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야 그냥 기본이지 학교 정문 앞에 ‘학교폭력 예방’ 현수막을 걸어놓고 그 밑에서 교문지도를 하며 학생들에게 기합을 주고 폭력을 가하는 아이러니한모습이, 서울에선 오는 2학기부터 좀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이 2학기부터는 ‘체벌 전면 금지’를 취할 것을 발표한 것이다. 모 교사가 학생들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이슈가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일단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를 환영한다. 물론 엄청나게 뒤늦은 조치다.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는 이 정부에선 더더욱 그렇다. 한국 정부가 비준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19조에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금지해 두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논평이나 보고서 등을 통해서도 학교, 가정 등 사회 전 영역에서 체벌을 근절해야 한다고 해왔으며, 심지어 한국에 직접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초중등교육법을 2008년에 개정하면서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교들에서 체벌 규정을 유지해 온 것은, 사실상의 불법이었다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는 교육의 기본, 인권의 기본을 이제야 내놓은 것뿐이다. 폭력에 관대하고 인권에는 무딘 학교에서는 학생간 폭력이나 성폭력, 차별 등 약자에 대한 폭력들에 대처하는 것도 어려운 법이다. ‘합법화된 폭력’이었던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비폭력적인 학교, 인권적인 학교, 성적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둔 교육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또, 우리는 체벌 금지의 대안이랍시고 상벌점제를 도입하는 등 학생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우려가 있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해둔다.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극복하고 자율적인 방식, 소통하는 방식이 자리잡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와중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체벌 금지에 반발하며 “단계적으로 하라”고 한 것은… 그저 콧방귀가 절로 나온다. 첫 학기에는 성폭력을 금지하고, 둘째 학기에는 발바닥 때리기를 금지하고, 셋째 학기에는 손바닥 때리기를 금지할 텐가? 체벌 금지는 어떤 형태로 어떤 양의 폭력을 행사하든, 그 폭력이 당사자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입힐 수 있음과 동시에 ‘교육적’ 효과도 거의 없고반교육적이기까지 하니 아예 그만 두라는 거다. 폭력 없이는 가르칠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교육이 아니다. 체벌은 교육을 핑계로 한 약자에 대한 폭력이고 청소년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보는 관점을 그 밑에 깔고 있다. 체벌 금지는 어쩔 수 없이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온 교사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체벌 금지라는 확실한 방침이 있어야, 교사들은폭력을 행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 교사 개인이 고뇌하고 압박받고,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면 또 교사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해방될 수 있다. 체벌 금지 조치는 교사들이 폭력에 의존하여 주먹구구식 교육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있도록 지원받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폭력교사를 근절하기 위해 교원평가가 필요하다는 헛소리(교원평가를 시행하고 있는 지금도 체벌, 학생인권침해가 끊이지 않는 걸 보라구!)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테고. 다시 한 번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를 환영한다. 다만 과거 교육부에서도 체벌 금지를 추진하려 했다가 흐지부지 되었던 적이 있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체벌 금지 조치가 폭력 동영상 파문에 대응하는 일시적인 립서비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서 확실한 후속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 체벌 금지라는 기본 중에 기본에 만족하지 말고,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반인권적 학교 운영을 바꾸기 위해 두발복장자유, 강제야자폐지, 학생참여 보장,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결사의 자유 등 제대로 된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같은 종합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여 올바른 교육권을 보장하는 학교를 만들지 못한다면, 체벌 금지도 학교 현장에서 그리 의미 있는 것이 되지 못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가 전국 모든 지역에서의 체벌 금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학교 뿐 아니라 학원과 가정에서의 체벌도 근절해나가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아수나로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가 학교 현장에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학생들의 주체적 행동을 만들어내고 또 앞으로도 학생인권 신장을 위한 행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의 이름으로 가장 약한 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던 때가 있었으리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래서 ’체벌’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청소년들이 점점 많아지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다시 한 번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를 환영한다. 2010년 7월 20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