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뒤늦었지만 꼭 필요한 조치다 2010년 7월 20일
서울시교육청이 2010년 2학기부터는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오장풍’ 교사 사건으로부터 촉발되어 교사에 의한 폭력 사례들이 속속 언론에 이슈화되면서 취해진 조치다. 체벌을 금지하라고 인권단체들, 청소년단체들이 요구해온 세월과 2003년 UN아동권리위원회나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등을 생각하면 매우 뒤늦은 조치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체벌이란 이름의 폭력이 일어나고, 체벌을 당하다가 학생들이 다치고 죽는 사건이 발생해도 수수방관 하고 있는 다른 지역의 교육청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가 본받아야 할 일이기도 하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서울시교육청이 체벌금지를 발표한 것을 환영하는 바이다.
체벌은 명백한 폭력이고 인권침해다. 폭력에 익숙해지게 하고 인권감수성을 무디게 한다는 점에서 체벌은 반교육적이기도 하다. 신체적 폭력을 동원하는 체벌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체벌의 교육적 효과를 얘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체벌은 청소년들을 인격체로 보고 소통하고 존중하려 하지 않고, 다스리고 억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아야만 가능한 비인간적인 폭력인 것이다. 설령 폭력의 가해자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효과가 안 좋게 나타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과잉 체벌’이 문제가 아니라 ‘체벌’ 그 자체가 문제이며,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것만이 최소한의 정답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체벌 금지를 반대하며 단계적, 점진적, 학교자율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 수년 간을 돌아볼 때 이는 전혀 체벌을 근절하는 데 효과를 내지 못한 비현실적인 정책이다.
일부 교사들이 체벌금지에 반발하는 것도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현장은 교사들에게 충분한 노동환경과 학생, 교사들을 위한 좋은 교육환경을 보장하지 않은 채 입시교육에 매몰되어 있었고, 체벌과 같은 폭력적인 장치들을 동원하여 이런 어려움을 어거지로 덮어왔다. 우리는 체벌금지 조치가 이런 현실의 문제를 드러내고 교육환경,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소통하는 교육, 함께 책임지는 교육, 인간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이 요구해야 할 것은 학생들을 “때리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체벌 없이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것이어야 하지 않은가?
우리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공약과 함께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체벌금지 발표가 학교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던 일상적인 학생인권침해들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의지의 표명에 그치지 않고 학교현장에 자리잡아 뿌리깊은 학생인권침해를 개선하려면, 교육청 등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지속적이고 성실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우리도 이런 조치들이 실효성을 가진 것이 되게 하기 위해, 그리고 전국 모든 학교들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가정, 학원 등지에서의 체벌도 근절되게 하기 위해, 인권을 주장하는 학생.청소년들과 함께하며 앞으로도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