시설을 세우고 관리업무 등 이권사업을 자신이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맡는 ‘사업안’을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이권 민원’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해결해준 뒤, 이튿날인 3월15일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에서 노동개혁 4법 등 구조개혁 입법을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재계를 향해 ‘립서비스’를 한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민원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2014년 11월27일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씨에게 갑자기 “케이디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다.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날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창조경제박람회가 개막한 날이었다. 이보다 한달여 전 최씨는 자신의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이 회사 소개 자료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현대차는 박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회사의 납품을 받으라는 사실상의 ‘협박’을 받자 제품 성능 테스트도 건너뛴 채 이 회사 제품 10억5900여만원어치를 납품받았다. 안 전 수석은 납품 계약상황을 계속 점검하며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 문건을 따로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강조해온 창조경제보다 최씨 지인 회사를 대기업에 알선하는 데 더 신경을 쓴 셈이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의 홍보팸플릿을 직접 안 전 수석에게 주며 “현대차에 전달하라”, “아주 유능한 회사로 미르재단 일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 총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니 잘 살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원래 광고를 주던 ‘이노션’을 빼고 신생업체 플레이그라운드에 모두 70억원어치의 광고를 줬다. 최씨의 회사는 9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겼다.
■ 채용·인사 민원까지 대행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포스코와 케이티(KT)에 대한 박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최씨의 또 다른 ‘사업안’을 받은 박 대통령은 지난 2월22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더블루케이(최순실 회사)가 거기에 자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구상한 배드민턴팀 창단에는 46억원이 필요했는데, 당시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상태였다. 정작 이날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이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포스코는 ‘겉 다르고 속 다른’ 대통령의 압박 이후 울며 겨자 먹기로 16억원을 들여 펜싱팀을 창단하고 그 관리를 더블루케이에 맡겼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제로 뺏으려 한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17일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 등을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했는데,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광고대행사의 매각 과정까지 대통령이 챙기는 것은 최씨의 영향력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게다가 이날은 통일부 장관 등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하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 여부를 두고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최씨 측근의 아내인 신아무개씨와 차은택씨가 추천한 이아무개씨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케이티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고, 이들이 채용된 이후엔 다시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주라는 지시까지 안 전 수석을 통해 내렸다. 결국 케이티는 광고대행사 입찰 기준을 최씨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유리하게 고친 뒤 허위 실적까지 제출한 이 회사에 68억여원어치의 광고를 맡겼다. 이로 인해 최씨의 회사가 얻은 이익은 5억1600여만원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