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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칼럼] 전가된 돌봄과 엄벌주의 아비
2023/06/21 [칼럼] 장애인이 하는 요리 아비
2023/05/24 [칼럼] 대체공휴일이 늘어도 변하는 것이 없는 노동자 아비
2023/04/26 [칼럼] 장애인 인권은 외치지만 차별주의자입니다 아비
2023/03/18 [칼럼] 장애인활동지원사 성폭력 피해와 대책 아비
2023/02/18 [칼럼] 전장연과 서울시 구도에서 은폐되는 것 아비
2023/01/17 [칼럼] 장애인활동지원사 월급 천만 원 아비
2022/12/14 [칼럼] 활동지원사 수급 문제, 왜 활동지원사에게는 묻지 않을까? 아비
2022/09/14 A센터가 고지하는 내용 아비
2022/07/28 어제는 소속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비

[칼럼] 전가된 돌봄과 엄벌주의


공격성향의 돌봄 대상 - 교육도 지원도 없이

나는 A를 B와 함께 만났다. A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B는 A의 보호자다. B는 A에게 필요한 일을 나에게 지시했다. 내가 밥과 물을 차려주면 A는 알아서 먹었다. 때로는 A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A는 보조기기 없이도 잘 다녔고, 집 바깥 화장실을 좋아했다. 우리는 종종 집 인근 공원의 화장실에 오갔다. A는 대소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해 줄 필요가 없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그가 다른 사람을 깨물기도 해 문제였다. A에게는 손발톱 깎기, 목욕이 필요했고, A는 그 과정에서 나에게 공격성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 서비스를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B는 A를 목욕시키라고 했다. A는 목욕을 싫어하는 듯했고, 목욕을 거부하며 나를 깨물려 했다. 자칫했다간 내가 물릴 판이었다. 결국, 나는 A의 머리를 밀치고 목덜미를 잡은 채 몇 대 쥐어박았다. A는 공포에 떨며 몸 씻김을 당했다. 깔끔해진 A를 보며 B는 만족했다. B는 다소 폭력이 있었음을 알았지만, 같이 살려면 어쩔 수 없다며 묵인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A는 장애인 B씨가 키우는 반려견이다. 나는 개를 키워본 적이 없고, 개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받아본 적이 없다. 반려동물이 대중화된 만큼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장애인도 많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도 현실적 업무로 활동지원사에게 떠넘겨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침은 물론이고 교육은 전무하다. 돌이켜보면, 반려견이 조금은 더 편안해할 목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먼저 반려견과 내가 친해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누군가가 반려견의 행동을 살피고 헤아리는 방법, 반려견의 공격행동을 대처하는 방법, 이러한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반려견의 개별적 특성도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개 전문가를 붙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그저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갈 뿐이고, 장애인 이용자가 요구하면 요구하는 대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체장애인과 구분되는 발달장애인 지원 방법

이는 반려동물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활동지원사들은 종종 발달장애인의 지원에 관해 어려움을 토로한다. 활동지원사들은 실질적인 매뉴얼이 없다고 호소한다. 신체장애인은 그들의 지시대로 업무를 수행하면 되지만 발달장애인은 같지 않다.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방법은 애초부터 장애인의 의사에 따르지 않는다. 활동지원사는 발달장애인을 부모 혹은 그에 준하는 주변 사람과 함께 만난다. 활동지원사의 서비스 내용은 장애인 당사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에 의해 결정된다. 활동지원사는 첫 만남에서 발달장애인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실질적인 업무지시는 이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해당 활동지원사에게 서비스를 받을지 중단할지에 대한 결정도 보호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보호자가 요청하는 서비스 내용에는 당사자에게 통제를 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보호자가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소위 인권적이라 할 만한 서비스를 요구하는지도 불확실하다. 사실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발달장애인의 모든 행위에 대해 보호자가 책임을 져 준다면, 활동지원사는 발달장애인을 통제할 이유가 없다.

발달장애인과 활동지원사는 관계를 미리 형성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고,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특별한 교육이나 지침도 없고, 개별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보호자들은 개별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잘 정리하여 활동지원사에게 전달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있고, 활동지원인력이 서비스 제공을 꺼릴 사유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발달장애인에게 공격당한 활동지원사가 산재보험을 신청하려 해도 혹여나 자신의 자녀가 어려운 이용자로 소문날까 두려워한 부모의 만류로 신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환상

국가는 장애를 통제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장애라 규정하고 줄 세우지만, 장애 내부의 차이는 비장애와 장애의 차이보다 크다. 나는 솔직히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이야기할 때, 비장애인과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형성된 자기결정권 패러다임을 발달장애인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겉으로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척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도 않고, 활동지원사에게 그렇게 가르치지도 않고, 그렇게 지시하지도 않는다.

중증의 발달장애인에게는 신체장애인을 지원할 때에는 강조되지 않는 보호, 그리고 그 보호와 구분되지 않는 통제가 요청되기도 한다. 언어장애인과의 소통에는 언어장애를 고려하여 천천히 반복적으로 신중하게 인내심을 갖고 듣는 것이 강조되지만, 발달장애인과의 소통에는 장애인이 말을 잘 듣도록 위한 스킬이 강조된다.

활동지원사 양성교육 교재를 보자. 활동지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해당 교재로 교육을 받는다. 발달장애인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자기결정권 부여”하라면서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이나 인정은 바람직하지 않다”[1]고 말한다. 존중받을 사안과 존중받지 않아야 할 사안을 타인이 판단하는 것 자체가 이미 존중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한편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문제가 제기되는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대해서는 신체적 개입, 공간적 분리 조치가 가능한 것으로 언급한다.

③ 위기단계

이 단계에서는 이용자의 감정 상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도전적 행동이 발생한다. 활동지원사는 이용자의 도전적 행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고, 도전적 행동의 발생 상황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모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이용자나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신체적 개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손목잡기 등의 직접적 신체 접촉을 통한 개입이나 격리·문 잠그기 등의 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공간적 개입과 같은 유형이 있다. 다만 신체적 개입에 대해 이용자의 인권을 보호 및 존중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 시간이 소요되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발간, 활동지원사 양성 교육교재, 2021년 12월 발행판, 139쪽. 강조 필자.

이러한 조치 이전에 제시하고 있는 절차는 관련된 사람들과의 논의가 전부다.

발생 전과 후에 이르기까지 활동지원사의 역할을 확인하고, 특히 신체적 개입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당사자, 활동지원사, 보호자와 가족, 활동지원 제공기관의 소통 과정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지원 과정에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 이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발간, 활동지원사 양성 교육교재, 2021년 12월 발행판, 137쪽. 강조 필자.

