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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부활을 논하자

2003년 말이었는지 2004년 초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른바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정당법과 선거법이 개정이 되면서 정당 후원회와 지구당이 없어졌다.

당시 정치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민단체에서조차 이러한 법개정에 별달리 토를 달지 않았다. 민주노동당만이 나서서 지구당폐지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이마저 합헌판결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 폐단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후원회의 폐지는 당장 민주노동당의 목줄을 죄어 오고 있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에 있어서 압도적이기 때문에 이들이 벌어오는 돈과 국고보조금으로도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다가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허용함으로해서 지방선거시기 이들이 특별당비라는  명목으로 공천헌금을 갖다 바치니 정당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처럼 국회의석수도 적고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거액의 특별당비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선거자금을 지원해 주는 정당의 경우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개정된 정치관련법이 지속될 수록 거대정당만이 살아남게 되어 2~3번의 선거를 치르고 난 후에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양당제도가 자리를 잡게 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급하게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방식을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중심이 아니라 독일과 같은 매칭펀드제를 도입해서 당비 모금액에 비례해서 국고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최소한 시도당 후원회는 인정이 되어야 한다.

두번째로는 폐지된 지구당의 부활이 필요하다. 꼭 지구당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와 같은 조직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구당이 폐지될 당시 각종 정치자금 관련 비리의 온상, 돈 먹는 하마 등으로 평가절하되며 백해무익한 존재로 취급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당이 폐지되었다고 해서 부정한 정치자금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단지 지구당이 없음으로 인해 그만큼의 양적 축소는 이루어졌겠지만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합의로 지구당을 대체하는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했지만 이의 운영에 있어 과거 지구당 조직의 폐단으로 지적되었던 운영의 비민주성, 재정의 불투명성,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 중심의 사조직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운영자금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 불법유무를 파악조차 할 수 없게 되었으며 당원협의회장 선출에 있어 과거과 같이 국회의원의 자기사람심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 국회의원이 당원협의회장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정당 조직의 사조직화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도 비민주성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조직의 실체를 인정해 주고 사무실과 상근인력, 사업비 등이 최소한의 객관적 감시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이 가능하게 된 상황은 그 만큼 정당의 지역정치에 대한 책임성과 개입력을 확대할 것이 요구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역조직이 차단된 채 지방의원이나 단체장들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 행정중심주의나 의회주의에 매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지역조직을 시군구까지 인정을 해주고 운영의 객관성 확보와 지방자치에 대한 정당의 개입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이다. 여전히 여론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고 개정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법을 또 다시 개정하자고 하면 밥 그릇 챙기기로 비난의 화살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거대 양당은 당장 아쉬운 것이 없는 상황이라 나서서 화살을 맞을리 만무하고 민주당이나 여타 야당들은 아쉽기는 하지만 화살을 맞고 싶지는 않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 나서면 될 것 아닌가도 생각해 보지만 역시 예전과 같은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한 상황에다가 자칫하다가는 경제 살릴 생각은 않고 밥 그릇만 챙긴다는 화살을 영화 '영웅'에서 이연걸이 맞았던 화살 수보다 더 많이 맞아야 하기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시민단체는 이 문제에 대해 별 관심도 없어 보인다. 다만 학계의 경우 약간은 동할 세력이 있어보이지만 아직은 별 움직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해야 한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했는데 지금 가장 아쉬운 사람은 누굴까? 내가 보기에는 민주노동당이 가장 아쉬운 사람의 편이 아닐까 한다. 화살을 맞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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