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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차등수가제를 반대합니다.

@ 최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차등수가제를 지지할 것입니다.

한명의 활동보조인으로서 다른 활동보조인이 더 붙는 것은 썩 반길만한 일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활동보조인들이 모이면 싸우기만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한명의 이용자를 같이 맡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활동보조인이 이용자와 친해지고 더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자신의 월급이 깍이는 구조인데, 어느 누가 자신의 이용자에게 활동보조하는 다른 활동보조인을 흔쾌히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이미 다른 활동보조인이 있는 장애인 이용자를 활동보조하기 시작할 때, 이미 있던 활동보조인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활동보조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 경험 아닌가요? 자신의 월급을 깎는 불안 요인은 다른 활동보조인의 존재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바우처를 깎아먹는 목욕서비스나 간병서비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너무나 바우처를 많이 깎아먹기에 실질적으로 잘 쓰이지도 않는 서비스이긴 합니다만, 저로서는 이용자가 목욕서비스나 간병서비스 받아 버리면, 다음 달 생활이 더욱 걱정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2인활보 우선이냐 차등수가제 우선이냐 물으면, 최중증장애인을 맡고 있는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차등수가제를 우선해 달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2인활보는 다른 활동보조인이 붙어 자신의 월급이 깎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차등수가제는 최중증장애인만이라도 차별적으로 수가를 높여 자신의 월급이 오르는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로서는 최중증장애인을 활동보조하고 있는 활동보조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차등수가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저는 차등수가제를 반대합니다. 최중증장애인을 맡고 있는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만 정책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제도 전반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노동강도가 강한 경우라면 2인활보가 적절한 해법입니다.

차등수가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인력들이 기피하여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돈을 조금 더 많이 줌으로써 인력을 구해보겠다고 말합니다. 결국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노동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활동보조인력들이 기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최중증장애인들의 노동강도가 강하다고 칭해지는 경우는 오히려 2인활보가 더욱 적절합니다. 노동강도가 강하다고 말해지는 경우들 (예를 들어, 휠체어나 침대를 오갈 때, 목욕을 할 때)은 한사람이 활동보조할 경우 장애인 이용자도 위험하고 활동보조인의 건강도 위험합니다. 혼자서 최중증장애인을 번쩍번쩍 들다 보면 다칠 위험도 많고 다친다고 해도 산재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일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100kg이 넘는 최중증장애인 이용자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시키지 않다가 30분 목욕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그 30분의 요구를 견딜 수 없어 못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종일 쉰다고 하더라도 100kg의 이용자를 혼자 번쩍 들다가 허리를 다치면 누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여차하다가 이용자를 떨어뜨려 이용자도 함께 다치면 그 책임 여부와 죄책감 때문에 활동보조를 지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강도가 강한 상황은 수가를 높이 책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하더라도 활동보조인이 갑자기 슈퍼맨이 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현행 2인활보는 장애인 이용자에게는 더 많은 바우처를 지급하게 하고, 활동보조인에게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며, 중개기관에는 서류업무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거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센터, 이용자, 활동보조인이 부담없이 2인활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안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 차등수가제가 시행될 경우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강도가 강한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차등수가제가 적절한 해법이 아닌 것을 넘어서, 저는 차등수가제가 시행될 경우 별로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경증장애인들에 대한 활동보조인의 기피가 예상됩니다. 지금 광화문에서는 장애인들이 당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장애등급제에 대한 비판 내용에는 장애인들의 필요가 섬세하게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정부의 편의대로 등급을 매기고 예산에 짜맞추는 장애인 복지 전반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장애등급제의 폐단 중 하나가 1급 장애인에게만 사회복지 서비스가 집중되는 문제지요. 안그래도 1급에게만 집중되는 서비스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활동보조인들이 바우처도 적으면서 거기에다 시간당 시급도 낮은 경증장애인을 활동보조 하려고 할까요?

거기에 더해 활동보조인들의 마음 속에 다른 형태의 장애인등급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요즘이야 노동시간 제한 덕분에 그런 대화가 많이 사라졌습니다만, 활동보조인들 사이에서는 몇시간 활동보조하느냐는 질문이 가장 쉬운 질문이었습니다. 이제 차등수가제가 적용되면 활동보조인들은 서로서로에게 당신은 시급 얼마짜리 장애인 이용자를 활동보조 하고 있느냐고 쉽게 물어볼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정부의 노동감시가 더욱 심해지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미 많은 활동보조인들은 야간에 활동보조를 할 경우 전화를 받거나 사유서를 쓰는 등 필요 이상의 노동감시를 받고 있는데요. 차등수가제가 어떻게 현실화 될지는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나, 그만큼 많은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그에 수반하는 감시와 서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2014/06/30 22:03 2014/06/3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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