보호자로부터 허락받은 신체 구속과 감금은 정당할까

활동지원사 양성교육 교재에서는 “당사자, 활동지원사, 보호자와 가족, 활동지원 제공기관”이 소통하여 사전에 정하고 소통이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전적으로 보호자에게 의존되어 있다. 당사자는 동의·부동의 여부를 표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보호자가 활동지원기관을 선택하므로 활동지원기관의 영향력이란 크지 않다. 활동지원기관은 기관대로 사례별로 촘촘히 지원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결국, 앞서 말한 대로 서비스 내용은 보호자에 의해 결정되고, 앞서 언급된 “신체 접촉을 통한 개입”과 “공간적 개입”은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다. 아니면 보호자마저 방임하여 활동지원사가 전적으로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

보호자도 장애인을 학대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2019년 7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양성교육 교재에서는 도전행동에 대한 명시 자체가 없었다. 2019년 12월 대전에서는 친모와 활동지원사가 지적장애인을 수시로 화장실에 가두고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2] 장애인 구속을 위해 개 목걸이가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있은 얼마 후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대한 신체적·공간적 개입을 새로이 명시하는 양성교육 교재가 2021년 12월에 발행되었다. 정부는 개별 사건을 일탈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데에 급급하다.

피할 수 없는 구체적 돌봄, 국가의 역할

신체장애인에게 신체 구속과 감금이 이루어졌다면, 장애인 학대로 판단될 것이다. 비장애인에게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형법상 범죄로 판단될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신체장애인 또는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된다면, 마찬가지로 판단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공적 지원체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래서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 돌발행동에 대한 통제도 공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신체 통제가 사인의 판단에 의해, 사인의 물리력 행사에 의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가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학대 등 여러 사건의 싹은 아닐까 생각한다. 차별적 교육을 받은 종사자가 학대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적은 아닐까. 교재에서 말하는 ‘최후의 수단’, ‘최소한의 시간’은 정말 최후이고 최소한일까. 그 판단에 대한 보증은 누가 하는가? 이러한 판단을 사인에게만, 그것도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의 활동지원사에게 맡겨두는 것은 옳은가.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대함에 있어 국가 공권의 사용마저 아까워하는 사회는 아닐까.

발달장애인에 대한 신체 통제가 정말로 ‘최후의 수단’, ‘최소한의 시간’ 만큼 필요하다면 비장애인에게 그러한 것처럼 사법절차와 공권력에 의해서만 예외적으로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 국가가 행할 판단을 어정쩡하게 돌봄노동자에게 전가하고, 학대라며 비난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제대로 된 매뉴얼과 지원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1.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발간, 〈활동지원사 양성 교육교재〉, 2021년 12월 발행판, 132쪽.
  2. 연합뉴스, 지적장애인 빨랫방망이로 때려 숨지게 한 활동지원사 징역 17년, <https://www.yna.co.kr/view/AKR20200618115100063>, 2020-06-18
2023/08/25 01:52 2023/08/2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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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이 하는 요리

어느 날 일요일 아침이다. 출근하니 장애인 이용자가 친구의 집들이를 간다고 했다. 각자가 요리를 조금씩 준비하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를 하기로 했다며, 오늘은 자신이 궁중떡볶이를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용자는 양손을 쓸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이다. 나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궁중 떡볶이를 해주겠다는 거예요. 궁중 떡볶이를 하게 시키겠다는 거예요?”

그러자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보이며 자신이 다닌 야학에서는 활동지원사가 한 것도 자기가 한 거라고 배웠다고 한다. 아니 활동지원사가 한 게 어떻게 자기가 한 게 되는가? 이제 이용자가 나를 냉장고로 이끈다. 냉장고에는 양념 된 고기와 썰어진 야채들이 준비되어 있다. “오~ 많이 준비해 뒀네요?”라고, 감탄하니, “내가 준비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또 한 번 웃는다. 그럴 리가.

이제 재료를 조리 판 위에 놓는다. 재료 투입에도 순서가 있다. 이용자는 이것저것 지시한다. 불을 강하게 하랬다가 약하게 하랬다가, 식재료를 저기로 치워 두랬다가 이제는 넣으라 했다가.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한다. 다년간의 활동지원 경력으로 나의 판단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이 요리는 내가 한 것이 아니고, 내 책임도 아니다. 요리 과정에 의견을 내는 것이 장애인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망친 요리는 더러운 맛으로 이용자의 혀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장애인은 실패할 권리가 있고, 실패 또한 자립생활의 한 부분이다.

미리 식재료를 준비해 둔 탓일까? 장보기와 밑손질 시간이 들지 않으니 비교적 빠르게 떡볶이가 완성되었다. 집들이에 참석할 다수의 인원을 생각해 양이 아주 푸짐하다. 요리를 마치자 때마침 핸드폰에서 메시지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난다. 비보다. 집들이 참석 인원 중 한 명이 아파 다른 날로 집들이 일정을 수정하겠다는 소식이다.

이용자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이 많은 음식을 어떡할지 고민이다. 잠시간 고민을 하더니 어머니에게 가자고 한다. 어차피 떡볶이 양이 많아 버리게 될 것이 뻔하니 어머니에게 가져다주자고 한다. 장콜을 부르고, 기다리고, 차가 오고, 짐을 싣고, 어머니 집으로 간다.

어머니 집에 가니 이용자의 동생도 있다. 이 궁중 떡볶이는 누가 했냐고 묻는다. 이용자가 옆에서 “내가 했다.”고 말한다. 동생이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몇 개 집어 먹더니 맛이 없다고 말한다.

이용자와 나는 다시 이용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남아있는 궁중떡볶이를 같이 먹는다. 양념이 조금 밍밍한 편이나 썩 나쁘지는 않다. 떡볶이를 먹으며 하루를 돌아본다. 장애인이용자는 요리를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요리의 절차를 고민하고 숙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온전히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인지 노동의 배분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전체 과정을 여럿의 활동지원사에게 분배했다. 과정이 세분화 될 수록 활동지원사는 전체 과정에서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아이폰 뒷면의 문구를 변용하자면 궁중떡볶이 뒷면에는 이렇게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Designed by 장애인 김모씨 in Korea, Processed by 김모씨의 활동지원사들. 동생이 맛이 없다 하던 그 말도 떠오른다. 나는 이 평가로부터 자유로운가. 자유로우면 좋은 것인가. 그 자유는 자유인가 소외인가.

