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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학교비정규직의 날을 진행하면서...

2월 2일...

어둑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하나...둘씩... 공원으로 모였다...

 

날씨가 너무도 추웠지만...

어쩌면 날씨보다도 우리가 이렇게 길거리로 나와야한다는 현실이 우리를 더 춥게 만드는 것 같았다. 반가운 얼굴들...

하루에 한번씩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얼굴들...

하루라도 안보면 궁금해지는 얼굴들을 오늘 또 본다...

 

시민들한테 외치기 시작했다...

 

"시민여러분!

우리는 학교 행정실에서, 교무실에서, 전산실에서, 과학실에서,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입니다!

우리는 정규직처럼 365일 일 할 수도 없습니다. 저희는 1년 365일 일하고 싶습니다.

....           ........         ............."

 

뒤이어 위원장님의 인사말이 이어졌고...

호텔리베라 율동패 '투쟁전사' 동지들의 율동이 이어졌다...바위처럼을 배우는데 어찌나 신나고 재미있던지...챙피고 뭐고 없었다...

그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흥겨운 시간도 가졌다...

 

 

이어서...

촛불 점화식이 이어졌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굳은 결의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 두편을 서로 나누었다...

 

모진 세상 그래도 
                   김 남 주

그래 그래 그렇게 살아라 당신들은
나는 그렇게는 못살겠다 용서도 하고
왼손 잡아다가 오른손과 화해도 시켜주며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방식으로는

도량이 좁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너수는 갚아야 한다 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넉넉하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빼앗긴 손으로 나는 가진 자의 손을 잡을 수 없다
빼앗는 자는 빼앗겨야 한다

돌아서며 세상에는 저런 놈도 있구나 하고
그 쯤으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
비비꼬여 맨손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철사
그것을 바로 잡을려면
뼈와 살이 시위처럼 팽팽한 저런 놈도 있어야겠구나
많이는 아니고 모진 세상 그래도
한두 놈은 있어야 되겠구나 하고
그 쯤으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비정규운동 대토론회에서 동지가 읽어주었던 시...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최남선 동지에게

 

그래도 현중사내하청 노조 사무실이
울산대학 병원 가까이에 있어
제일 먼저 달려갔는데
얼굴과 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
상반신에 붕대를 칭칭 감고
생살에 스며든 화기
그 고통에 절규하며
물을 뿌려 달라
마취제를 놓아 달라는
동지를 부여잡고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형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어”
우는 동지를 부여잡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제발 죽지 말라고 함께 우는 수밖에
달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더 이상 열사를 꿈꾸지 말라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10번, 20번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해도
사측 구사대의 폭력에 위축되어
어쩔 수 없이 라인 타러 가는 동료의 야윈 등을 보았다 해도
사측 구사대들에 의해 내 동지의 머리통이 짓밟히고 깨졌을 때 
정규직 집행부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해도
더 이상 열사를 꿈꾸지 말라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10번, 20번 생각해도 방법이 없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동지이다
정말 죽어라고
10 사람을 10 명의 동지로
20 사람을 20 명의 투사로
일어서게 해야 한다
내가 10 사람의 동지로 서고
내가 20 사람의 투사로 서야 한다   

대구 푸른 외과 병동
소식 듣고 한 달음에 달려온 동지들
죽음을 통과한 웃음으로
오히려 “미안하다”고 위로하는 최남선 동지여
온 몸으로 단결을 부르는 최남선 동지여
온 몸으로 연대를 부르는 최남선 동지여

동지의 가슴에 피 눈물이 맺힌 만큼
새로운 10사람이 새로운 10 명의 동지로 설 것이다
동지의 심장에 분노보다 빛나는 (노동해방) 사상이 맺힐 때
새로운 20 사람이 새로운 20 명의 투사로 설 것이다

동지가 지펴 올린 분노의 꽃, 그 절정의 해방꽃
물푸레나무 연초록 따뜻함으로 살아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정규직 투사, 노동해방 투사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기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 최남선 동지여
2004년1월22일

 

그리고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이 노래를 부르면서 마쳤다...

 

처음하는거라..너무도 엉성하고, 우왕좌왕 했지만...

왔던 조합원이 가슴뭉클했다...우리가 너무 불쌍했다...라는 말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 뜨거운 가슴을 가진 진짜 노동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시작한 인원은 몇명 안되겠지만... 촛불의 갯수가 늘어나고...

밤이 환해질 수록...우리의 현실도 그만큼 환해질거라 믿으면서...

 

학교비정규직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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