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이 날 불렀다.
"아까 어머니 오셨더라, 봤냐?"
"네."
"근데 넌 왜 학교 그만둘라 그러냐?"
"......"
"자자, 앉아봐. 얘기 좀 들어보자 뭐 때문이냐? 나 때문이냐?"
"아뇨."
"내가 싫은거면 그냥 하루에 20분만 보면 되는거 아니냐, 그것도 못 참겄냐?"
"선생님, 제가 선생님 땜에 그러는게 아니라요,
학교에서의 공부 같은거나, 학교에 있는 시간이 아무래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왜 의미가 없냐?"
"시험 잘 보고, 수능점수 잘 받아서,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 하는 그런 공부가 싫어요."
"......."
"점수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내 자리가 정해지고, 그런....."
"잠깐잠깐, 근데 말이다. 너는 지금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어. 나도 학교 다니고, 너만한 시절에는 학교 그만두고 싶었던 적 많았다. 나는 니보다 더 오래 살았다. 이럴 땐 더 오래 산 사람 말을 들어야되는거야, 알겄냐? 나는 50년을 살았지만, 니는 18년 밖에 안 살았단 말이다."
"네, 선생님이 저보다 오래 사시고, 아무래도 저보다 경험 많으신 것도 사실이겠지만요, 그렇다고 제 판단이 잘못되고, 선생님 판단이 옳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아니지. 어른 말이 맞는거야. 니는 지금 동굴 앞에 서있어. 캄캄한 동굴 말이다. 거길로 들어갈라고 하고 있단 말야. 근데 안돼. 거기서 비껴나야돼. 내가 만약에 그 때 니처럼 학교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뒀으면은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몰라. 배추장사 하고 있을지도 몰라."
"선생님, 그 말씀은..."
"어쨌든 안돼. 지금 내 말 안 들으면 니는 나중에 후회한다."
"선생님, 전 예전부터 계속 고민해왔던거구요,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에요."
"니가 고민해봤음 얼마나 해봤겠냐. 그럼 한 달 동안 나오지 말아봐, 어떻게 되나. 학교에 있는 게 더 행복할걸. 학교에 막 오고싶을걸."
"....."
"니 지금 이래서는 안돼. 니가 뭐 해금 한다고 그러나본데, 예체능도, 정상적인 코스를 밟지 않으면 안돼. 인정 못 받는단 말이야. '
"전 인정 받고 성공할려고 하는거 아니예요."
"국악고 같은데 가고싶어서 이러는거면 선생님이 국악고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한테...."
"전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예요."
"....아무튼, 공부 지금 안해놓으면 안돼. 머리에 든 게 없으면 안된다고."
"지금 하는 공부가 제 머리를 전혀 채워주지 못하면요?'
".....아무튼간에 안돼. 다시 생각해봐."
"선생님 저 이거 저희 가족하고도 다 얘기한거구요,"
"니가 느희 가족들이랑 다같이 얘기를 했든, 온 친척들하고 얘기를 했든간에, 무조건 안돼. 선생님 말 들어."
"......."
"알겠제, 인제 가봐. 선생님 바쁘다."
"선생님 그러면요, 저 한달 동안 안나와볼게요."
"......안돼."
"왜요?"
"그럼 출석 다 못 채워서 짤려, 학교에서. 그럼 하루만 안나와봐."
"저 지난주에도 한번 하루 안 나왔었잖아요. 근데 그 때도 별로 바뀌지는 않았어요."
"..........그럼 그냥 학교 다니면서 더 생각해."
"선생님.......... 전 결정을 내렸다니까요, 안된다고 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학교 안 나오면 안돼."
".........."
"선생님도 힘들어. 우리반 애들이 좀 많냐. 오늘도 이따 병원 가봐야돼."
"그럼 저 하나 빠지면 저희반 인원도 줄고 좋겠네요. 전에 선생님도 그러셨잖아요. 우리반 너무 많아서 전학 좀 보내야겠다고."
"그거는, 안 나와도 될 애들이 안 나와야 편해지는기고. 니는 안돼."
".........선생님, 진짜..."
"종쳤다. 올라가봐라. 암튼 생각 고쳐먹어라."
머릿속을 좀 정리해볼려고 쭉 써봤는데...
그렇다.
우리 담임이랑은 대화가 통하질 않는다. 무조건 다시 생각하라하고,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한다.
우리 엄마랑 먼저 얘기 했는데 엄마한텐 이런 소리까지 했단다.
"근데요, 그러다가 애 시집 못 가면 어떡할라 그러세요?"
..............................-_-미치겠다 진짜.
하고 싶은 말도 다 못했고, 암튼.... 쫌 안타깝다. 말을 중간에 다 끊어먹으니ㅠㅠ
무튼 난 목요일에 나올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