2023/06/21 01:41 2023/06/2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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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체공휴일이 늘어도 변하는 것이 없는 노동자

법에선 유급휴일, 행정해석에는 소정근로일이 아니면 무급휴일

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민간에서도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도록 되었다. 해당 조항은 2022년이 되어 5인이상 사업장이면 모두 적용되게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5월에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배포하였는데, 당시에는 개정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우리나라 관공서 등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으나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라 공휴일 휴무 여부가 다른 실정

- 이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공휴일 휴무규정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는 명절 연휴와 같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해 휴일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

○ 따라서, 공휴일에 근로자가 차별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하려는 것임

- 2018. 05. 고용노동부 발간,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 20쪽.

조금 풀어 적자면, 법 개정 이전에는 ▲관공서를 포함해 사업장 규모가 크고 노동조합이 있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규정한 사업장은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쉬고 있었다. ▲반면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는 명절 연휴와 같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해 휴일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이 있었다. ▲그래서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라고 법에 명시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소기업(?) 시간급제 노동자인,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법률이 개정되어도 이 법률의 혜택이 오지 않았다. 바로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743 행정해석 때문이다. 임금근로시간과-743은 토요일과 같은 비번일·무급휴일이 관공서공휴일과 겹칠 경우, 노동자에게 별도로 유급휴일수당을 더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

이런 행정해석이 나오자 장애인활동지원기관들은 관공서공휴일에 근무를 하지 말라거나, 급여제공 일정표에 근무를 계획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혹여나 근무를 하더라도 평일에 바우처 결제를 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관공서공휴일을 ‘소정근로일이 아닌 날’, ‘무급휴일’로 한다는 근로계약과 취업규칙개정을 강행했다. 결국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사업주들의 이런저런 조치로 관공서공휴일이 무급휴일로 설정되었고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임금의 감소만 없으면 법개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

한편 임금근로시간과-653은 임금근로시간과-743 행정해석에 제동을 거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근무편성시 관공서 공휴일에 근무할 근로자를 고의로 누락 하거나 이날을 제외하는 방법 등으로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 법적용 전보다 해당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되는 경우라면 이는 법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행정해석은 법개정 취지에 반하는 요건을 나열하고 있는데, 사업주가 고의로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 법적용 이전보다 임금이 감소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해석은 이 해석대로 기이하다. 법률 개정으로 유급휴일이 늘어났으면 일을 하지 않아도 임금이 그대로거나, 같은 일을 하면 임금이 늘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 결과다. 그런데 임금근로시간과-653에 따르면,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만 줄지 않는다면, 법개정 취지에 반하지 않아 위법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경우 사업주의 고의로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도, 다른 날에 근무를 더 몰아서 많이 하게 되어 임금의 감소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월급제 노동자의 경우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을 누리고 다른 대체근무일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다른 근무 가능한 요일을 찾아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임금의 감소는 발생하지 않으니, 임금근로시간과-653의 해석상으로도 위법은 아니다. 743이나 653이나 활동지원사 노동자는 관공서공휴일유급휴일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이러한 행정해석의 문제는 비단 장애인활동지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적용 이후에 근무를 시작하는 노동자의 경우나, 법적용 이후에 생긴 일자리의 경우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러한 경우는 법 개정 이전에는 근무 자체를 하지 않았으니 비교 대상이 없다.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감소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사용자는 2개의 행정해석에 힘입어 “관공서공휴일은 소정근로일에서 제외하고, 무급휴일로 한다”는 문구만 근로계약서에 추가하면 관공서공휴일을 무급휴일로 만들 수 있다. 그러고는 산업 자체의 특성 때문에, 관공서공휴일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사회는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산업도 다양하게 생기고 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강력한 유인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시간급제 고용을 권장하는 꼴이다. 그리고 여전히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는 명절 연휴와 같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해 휴일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하게 된다. 법률을 개정한 이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행정권이 입법권을 덮어버리는 모양새다.

유급휴일의 양극화

2023년, 석가탄신일에도 대체공휴일이 적용되게 되었다. 2023년 석가탄신일은 토요일이고 대개의 직장의 경우 토요일은 무급휴일이므로, 임금근로시간과-743 행정해석에 따르면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그런데 대체공휴일이 도입되었다. 공무원과 월급제 노동자들은 아마도 월요일 유급휴일이 하루 더 늘어났겠지만, 시간급제 노동자들은 무급휴일만 하루 더 늘어났다. 전 정권에서도 현 정권에서도 공휴일은 늘어만 간다. 대체공휴일이 늘어날 때 대통령들과 국무위원들은 토요일이 소정근로일인지를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 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할 고용노동부가 소정근로일을 빌미로 유급휴일을 없애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의 최저선을 제시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 최저선이 소정근로시간인가 아닌가 하는 사업주의 자의에 의해 휘둘리는게 옳은가? 꼭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아니라도 "우리는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은 해당 없다"고 말하는 시간급제 노동자들을 종종 본다.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 부여에 별다른 조건을 달아서는 안 된다. 평등한 유급휴일 보장을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하루빨리 해당 행정해석을 폐기해야만 한다.

2023/05/24 01:04 2023/05/2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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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 인권은 외치지만 차별주의자입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정의가 미치는 범위, 즉 정의의 범위가 있다. 누구나 정의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미치는 영역은 한계선이 있다. 어떤 경계를 중심으로 정의의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적으로 생각되거나 비인간화되고 잔인하게 대해도 된다고 느낀다. 이들은 정의가 관장하는 도덕적 세계 밖에 존재한다.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147.

오래된 중재 요청의 기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는 전국단위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의 협의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가 소속되어 있고, 한자협 소속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수가 활동지원사업을 수탁하고 있다. 우리노조는 중앙단위인 전장연, 한자협과 공동사업을 한 기억을 살리며, 노사 갈등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 2일, 우리노조와 당시 돌봄지부[1]는 전장연과 한자협에 공문을 발송했다. 대구지역 전장연 소속단위 활동지원기관 여러 곳이 활동지원사들에게 부당한 임금꺾기를 하여 이에대한 중재를 요청하는 공문이었다. 당시 대구의 활동지원기관들은 노동자가 1시간을 일하면 10분씩을 휴게시간으로 부여했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축소 산정하고 임금을 삭감했다. 당시 지역언론을 통해 공개된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센터가 복지부에 청구한 결제시간은 138시간이지만 노동자가 받은 임금은 115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이었다.[2] 자립생활센터는 정부에게는 138시간 서비스가 제공되었다고 보고하여 138시간에 해당하는 수가를 받고도 노동자들에게는 115시간에 해당하는 임금만을 지급했다. 휴게시간 명목으로 임금을 제했지만,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휴게시간도 보장되지 않았다.[3] 부당한 처사다. 그런데 당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구장차연)의 정책국장은 기사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활동보조 서비스가 도입될 때부터 시장화된 서비스로 만들어지면서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새 정부가 사회서비스 관련해서 핵심적인 방향을 잡아주면 좋겠다”며 “활동보조인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예산을 확대해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노조의 공문에 대한 전장연과 한자협의 태도는 어땠을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와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해당 사안은 국회 및 정부에 전달되었으며 문제가 외화되고 나서야 결국 사업장들은 휴게시간 임금꺾기를 철회하였다.

