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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3
    [백두대간 구간종주1] 진부령에서 화엄사까지(1)
    푸르른 날
  2. 2008/10/13
    천관산-'역사와산'과 함께 다녀오다
    푸르른 날

[백두대간 구간종주1] 진부령에서 화엄사까지

백두대간 산행기1(2008.10.04.~05.)

진부령 고개에서 화암사(미시령)까지

 

첫발을 내딛다

<진부령 고개 - 백두대간 출발에 앞서, 사진:이철호>

 

 

<진부령 고개 - 백두대간 출발에 앞서, 사진:이철호>

 

사실 얼떨결에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90년대 초에 백두대간 종주 꿈꿨고, 15년 넘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나이도 있고 해서 더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거듭 다짐하다가

마침내 결심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지다 ‘경기우리산악회’를 만났다.

그렇게 첫걸음을 뗐다.

 

새벽 2시경 인제의 어느 휴게소에서 먹은 시레기국과 김치는

뭐랄까, 무박산행의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바로 이거다.” 무릎을 쳤다.

경험은 복잡할 수 있는 것을 아주 단순하면서도 매끄럽고 부드럽게 한다.

 

무모한 도전?

 

 

<새벽 안개 사이로, 사진: 초록이>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나고 뼈저리게 느끼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벽 3시 진부령 고개에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산에 오르는데

숨은 벅차오르고, 두 발은 점점 무거워지고 ---

아 이런 걸 이른바 ‘사점(死點)’이라고 하는구나.

“너무 준비를 안했구나.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다시 결심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죽자 사자 뒤따라 잡았다.

후미 대장은 그럴 필요없다고 천천히 가라고 하지만

한번 뒤처지면 끝내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새벽에 마산봉을 오르며, 사진: 수담>

 

내려가는 게 더 두려운 ---

 

마산봉으로 올라가는 사방은 칠흙같이 컴컴한데---

해드렌턴이 비친 길만이 새벽 안개를 뚫고 다가온다.

계속 오르길 두시간 반 여만에 드디어 내리막길이다.

그런데 내려가는 게 더 두렵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산은 새벽 안개 속에서 모습을 조금씩 내밀고, 사진: 좋은친구>

 

6시 30분 병풍바위 직전에서 아침식사.

동은 이미 터서 단풍에 물든 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지만

구름에 덮힌 산은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보여주길 꺼려한다.

 

 

<병풍바위 앞에서 아침식사, 사진: 수담>

 

걷고, 또 걷고

 

7시에 다시 출발.

한걸음 한걸음씩 사부작 사부작, 호흡을 가다듬으며.

숨가쁘게 걷다 잠깐 스친 붉고 노란 단풍들이

눈길을 붙잡지만

채 음미할 틈도 없이 걷고 또 걷고 ---

 

 

<그림같은 단풍, 사진: 초록이>

 

7시 50분경에 대간령(큰새이령)을 지나치고 가는데

8시 반쯤 갑자기 비가 내려

비옷을 뒤집은 쓰고

무릎에 쥐가 난 이치열을 뒤로 하고

다시 신선봉을 향해 오른다.

그리고 다시 10시 20분에 상봉(1244m) 도착.

<상봉에서, 사진: 이철호>

 

홀딱 빠지다

 

상봉에서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하산하기 시작.

 

<상봉에서, 사진: 하나비>

 

드디어 이제 오를 건 다오르고 내려가는구나. 드디어.

내려가다

너덜바위 근처에서

뒤따라오는 일행과 만났는데

이치열이 발에 난 ‘쥐’ 때문에 초죽음.

 

 

<상봉에서 내려오다가, 사진:하나비>

 

그래도 하산으로 생긴 여유 덕택에

안개인지 구름인지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단풍든 산에 홀딱 빠지기도 하고.

 

 

<빨갛게 물이 오른 단풍, 사진: 산초>

 

꼴찌지만 ‘알탕’도 하고

 

미시령 400여m 못 미쳐

화암사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내려가고 또 내려가도 끝이 없다.

