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학생은 아직도 사람이 아니다"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3주년을 맞아 -

 

 

  전국에서 최초로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져 시행된 후,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이후, 광주와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고 올해에는 전라북도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로부터 지난 3년간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학생인권의 흐름이 새삼 반갑다. 그러나 우리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3주년을 맞아, 학생인권의 부족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만능 아이템이 아님을 강조하고자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더욱 인권친화적이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기준과 방향, 수단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학교는 분명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체벌, 두발규제, 차별 등 대표적인 학생인권 침해 문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감소했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권침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은 인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의 인권은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열악한 상황에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학생은 아직도 사람이 아니다. 온전한 인간으로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학생인권조례는 그 안에 학생들의 인권을 모두 담고 있지 못하다. 경쟁교육, 사회적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학생들이 삶에서 겪는 각종 인권 문제들은 특히 학생인권조례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많은 권리들조차 아직 현실에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복지에 대한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자치와 참여의 권리 등 많은 권리들이 그 존재조차 잊히고 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에서 대표적인 조항들로 꼽히는 개성 실현의 자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사생활의 자유, 학습권 등도 적잖은 침해를 당하고 있다. 정말 최소한의 인권조차 아직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학생인권이 과잉된 상태라는 주장은 허구이다. 그 말은 사실 학생들에게 인권 같은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학생을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이 아닌 단지 ‘아랫사람’ 또는 학교에 예속된 존재로만 보겠다는 말을 에둘러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 더해, 인권 보장의 의무를 다하긴 커녕 인권을 침해하고 싶어 하는 거꾸로 가는 정부에 의해 학생인권조례는 위협당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육이 불가능해졌다는 견강부회식의 편견부터, 학생인권을 형식적인 이벤트 정도로 만드는 관료주의나,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므로 상위법 위반이라는 무효 소송까지,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넘어서야 할 것들이 많다.

 

  학생인권조례 3주년, 우리가 말해야 하는 것은 다시 학생인권이다. 교육청은 학생인권의 가치를 가지고 더욱 적극적으로 학교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육부 등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불의한 공격을 멈추고, 학생인권 실현에 협력해야 한다. 학교와 우리 사회는 학생도 사람임을 인정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지키자. 학생인권조례를 없애고 무력화하려는 공격들로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지키자. 학생인권조례에 담긴 학생인권의 가치와 기준들이 학교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학생인권조례를 지켜내는 것은, 지키게 만드는 것은, 바로 당사자인 학생들 그리고 교사․학부모들과 시민들의 힘일 것이다. 우리 <경기 학생인권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는 학생 등 교육주체들과 시민사회가 나서서 학생인권을 실현해나갈 것을 다짐한다.

 

 

2013년 10월 4일

 

경기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 다산인권센터/ 아주대글로벌인권센터/ 인권교육‘온다’/ 전국 장애인야학협의회 경기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원지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수원지부·의정부지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경기지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