3월 23일, 한자협의 기자회견

지난 이야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3월 23일에 있었던 한자협 주최 기자회견 때문이다. 한자협은 3월 23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서 “「시급제 활동지원사 처우」는 보건복지부에 「관공서 공휴일 수당 지급」은 고용노동부에 책임을 물어라!”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3월 23일은 A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련 민사재판의 첫 공판일이었다. 우리노조는 A센터를 상대로 취업규칙 무효확인과 미지급한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4] 첫 공판이 3월 23일에 있었다.

공판 전인 당일 오전에 누군가를 규탄하기 위해 한자협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제목에는 “책임을 물”으라고 되어 있지만, 누구더러 물으라는 것인지 구체적 명시가 없다. 기자회견 보도자료[5]와 발언[6]을 잘 살피면, 해당 기자회견이 규탄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나를 포함한 원고인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임을 알 수 있다. A센터에 법적 다툼을 걸지 말고, 노동부나 보건복지부로 가라는 규탄이다.

특별히 2017년의 사건이 떠오른 이유는, 발언 논지의 유사성도 유사성이지만 한자협은 회원사업장의 부정에 대해 방관한 역사가 있으면서도 노조가 대화하지 않고 있다고 노조를 규탄했기 때문이다.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는 것은 얼마나 좋은 말인가? 하지만 이 말도 사실을 왜곡하고 누군가를 억압할 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그날의 기자회견은 보여준다. 2017년의 묵살 이후 우리는 개별 사업장의 분쟁에 대해 개별 사업장 단위로 대응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중재요청이 한자협을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판단 때문이다. 개별 사업장 단위에서 노조가 대화의 노력을 않는 것도 아니다. 노조는 A센터에 노사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제기하고 재직노동자 80명의 연서명을 받아 의견을 제출하였다. A센터 소장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법대로 하라는 응답과 묵살이었다.

이제 내용을 보자. 이날의 기자회견에서도 2017년 대구장차연 정책국장이 한 발언과 비슷한 논지의 발언이 반복되었다. 정부가 설계한 활동지원제도는 갈등의 소지를 품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기관에는 없고 정부에만 있다는 식이다. 시장화정책에 대한 문제인식을 표하며 겉으로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민간위탁기관으로서의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고, 예산지급의 경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전달체계의 문제를 은폐한다. 결국 자신들에게 예산을 더 내려달라는 요구다.

보도자료를 보자 ▲정부가 노사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도록 오랫동안 방치해 왔으며 ▲정부는 부처 간 핑퐁으로 구체적인 매뉴얼 또는 취업규칙을 만들어 배포한 적이 없다 ▲활동지원기관은 공익성 사업 활동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수익사업을 하지 않으며 ▲노사협의체를 성실히 운영하는데도 악질적인 사업체로 몰아가서 유감이다 ▲A센터 취업규칙 개정은 적법하다는 내용이다. 보도자료의 최상단 박스칸에는 ‘표준 취업규칙 제공’, ‘급여지급 기준 마련’, ‘활동지원급여단가 책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자협 보도자료

 

이 모든 사태가 정부의 무한책임이라면, 활동지원기관 무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나도 정부의 무책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활동지원기관의 모든 행위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A센터 대리를 맡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자문변호사의 비유[7]를 이어 말해보자면, 부모가 없는 사이에 아이들이 싸우면, 부모가 돌아와서 그 싸움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고 아이들을 훈계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많은 형이 동생에게 상해를 입히고도 그 책임은 부모가 방기한 탓이라고 말하면 그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자신을 훈육하는 부모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혹은 맞은 동생에게 그렇게 말한다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활동지원기관들이 정부를 탓하는 자기정당화 발언은 오래되었다. 노동자의 노동권을 주장하는 모든 시도에 활동지원기관들은 정부를 탓했다. 2017년의 사례에서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꺾고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정부가 시킨 것은 아니다. 기관이 자신들의 운영이 어려운 사정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한 행위일 뿐이다. 한자협 기관이 아닌 활동지원기관들의 사례도 나열해보자. 재정적 여유가 있음에도 활동지원사에게 임금채권포기각서를 강요한 사업장에서도, 정당한 임금을 요구한 노동자들을 해고한 사업장에서도, 성추행 피해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요구했던 사업장에서도, 결국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한다. “이 문제는 함께 해결해가야 할 문제”라고. 하지만 그 속에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 기자회견 사회를 본 한자협 국장의 말대로 아무런 책임이 없는 “하청 업체”일 뿐이라면, 활동지원기관의 존재의의는 어디에 있는가.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포기해야 하는가.

A센터는 법 적용시기인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관공서공휴일유급휴일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법 적용시기 이전부터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의견을 주었음에도 지급하지 않았다. 센터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부분은 법률 및 행정해석에 대한 입장 차가 있더라도 명백한 불법이다. 한자협에서 주장하는 해석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지급하지 않았기에 임금체불이 있는 것이다. 그러고는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2021년 12월에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A센터가 하는 말은 다른 여러 활동지원기관이 말하듯이 정부가 예산을 충분히 주지 않아 센터 운영이 어려워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A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총회 자료를 살펴보면 재정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2022년 총회자료에서 회계감사는 “활동보조인 중개사업의 수익금액 증가에 기인”하여 1억4천의 이익이 발생했다고 말하고, 2023년 총회 자료에서는 A센터가 이사와 인테리어에 3억5천을 지출한 내용이 나온다. 정부가 예산을 충분히 지급하지 않아 지불 능력이 없다는 핑계는 사업장마다의 개별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여서 확인하면 될 일이다. 법정수당을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노동자와 논의를 통해 합의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A센터 소장은 가장 최근의 노사협의회에서까지, 센터 재정 상황 설명 및 자료를 요청하는 노동자위원에게 공개된 자료만을 ‘알아서’ 보라며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구체적 상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조차 없었다. 이런 소장의 태도가 한자협이 말하는 “노사협의체를 성실히 운영하고 있는 기관”의 태도일까.

이 정도 됐으면 A센터 소장은 자신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이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아야 할 것은 아닐까. 그런데 A센터 소장은 끝까지 비겁하다. 한자협을 내세워 기자회견을 하고, 원고를 호명하면서도 자신은 끝까지 익명의 존재로 남아있다.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는 보도자료의 문구가 무색하게, 어느 사업장인지는 알 수가 없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혐오정치, 차별 발언

3월 23일 기자회견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과 장추련 자문변호사 김정환 변호사는 활동지원사 노동자들과 노조에 대한 낙인찍기를 시도한다.