 

간신히 2시쯤에 주암을 거쳐 화암사에 도착. 다시 걸어서 버스까지.

도상으로 14.25Km라고 하지만 18Km는 족히 걸은 듯.

하루동안 이렇게 오래, 길게 등산해 보기는 처음.

 

 

<화암사 근처에 있는 주암, 사진: 산초>

 

일행은 이미 다들 와서 전체 사진까지 찍어 출발준비를 하고 있고,

당연히 지진아 3인은 전체 기념 사진에 끼지도 못하고.

다음번에는 전체기념 사진에 꼭 끼어야 한다고 굳게 다짐도 해본다.

 

<화암사 입구에서 전체 기념사진, 사진: 산초>

 

그래도 서둘러 점심을 먹고

주변 천진천에서 몸을 씻으니(‘알탕’)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씻긴 듯 개운.

바로 이 기분이구나. 이 맛이구나.

11시간 반동안의 힘든 기억도, 피로도

천진천의 차가운 물에 씻겨 가고.

버스에 오르니 오후 3시.

범개역에 도착하니 오후 8시 30분.

 

<하산후 막걸리와 함께 점심식사, 사진: 반디불>

 

“다시 산에 오르다. 살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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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역사와산'과 함께 다녀오다

 

천관산-'역사와산'과 함께 다녀오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역사와 산'(171회)과 함께 전남 장흥에 있는 천관산에 다녀왔습니다.

2008년 10월 11일(토) 밤 10시 30분에 출발,

12일(일) 새벽 6시 30분에 도착 후 11시쯤까지 대략 4~5시간 가볍게 산을 오르내렸습니다.

 

<중턱에서 억새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과 남해, 사진;김기헌>

 

높이가 723m 정도되는 아담하고 이쁜 산입니다.

이런 산이 동네에 있다면 매일이라도 올랐을 겁니다.

능선으로 오를 때 눈앞에 남해 바다가 훤하게 보이고, 산등성이에는 한참 억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정원암에서 바라본 천관산, 사진;김기헌>

 

1시간쯤 오르다 정원암 조금 못미쳐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사실 오래간만이라 아침식사를 싸와야 한다는 걸 몰라서

빌붙어 먹었습니다.

산에서 먹는 밥은 진짜 꿀맛입니다.

그것도 빌붙어 먹는 밥은 더욱 꿀맛입니다.

 

 

<중턱에서의 아침식사, 사진;김기헌>

 

연대봉에 서면, 멀리 소록도도 보이고, 두륜산과 주작산도 보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라도의 정감어린 산의 풍취를 보여준다”고.

 

 

 

<연대봉에서, 사진;김기헌>

 

천관산 가을 억새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만 때쯤, 억새를 보러 천관산으로 많이 온다고 합니다.

사실 그랬습니다.

내려올 때,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산등성이에 있는 억새들>

 

억새풀 사이의 산등성이길을

둘째 현이와 함께 걸으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현이가 히말라야 등반을 꿈꾸고 있고, 암벽 등반을 원한다는 것을.

그것도 한방에 하고 싶다는 것을.

현이에게 얘기했습니다.

“세상에 한 방은 없다. 세상은 준비한 사람에게만 기다려 준다”고.

현이가 이 말뜻을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함께 산을 오르고, 함께 얘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즐겁습니다.

 

 

<산등성이 억새길을 현이와 함께 걸으며, 사진;김기헌>

 

환희대는 연대봉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산아래를 내려다 보면

왜 이름이 환희대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면, 멀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습니다.

 

 

 <환희대에서 마당쇠와 함께, 사진;김기헌>

 

<환희대에서 김기헌, 사진;박성인>

 

무릎이 아프긴 해도

내려오는 길은 한결 가볍습니다.

오늘 다시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끙끙대며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웬지 뿌듯해집니다.

다 내려온 다음

다시 올려다보는 산은

마음을 더욱 뿌듯하게 합니다.

 

 

<환희대에서 내려다본 능선, 사진;김기헌>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24시간 여 함께한 '역사와산' 분들이

마치 1~2년 함께 지낸 벗들처럼 정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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