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다산 소식지 <몸살>에 실린~
사람의 본성에 맞는 사회,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곳
- 일본 as one community(에즈원 커뮤니티) 방문기
처음부터 관심이 있진 않았다. 1월1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 간 일본으로? 마을공동체 방문? 오 좋다, 재미있겠다, 정도로 생각했다. 전북 장수에 위치한 논실마을학교에서 공동체운동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과 다산인권센터가 연이 닿아 운 좋게 나도 함께 하게 된 것인데, 그래서 그곳에 다녀오기 전까지는 ‘야마기시즘’이나 ‘as one community(에즈원 커뮤니티)’나 그 밖의 마을공동체 등등에 대해 알지 못했다.(지금도 잘 아는 건 아니다 ^^;) 하지만 다녀온 이후, 내가 아는만큼, 그리고 내가 느낀만큼, 많은 사람들과 그곳에서의 기억을 나누고 싶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에즈원 커뮤니티를 방문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의 떨림은 그 당시와는 약간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2013년을 멋지게 시작하게 해준 근사한 경험이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규칙이 없는 사회,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는 회사
우리가 방문한 에즈원 커뮤니티는 일본 미에현 스즈카시에 있다. 나고야 공항에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이동한 후, 배에서 내린 곳에서부터 3~40분 정도 차로 더 들어가면 스즈카시에 도착할 수 있다. 도착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모임공간이자 우리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연수소>에서 에즈원 커뮤니티의 대략적인 소개를 들었다. ‘야마기시 공동체’라는 마을 공동체를 처음부터 함께 한 몇몇 사람들이 야마기시 공동체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공동체-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그 곳을 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시 모여 2001년부터 12년째 여러 가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 에즈원 커뮤니티다. 존 레논이 부른 Imagine의 가사 중,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한다.
몇 가지 팜플렛을 보면서 설명을 들었는데, 대체로 이 에즈원 커뮤니티에 깔린 기본적인가치는 이런 것이다.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그 곳에서는 실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고, 상하 관계가 없는 회사인 <에즈원 커뮤니티 컴퍼니>, <엄마손 도시락> 등을 만들어서 그것을 실현하고 있다. 그렇게 했을 때 사업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연구하며 실천할 수 있는 <사이엔즈 연구소>도 만들어서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하지 않는다”라니, 이 얼마나 꿈같은 혹은 너무나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사실 에즈원 커뮤니티에 도착하기까지 나는 의심을 한보따리 안고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 ”분노가 없는 게 어떻게 가능해?“, ”고정관념이나 틀이 없어지는 게 자연스러운거야?“ 같은, 기존의 마을공동체를 겉으로 봤을 때 느낀 것들에 대한 의심 비슷한 것들이다. 과연? 정말? 하는. 지금도 모든 질문이 시원하게 풀린 것은 아니지만, 에즈원 커뮤니티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기운이 있었다. 사람을 옭아매는 규칙을 만들지 않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그 기운은 말로 전해지거나 결과물로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더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에즈원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한 사람 한 사람” 그 다음은 “슬슬”이다. 조직/회사/사회(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 어떤 사람들의 존재가 묻히거나,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거나, 함부로 대해도 상관없다 여겨지는 것. 그리고 그런 일이 당연스러운 것.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에즈원 커뮤니티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 한 사람 한 사람이 편안한 삶을 사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어떤 조직 또는 사회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사회. 그 사회를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살려주고, 자기를 자기답게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를 에즈원 커뮤니티에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슬슬”은 그 곳의 느긋함을 표현하는 듯 했다. 몇몇 분의 말버릇이기도 했는데 “슬슬 합시다.” “슬슬 갈까요?”라는 말과 몸짓은 그 곳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소소한 발견
어쩌면 자꾸만 내 속에서 꼬리를 무는 질문과 의심들이 내 안의 ‘규칙성(?)’때문인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 개인을 보면 규칙적이거나 반듯한 사람은 전혀 아니지만)규칙이 없으면 불안하고 뭔가 질서가 있어야 될 것만 같은. 그것에서 비롯되는 고정관념과 규정. 내 마음 가는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마음껏 사는 삶을 상상하기엔 너무나 틀에 박힌 교육과 사회.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 중 하나.
에즈원 커뮤니티에서의 일정은 고작 3박4일이었지만 꼭 일주일은 머물렀던 것 같았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면서 내 머릿속도 여러 가지 복잡다양한 생각들로 꽉 들어찼던 시간이어서 그랬을까? 처음부터 모든 개념과 단어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원래 그런 것은 없었던’것처럼. 그 생각의 흐름은 마치ㅡ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볼 때, 기준을 뒤집어보고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때, 중심이 아닌 주변을 볼 때ㅡ인권이 시작되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는. 인권을 떠올렸던 그 때와 닮은 것이었다. 자꾸만 두근두근했다. 많은 생각을 곱씹을 때마다. 설렘일까, 깨달음일까, 두려움일까? 무엇이었을까?
해오던 거니까-해야 하니까, 보다는, 무엇이 나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어떤 사회를 무엇으로 만들어갈까? 라는 구체적 구상, 그리고 현실을 딛고 현실의 영역을 넓혀가려는 발걸음이 역시나 필요한 일이다. 실감 나지 않고 또 여전히 의심하는 마음도 한편에 있지만 조금씩 그 보따리를 열어가려는 마음을. 길을 다시 준비하고 걸어온 길을 단단히 하는 용기를. 그 동안 우리가 “완전히 잘해온 건” 아닐 수도 있겠다, 라는 고백을.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닌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깨달음을. 별로 대단할 게 없는 이야기이기에 위의 모든 것들은 ‘소소한 발견’이다.
아마 앞으로도 우리 모두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소소한 발견들은 계속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소소한 발견을 놓치지 않고, 다시 말하고, 듣고, 다시 생각해보고, 전달하고, 외치는 것.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목소리에 마음을 보태고, 삶을 덧붙이고, 반복하는 것이 결국 사회를 흔들고 기준을 뒤집는 작은 사건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사건과 시간들이 모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행복함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에즈원 커뮤니티 방문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은 이것이다. 에즈원 커뮤니티를 소개하는 팜플렛에서 발췌한 글을 전하며 방문기를 마친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다산인권센터나 저에게 연락하시면~ 한바탕 수다방을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ㅋ_ㅋ
“ 「그렇게 되면 좋겠네. 그렇지만 현실은 어렵기 때문에」라는 식으로 해왔지만, 여기에서는, 「그렇게 되면 좋겠다. 한번 시험 삼아 해 볼까!」라고 하는 기풍이 넘쳐나는 것처럼 느껴져. 그리 말해도, 결코 ‘완성된 것’은 아니고, 실패도 많고, 쌓거나 무너뜨리거나의 연속이지만, 우리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분위기가 재미있어. 지금의 세상, 집이나 토지를 아무리 남길 수 있다고 해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아닌 듯한 생각이 든다. 그런 “유적”의 귀찮음을 자손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몸의 인간이, 어떤 사람이라도 생기있게 살 수 있는 사회 기풍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서, 만들어가는 과정 중의 커뮤니티이지만, 한 번 보러 와서 너의 눈으로 확인해 주지 않을래? 그럼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