이 소송을 제기한 활동지원노조는 현재 다수 발생하고 있는 활동지원사로부터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무심하고 이것과 관련해서 전혀 자정능력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지 않으면서 정작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만을 계속 이야기해서 ...장애인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많은 활동지원사들의 문제로 계속 상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오늘, 이 소송과 관련해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는 이 문제를 마치 노측과 사측의 문제로 가져가면서 장애인당사자인권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는 전혀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발언
근로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그 과정에서 활동지원사분들이 현재 있는 장애인과 관련된 많은 문제에 있어서 장애인과 관련된 어떤 인권침해의 문제라든지 어떤 노조 내부의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활동지원 노조의 입장에서 먼저 선제적으로 앞서서 장애인을 위해서 그런 부분을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 발언

이 발언들은 마치 소송의 원고들이 장애인 인권침해를 자행하면서 노동조건 개선만을 요구하는 사람처럼 묘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활동지원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자정능력이 없는 집단으로 묘사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이들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인식이 반인권적이라는 사실이다. 장애인에 대한 철저한 인권의식이 ‘노동인권’을 보장받기 위한 조건처럼 말해진다. 장추련에게 묻고 싶다. 자신들만큼 드높은 장애인 인권의식을 갖지 못하면 노동인권 따위는 보장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인걸까. 활동지원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이나 현장에서는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하지만 아무리 현장에서 여러 문제가 일어난다고 해도 개별 행위자를 일반화 범주화하여 낙인찍는 일은 인권에 반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왜 노동조합과 노동자에게는 극우 보수정치인들이나 행할 혐오정치를 하고 있는 걸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장애인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많은 활동지원사들”이라는 표현이다. 활동지원사는 노동자이고 노동자는 사전 그대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수급자를 이용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장애인을 이용하는 활동지원사와 이용하지 않는 활동지원사는 구분되지 않는다. 얼마나 강한 노동강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장애인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되는 걸까. 그것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있기나 한 건가. 사실은 활동지원사가 하는 일 없이 돈 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활동지원사들은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주변의 이상한 노동혐오적 시선 때문에 이중구속에 빠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한다. 장애인이용자에게 사무적으로 대하면 돌봄이 소홀하다 비난받고, 장애인이용자에게 성심성의껏 서비스하면 장애인이용자를 이용하기 위해 ‘홀린다’는 소리를 듣는다. 혹자는 ‘빨대를 꽂는다’며 비하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말일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동환경이다. 주변인들의 노동혐오적 시선은 활동지원사들이 활동지원 현장 이탈을 결심하게 하는 주효한 이유 중 하나다. 장추련은 활동지원사 없는 세상을 원하는가.

노동조건과 인권의식은 무관할까

그날 장추련 사무국장은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고민 없이 노동조건만을 말한다고 노조를 질타했다. 그런데 노동조건과 인권의식은 무관한가. 활동지원사에게 인권의식이 요구된다는 것은 모두들 동의한다. 그리고 그 인권의식 고취를 위해 활동지원제도는 보수교육을 시행한다. A센터는 보수교육 참여에 대한 임금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이었다. A센터는 갈등이 불거지자 2022년 하반기에 뒤늦게 활동지원사들에게 5,760원을 입금하였다. 2021년 보수교육에 대한 임금 보전분이다. 2021년 최저임금은 8,720원이었지만, A센터는 보수교육 참가자시간에 대한 임금을 시간당 8,000원으로 책정하여 지급하였다. 미지급한 720원의 8시간분 임금이 5,760원인 것이다. 이 지급도 관할 지자체의 시정지시를 받고서야 이루어졌다. 그보다 이전의 일은 언급하지 않겠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건을 주장하는 것은 인권의식 고취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활동지원사의 처우개선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노동조건과 인권의식을 대립시키는 이 같은 발언을 어찌 이해해야 하나. 저들의 사유에서는 이미 노동자들의 인권의식과 노동조건이 함께 가는 것이 아니다. 인권감수성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권감수성 이전에 인권교육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사람을 길러내는 과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사람을 싸고 쉽게 쓰고 버리려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그리고 A센터도 그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싸우는 노동자 설요한을 상상하며

나는 그날의 기자회견 이후 설요한을 다시금 떠올리며 생각하게 된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던 뇌병변장애인 설요한은 실적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립생활센터가 실적을 못채우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을 환수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자협은 이런 식의 제도를 만든 고용노동부가 설요한을 죽였다고 주장하며 제도의 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나는 요즘 그런 상상을 해본다. 설요한이 살아와 나에게 노동상담을 한다면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나는 먼저 장애인인권운동 동료상담가들이 그러하는 것처럼, 장애를 당신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게 비장애인만큼의 생산성을 요구하려면 장애의 사회적 모델에 근거해서 그만큼의 지원이 더 있어야만 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노동자 일반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해줄 것이다. 사업장이 정부와 맺은 계약은 도급계약으로 보이고, 당신이 자립생활센터와 맺은 계약은 근로계약이라고. 사업장은 계약을 수행하지 못하면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맞지만, 근로계약은 어떤 업무의 완성이 임금의 조건이 아니라, 그저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임금채권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당신의 임금은 당신의 실적과 무관한 당신의 생존권이고, 그 임금을 빼앗는 것은 불법 부당한 행위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기 지급된 월급의 환수를 요구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맞서는 법정 투쟁을 지원할지도 모른다. 나는 설요한을 옥죈 논리가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느낀다. 설요한이 죽은 그 자리가 사업주들로 구성된 한자협의 자리보다, 나의 자리에 가깝다고 느낀다.

인권을 주장하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여기는 활동가도 충분히 반인권적인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 나는 저들의 정의로움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저들이 주장하는 ‘인간’의 범주에는 진보적 장애인 인권운동의 자장 아래에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노동자에는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또한 포함되어 있어서, 그 예외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좀먹을 정도다. 진보적 장애인 인권운동이라 해서 노동인권의 성역은 아니다. 나는 이들의 논리가 하루빨리 논파될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하루빨리 철폐되길 바라며, 장애인일자리도 확대되길 바란다.


