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3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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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집의 잔해 위에서, 핸드폰 게임 중인 팔레스타인 어린이. 사진: Mohammed Zaanoun

 

지난 1일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편지를 받았다”며 <한겨레>에 ‘가자도 중동의 싱가포르가 될 수 있다’는 글을 기고했다. 최근 한국의 160개 시민사회단체가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 규정하고 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이스라엘 대사관에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기고문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이스라엘 대사의 반론은 “자위권”이라는 단어에 집약됐다. 하마스가 먼저 “침략”했고 이스라엘은 방어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역사적 맥락을 삭제하고 사실관계를 편집해 유리한 부분만 남긴 후 피해자의 언어마저 빼앗는 것은 이스라엘의 오랜 전략이다. 하마스가 최후통첩을 보내기 전 이스라엘은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 내부까지 난입해 기도 중인 신자들과 시위대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시위대는 동예루살렘 셰이크자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내쫓고 불법 유대인 정착민을 이주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식민화 계획에 저항하고 있었다. 하마스는 이들에 대한 이스라엘 국경경찰의 살인적 공격을 멈추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던 것이다.

누가 침략자인가? 분명히 하자. 군사점령은 평가의 문제가 아닌 사실행위다. 견해가 충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뜻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가자지구를 군사점령했고, 점령지 동예루살렘을 1980년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불법적 영토 병합을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이 군사점령지 전역에서 철수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스라엘 대사는 오히려 팔레스타인이 침략자고, 동예루살렘 주민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얻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예루살렘 인구의 인종 구성을 따질 필요도 없이,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은 존재 자체로 제4차 제네바협약을 정면 위반하는 전쟁범죄다.

그럼, 시민권을 얻은 팔레스타인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자행한 인종청소로도 다 지우지 못한 팔레스타인 원주민은 현재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점한다. 칼란수바와 네게브 사막에서 이스라엘은 이들 시민권자의 집과 마을을 허물고 강제이주시킨다. 이들을 차별하는 법률만 60개가 넘고 2018년엔 헌법적 위상의 유대민족국가법도 제정됐다.

건국 이래 이스라엘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체를 “유대화”해 왔다. 7백만 팔레스타인 난민이 고향 땅을 밟는 것조차 금지하고, 점령지 가자지구를 15년간 봉쇄한 채 대규모 폭격으로 주민을 주기적으로 학살하고, 점령지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고,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의 집을 부수고 강제이주시키는 것. 유대화의 다른 이름은 아파르트헤이트다. 이런 상시적 침략 하에 오히려 유엔 헌장 상의 자위권을 보장받는 쪽은 팔레스타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식민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하마스의 이슬람주의에 대한 대중의 반감에 곧잘 호소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식민화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마스는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한 팔레스타인의 정당이다. 점령자 이스라엘에 사실상 백기를 든 자치정부에 실망해 팔레스타인 주민이 선출한 대표자다.

이스라엘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피점령지의 민주적 선거 결과엔 승복하지 않았다. 결과가 구미에 맞지 않자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집단처벌을 시작했다. 2007년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래 칼로리까지 계산하며 생필품·의약품 등 모든 물자의 출입을 통제했고, 항구와 공항을 폭격해 초토화했다. 학살이 거듭되자 가자지구의 모든 정당이 무력투쟁에 나서게 됐다.

올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이스라엘은 ICC에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군장성의 명단을 비밀리에 뽑아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함께 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하마스는 처음부터 조사를 반겼다. 과거 유엔 인권이사회의 조사에서 가자 침공 당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방패로” 삼은 사실이 드러난 것도 하마스가 아닌 이스라엘이었다. 가자지구가 중동의 싱가포르가 될 수 없는 건 오직 이스라엘 때문이다.


한겨레 원문보기



가자지구 사진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는데 다 부수고 죽여놓고 싱가포르 같은 소리하는 거 보면 우리가 같은 인간종이 맞는가 21세기 사는 거 맞는가 정말 어이가 없다.

기고할 수 있도록 엄지원 기자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엄 기자님은 5월에 팔레스타인에 있었던 상황도 엄청 쉽고 상세하게 정리해서 뉴스레터도 발행하셨다. : 2021. 5. 20.h_weekly 17호: 이-팔 ‘전쟁’도 ‘갈등’도 아닌 이유

공부량도 상당하고 기자님들 다 이러신가 인터뷰하면서도 감동했는데 결과물 보고는 감탄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위 뉴스레터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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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18:58 2021/06/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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