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압수수색 못한 청와대 문건, 사무실 정리 중 발견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회의 문건과 검토자료 관련 브리핑을 했다. 박 대변인이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http://archivenew.vop.co.kr/images/1812aa30a3115891f596d208ed3743f3/2017-07/14080251_NISI20170714_0013198328.jpg)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때 사용하던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며 14일 공개한 문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과 수사에 직결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민정수석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 3일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300종에 달하는 문건 가운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문건에는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가 포함돼 있다.
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려고 했지만, 청와대 경내 진입조차 못하고 확보에 실패했던 자료들이다. 그 일부 자료가 고스란히 민정비서관실 한쪽 캐비닛에 남아 차기 정권에 의해 발각된 꼴이다.
![최순실과 공모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http://archivenew.vop.co.kr/images/3264dab5a60b54204e686c661378fc46/2017-07/14022642_YJW_6277.jpg)
박근혜·이재용 뇌물죄 입증할까
이번에 발견된 문건 중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담고 있다.
이 문건에는 ▲관련 조항 ▲찬반 입장 ▲언론 보도 ▲국민연금 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직접 펜으로 쓴 메모의 원본 ▲또 다른 메모의 복사 ▲청와대 업무용 메일을 출력한 문건 등이 들어 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역도 포함돼 있다"며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는 자필 메모의 일부 내용을 구두로 공개했다.
이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 원칙 규제완화 지원 등의 내용으로, 지난 2015년 7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할 당시 청와대에서 준비한 '말씀자료'에 나온 것과 거의 일치한다.
박 대변인은 "관련 자료들이 이번에 발견됨에 따라 그 사본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이 메모를 작성한 사람이 누구이고, 누구의 발언을 적은 것인지 등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적은 메모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메모의 내용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대가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 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특검과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청와대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뒤엎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에게 모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8월 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정농단의 또 하나의 핵심 사건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정황도 이번에 발견된 문건에서 드러났다.
박 대변인은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건전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도 들어있다"고 밝혔다. 현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있다. 이들은 모두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회의 문건과 검토자료 관련 브리핑을 했다. 사진은 박 대변인이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http://archivenew.vop.co.kr/images/1812aa30a3115891f596d208ed3743f3/2017-07/14040705_NISI20170714_0013198353.jpg)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자필 메모도 추가 발견
이번에 발견된 문건 중에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되는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박 대변인은 이전에 공개된 필적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사본을 직접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의 자필 메모가 맞다면,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 또는 청와대 내부 회의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메모에는 청와대가 각종 현안과 정부 정책을 입맛에 맞게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거나 수사 및 재판에 개입한 정황 등이 담겨 있다.
메모에는 '일부 언론 간첩사건 무죄판결 - 조선 간첩에 관대한 판사, 차제 정보 수사 협업으로 신속 특별행사법 입법토록 → 안보 공고히', '전교조 국사교과서 조직적 추진 - 교육부 외에 애국단체 우익단체 연합적으로 - 전사들을 조직, 반대 선언 공표'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대리기사 남부 고발 - 철저 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아마도 당시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회 대리기사 폭행 사건 관련 내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것 외에도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0종 가운데) 자료로서 가치 없는 것들도 있어서 그런 건 빼고 일부만 복사해서 검찰에 넘기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여러 가지 수사와 현재 진행 중인 재판 내용일 수 있어서 더 자세히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일부 문건의 작성 시기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과 민정수석(2015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으로 근무한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서, 해당 문건이 모두 우 전 수석이 직접 생산했거나 그의 산하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 전 수석에 대한 추가 혐의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4일 오후 청와대 민원실에서 지난 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전임 정부의 기록물들을 국정기록비서관실 관계자가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사본은 검찰에 제출했다.](http://archivenew.vop.co.kr/images/1812aa30a3115891f596d208ed3743f3/2017-07/14080120_NISI20170714_001319854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