  1. 당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2. 뉴스민, 장애인의 삶과 동행하는 우리가 당당했으면, <https://www.newsmin.co.kr/news/21569/>, 2017-06-21.
  3. 앞 기사 내용 중 장애인이용자 정경애 씨의 발언을 주목하라. “중개기관이 근무시간에서 휴게시간을 빼는데, 만약 휴게시간을 제가 주지 않는다면 이 뜻은 제가 활동보조인의 노동을 착취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거잖아요”. 이러한 갈등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일부 활동지원기관들은 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을 ‘준수’하라고 강요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정작 실질적인 휴게시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실질적인 휴게시간으로 보고 있는데, 실질적인 휴게시간이 아니면 노동시간으로 여겨지고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이 된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을 ‘준수’하라며 사용자들이 들볶고 있다. ‘권리’가 ‘준수’라는 명목으로 강요되는 것은 이상한 상황이다. 이 준수를 강요하는 주체가 누구고 대상이 누구인지를 주목해서 보아야 한다. 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할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고, 이를 부여하기 위해서 대체인력을 투입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사정은 사업주의 사정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에 대해서 장애인이용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활동지원현장에서의 권력 위계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예이다.
  4.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보도자료, [기자회견] 취업규칙 무효 확인 소송, <https://cafe.daum.net/paspower/4Pq3/400>, 배포 일자 2022-08-10.
  5.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보도자료, 「시급제 활동지원사 처우」는 보건복지부에 「관공서 공휴일 수당 지급」은 고용노동부에 책임을 물어라!, 배포 일자 2023-03-22.
  6. 그날의 발언은 장추련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시급제 활동지원사 처우」는 보건복지부에~「관공서 공휴일 수당 지급」은 고용노동부에 책임을 물어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기자회견, <https://www.youtube.com/live/qJC3W_5Oeg4>, 2023-03-23. 기자회견 보도자료와 발언내용은 <https://dqj.notion.site/dqj/2023-03-23-744ef95b8c4a4857b0ebdeb556019d97> 참고.
  7.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는 그날의 연대발언에서 “마치 부모가 아이들을 방임해 놓았는데, 아이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을 아이들 책임으로만 돌리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2023/04/26 14:59 2023/04/26 14:59

[칼럼] 장애인활동지원사 성폭력 피해와 대책

[칼럼] 장애인활동지원사 성폭력 피해와 대책
http://www.newspoole.kr/news/articleView.html?idxno=10338

활동지원사 성폭력 피해가 드러나기 어려운 이유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용자는 남성이 60.51% 여성이 39.49%로[1] 남성이 더 많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의 경우 여성이 87.85%로 대다수를 차지한다.[2] 그래서 남성 장애인이 여성 비장애인에게 서비스받는 일이 많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을 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장애인은 무성애자일 것이 강요된다. 장애인 당사자들도 이런 사정이 괴롭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성적 주체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소극적 차원에서의 (성적) 사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우스갯소리로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라는 말이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그런 종류의 조롱마저 허락되지 않는다.

한편, 성적 주체성에 대한 불인정은 성적 주체로서 행할 폭력의 가능성에 대한 불인정이기도 하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성폭력 피해에 대책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아니 장애인이 어떻게 성폭력을 해요?"라고 물었다는 사실은 우리끼리는 반복해서 곱씹는 술자리 안줏거리다. 이런식의 인식이 만연하다 보니, 성폭력 피해 활동지원사들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말하기가 두렵다.

장애인을 무성애자로 간주하는 사회일반의 잘못된 인식이 꼭 작동하지 않더라도, 장애는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활동지원사 당사자가 장애인이 성폭력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질문, 고충토로, 상담요청을 하면 당장 나부터도 장애특성으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지게 된다. 피해자 중심주의나, 당사자의 불쾌감보다 장애인의 장애 특성으로 인한 불가피성이 우선 검토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주관적 불쾌감이 있어도,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여러 요소 중에 '장애'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장애인 관련 사안을 다루는 데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양자를 두루 함께 고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조합원은 우리 노동조합에 오기 전, 다수의 여성단체에 자신의 피해에 대한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자가 장애에 대한 이해가 낮아 곤란했던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한 단체에서는 부정수급이나 장애인 인권 의식 수준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것도 2차 가해의 일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피해자에게 순결성과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도 2차 가해의 범주에 해당하니 말이다.

여성 활동지원사는 87.85%고 40대 이상 여성 활동지원사는 84.13%, 50대 이상 여성 활동지원사는 68.20%이다. 성비 불균형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고령이기도 하다. 활동지원사 중에는 기혼자들도 많다. 성폭력 피해 고통을 호소하는 활동지원사 중에는 남편이 이성에게 서비스 들어가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며, 그러한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사건을 묻어버리기도 했다. 지원하는 자, 신고받는 자, 주변의 사람, 누구 하나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활동지원사들은 그냥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들이 많다. 서비스를 계속 들어갈 수는 없고, 수입이 끊긴 채 방치되고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일반적인 수순이다.

활동지원사 성폭력 피해 산재승인 소식

그런 와중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활동지원사가 산재승인을 받았다는 기적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노조는 피해자를 사건발생 몇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당시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까지 받았다고 했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냐는 질문에, 피해자는 이렇게 말했다.

"센터에 가장 먼저 전화했는데요. 기다리라고 하고는 1시간이 지나도록 별 소식이 없더라고요. 센터에서 꼼짝 말고 기다리라고 해서, 그 집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무서워 더는 견딜 수가 없어 경찰에 전화했어요. 열쇠로 문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았어요."

어쩌면 전담인력이 조금만 빨리 왔더라도 경찰신고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연히 판결도 없었을 것이고, 산재승인이라는 결과도 없었을지 모른다. 근로복지공단은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피해사실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산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도 2차가해는 두렵다. 주변에서 말이 돌까봐 공무원에게조차 자신의 집을 선뜻 밝히지 못했다. 그러한 두려움을 감수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만큼 피해자는 기관의 방치에 내몰렸다.

피해자더러 범죄장소에 머물라는 이상한 지시. 결국 사건발생 2시간이나 지나서야 등장한 전담관리인력은 왜 경찰에 신고했냐 다그치며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3자 면담을 요구했다. 결제를 못해서 수익이 줄게 생겼다는 걱정섞인 말을 건내는 것은 덤이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장기간 받았지만, 사업주는 고용노동부에 산업재해 발생을 보고하지도 않았고, 피해자에게 산재 신청 절차도 알리지 않았다. 피해자는 일거리가 끊겨 수입이 없는 상태로 어렵게 병원을 다녔다.

노조를 알게 된 피해자가 긴 시간이 흘러서야 산재를 신청했다. 사업주는 노조와 면담을 하고서야 사건을 관할 지자체에 보고했다. 피해자는 노조의 지원을 받아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점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그러자 사업주는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가해자의 유죄판결과 피해자의 산재승인은 기뻐할 일이지만, 사건 과정에서 보인 활동지원기관의 태도는 '비영리 단체' 혹은 '사회적 기업'[3]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끔찍한 수준이었다. 낮은 성 인지 감수성은 물론이거니와 최대한 노동자에게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본가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노조가 정부에 요구하는 대책

우리노조는 장애인이용자의 성폭력 가해 사건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요구한 내용은 △사건 전담인력이 숙지해야 할 매뉴얼 마련 △피해자 유급병가ㆍ상담치료 예산 책정 △지자체에 신고ㆍ상담센터 설치 △사건접수 시 보고의무 강화 △가해(이용)자 교육을 정부가 담당 △가해자에게 동성 활동지원사 파견 등이다.

해당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담인력의 대응이 전문적이지 않다. 전담인력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

또 피해자들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분리 조치만 취해진 채, 수입이 없어 불안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서 유급병가와 상담치료 예산을 정부가 책정해야 한다.

활동지원사들은 가해자가 기관을 옮겨 다니면서 서비스 받고 또 다른 가해를 저지르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한다. 정부에 보고의무를 강화해 정부가 사례를 수집하고 접수된 가해이용자에 대해서 정부가 직접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충격적인 것은 활동지원기관이 가해자로 지목된 장애인이용자에게 또다시 이성 활동지원사를 파견한다는 점이다. 해당사건에서 가해자는 실형을 선고받기 직전까지 이성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았다. 노조가 개입한 다른 사건에서 한 활동지원기관의 장은 또다시 이성을 매칭시킨 것을 항의하는 노조에게 '이성에게 서비스를 받는것도 장애인의 선택권' 이라고 항변했다. 장애인의 선택권은 무한한가. 가해자에게는 동성활동지원사를 파견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피해자가 호소해도 변함없는 정부

사건 피해자는 작년 "나와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복지부를 직접 방문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2023년 새로운 지침이 발간되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어떻게 정부가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원인을 민간위탁과 바우처 제도를 꼽는다. 민간에 사업을 위탁하고 모든 책임을 전가한 채, 정부는 방치할 뿐이다.

우리는 다시 공공성 확보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노동자가 성폭력을 당해도 방치되는 일터는 공공성이 결여된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필연적 결과다.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런 상태로 남아있을수가 없다. 성폭력은 권력과 위계의 문제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직장내 성폭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천시받는 상태로 내버려두는 정부가,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서비스를 만든다. 정부가 책임지고 직접 서비스 제공하라.

 

  1. 우리노조가 2020년에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취합한 바로는 정보부존재 외에 장애인이용자의 성별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경우는 남성 47,591명(60.51%), 여성 31,060(39.49%)명이었다.
  2. 2021년 5월 사회보장정보원 전산자료 기준. 자료출처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3. 장애인활동지원사업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공공ㆍ비영리 법인 및 단체'이거나, 특별한 경우에 한해 '사회적기업'일 경우에 지정받을 수 있다.
2023/03/18 20:26 2023/03/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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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장연과 서울시 구도에서 은폐되는 것

[칼럼] 전장연과 서울시 구도에서 은폐되는 것
http://www.newspoole.kr/news/articleView.html?idxno=10299

전장연과 보수정치인들

얼마 전 2월 2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의 면담이 있었다. 해당 면담에 관해 필자의 SNS에서는 이에 대한 평들이 있었다. SNS 타임라인을 구성한 필자의 편향성 덕분에, 전장연을 옹호하고 서울시를 비판하는 내용 일변도였다. 이 논란 중에 장애인활동지원예산 관련한 글들이 눈에 보였다. 이준석 전 대표가 썰전에서 한 발언,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반복되면서, 나는 이미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문제인식이 은폐되고 노동자를 억압하는 논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고 느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김상한 복지실장의 말을 보자.

이준석: 탈시설 예산을 늘리면 그 돈이 어디로 갑니까? ... 탈시설 추진하는 시민단체나 아니면 사회단체로 가는 것 아닙니까? 집행기관이 거기잖아요. ... 장애인들에게 전달되기까지 그 과정 중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그 돈을 가져가잖아요.

2022년 5월 12일 JTBC썰전 라이브

과연 그게 24시간 활동보조를 붙여서 자립생활하는 것이 정말 장애인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활동보조인력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그 단체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의구심들을 제시하는 의견들이 또 있습니다. 심지어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25% 수수료를 가져가는 그것 때문에 혹시 그 재정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탈시설을 강조하는 거 아니냐 의구심이 있거든요.

서울시 김상한 복지정책실장 발언. 출처: 비마이너, [전문] 전장연-오세훈 단독 공개 대담 녹취록,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563>, 2023.02.02.

이 두 발언을 이어서 풀어보자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25% 수수료를 가져가는 그것 때문에 혹시 그 재정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탈시설을 강조하는 거 아니냐 의구심이 있"고, 그 돈이 "탈시설 추진하는 시민단체나 사회단체로 가는 것"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를 반론하기 위해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와 넓게 진보적 장애인 인권운동의 자장에 있는 사람들은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니고 남는게 없으며 ▲시민사회단체. 즉, 전장연으로 돈이 흘러갈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1]

필자는 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 이념에 동의한다. 노인장기요양분야에서도 지역사회계속거주 이념(Aging in place)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또 김상한 실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과장하듯이 탈시설 예산 전부가 전장연으로 흘러들어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전장연이 단순히 수수료 몇 퍼센트를 먹기 위해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에 반론하여 말하듯 활동지원사업이 수익사업이 아니며, 전장연으로 돈이 전혀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유일한 수익사업 활동지원사업

필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센터는 활동지원사업을 기초지자체로부터 수탁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장연에 소속된 여러 단체들의 회원센터이기도 하다. 나는 한때 활동지원사업 운영위원(활동지원사분)이기도 했고,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교롭게 박 대표는 해당 센터의 운영위원이다.[2]

필자는 센터와 현재 분쟁중에 있다. 당사자로서 체불임금과 관련한 노동청 진정을 제기하였으며 해당 사건은 검사의 기소의견이 법원에 전달되어 있다. 필자가 센터와 싸움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활동지원사를 소외시키고 도구화하는 센터의 행태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센터는 활동지원사들(시간급제 노동자들)의 수당을 삭제하는 취업규칙 개정을 강행하면서 노동자들에게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반영된 것'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서명을 받았다. 운동단체답게 평소에는 장애인과 노동자가 연대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말을 하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정부로 돌렸지만, 노동조합이 투쟁해온 경과는 무시한 채, 정보약자인 노동자들을 기망하며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사업주로서의 법적 권한만을 강조했다.

그렇게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얼마 후에 층이 4개인 건물로 이사를 할 계획을 세웠다. 본인이 입사할 때는 2개의 사무실을 사용하는 작은 센터였다. 노사협의회에서 필자는 공간유지비용이 어떻게 마련되는지를 물었다. 센터는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본인은 공간유지비용이 센터가 수행하는 여러 사업에 의해 합리적으로 배분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활동지원사업과 무관한 사업의 공간이용비용으로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3] 이에 센터장은 타 사업에서는 공간운영비용이 나오지 않으며, 그 비용을 사업별로 분담하라는 주장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항변했다. 센터의 유일한 수익사업은 활동지원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공간뿐만이 아니었다.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으로 전장연 관련 단체 회비가 지출되었다. 제세공과금 명목이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장애해방 열사 단, 박종필추모사업회, 피플퍼스트. 그 수가 많았다. 이 각종 단체들에 대해 활동지원사업과의 관련성을 얼마나 인정해야 할지는 각자의 판단이 있을터이다. 사업을 수탁한 기초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였고, 일부는 사업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이제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는 '시정지시'가 뒤늦게 있었다.

센터가 수탁하고있는 다른 사업분야는 필자도 잘 모른다. 센터가 상세히 설명하지도 않거니와, 센터장이 말하는 대로 믿을뿐이다. 하지만 보조금이라서 전혀 쓸 수 없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활동지원사업이 단순하지는 않다. 센터 운영에 있어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운영위원들은 대부분 전장연 관련인사로 채워져 있다. 특별히 이 센터만을 탓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수년간 여러 종류의 사업체를 보아도 서로서로가 운영위원이 되어주며 적당히 친한 사람들로 자리를 매우는게 이 업계 풍토라면 풍토다.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의 행정능력도 그렇게 꼼꼼하지 않다. 복지부 지침은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순환보직으로 매번 숙지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센터 내부사정을 잘 알기도 힘들고, 민원을 제기해도 시정이 어렵다.

아무리 전장연 깍아내리기에 대한 반론이라고 하지만 민간위탁으로 점철된 한국의 사회복지사업이 투명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거짓말 아닌가. 사회복지분야 회계투명성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수용시설사업을 하는 사회복지법인들의 재정이 투명하다고 믿고 있을까.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의 '일부'는 전장연으로 흘러가는 것이 맞다. 전부 흘러가는것도 아니고 전혀 흘러가지 않는것도 아니고 '일부'는 흘러간다. 그리고 개별행위자들은 그 부스러기 같은 '일부' 때문에 취업규칙을 고치고 노동자들을 기망한다. 한자협 소속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 활동지원사업을 하는 비율은 몇프로나 되는가? 오히려 사업을 수탁하지 않은 자립생활센터를 찾기가 힘들다. 사업을 하지 않는 자립생활센터들도 활동지원사업 수탁을 받고자 안달이다. 이는 활동지원사업을 통해 공간을 마련-유지하고, 자금을 운용할 틈을 만들기 위해서이지 않은가.

최소한의 운영을 위해서건, 공간확보를 위함이건, 회원단체 회비 납부를 위해서건 정부에 의해 수입이 정해진 사업구조에서 활동지원기관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이다. 이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전장연을 위한 반론에서 강조되는 대로 활동지원사업이 '수익사업이 아니다', '남는게 없다'는 식의 주장들이다. 우리노조는 활동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각종 종교재단, 복지관 등에서 활동지원사 노동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이어왔다. 그들이 하는 말도 똑같았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채권포기각서를 요구한 사업장 대표가 하는 말도 '정부지원이 부족하다', '남는게 없다', '어쩔 수 없다'였다.[4] 그리고 정작 사건화되어 검찰이 회계를 요구해 검토하자 그렇게 사정이 나쁘지도 않았다. 전장연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말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억압하는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무책임

탈시설 예산 일부가 전장연으로 흘러들어가는 매커니즘의 바탕에는 결국 시장화된 사회서비스가 있다.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민간위탁 시키면 이윤의 논리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구조를 설정하고 있는 것은 정부이고 지자체이다. 다른 활동지원기관들의 재정이용은 투명한가? 활동지원기관 일반의 재정이 어디로 도는지 알 수는 있는가?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활동지원기관을 성장시킨 비용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활동지원기관이 정말로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지 알고 싶다. 하지만 회계자료 요구는 번번히 거절당하고, 운영사정은 설명들을 수 없다. 중앙정부는 활동지원기관의 회계를 확보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기초지자체는 회계를 입수했다 하더라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한다. 만약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사회단체로 흘러들어가는 일부분 만이라도 진정으로 문제라 여긴다면 활동지원기관의 회계를 투명하게 유지하고 정부가 관리감독을 잘하면 된다. 오해하지말라. 전장연의 회계가 아니라 정부 수탁사업자로서 활동지원기관의 회계 말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민간위탁사업자를 없애고 공공 운영 하여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건 수익이건 정부에게 돌아가도록 하면 된다.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시장화된 사회서비스에 문제인식을 느끼고 사회서비스 공적 전달체계로의 개편을 바라며 오랜세월 투쟁해왔다. 그러한 목소리들의 성과가 사회서비스원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설립 당시 자립생활센터는 "민간기관의 피해"를 걱정하기도 했다.[5]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잘되면,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의 성과는 우리사회가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민간위탁기관과 대비되게 인력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긴급한 상황 긴급하게 인력을 투입할 수 있었다. 직접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노동자들은 소중한 노동으로 격상되었다. "일상의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필수노동자"라고 칭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사회서비스원 전체를 통폐합 하는 기조이고, 서울시로 국한해 보아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축소되고 있다.[6]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제공하던 노원종합재가센터가 폐지되고 성동종합재가센터만 남아 있다. 사회서비스원의 활동지원인력도 줄었다. 놀라운 것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걱정하던 사안을 사회서비스원 대표가 규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7] 오세훈 시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알려진 황정일 대표이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로이 임명한 사람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축소는 공공운영의 축소이고 민간위탁기관이 활동할 시장의 범위를 더 넓어지게 만드는 처사이다. 서울시가 접던 판도 다시 깔아주면서 노름하지 말라하는 모양새다. 오세훈의 서울시는 여러모로 보아도 전장연을 깍아내릴 자격조차 없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하라

활동지원사들은 정부가 예산을 낮게 책정하고, 센터는 정부를 핑계대는 핑퐁게임에 참으로 오랜세월동안 노출되어 왔다. 그 결과는 상시적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언제나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나는 보수정치인들의 전장연 깍아내리기와 그를 방어하는 논쟁의 구도에서 또다시 이 핑퐁게임을 본다. 각자가 그렇게 주장하는 전체적 의도가 왜 없겠는가. 그렇다고 단편적 주장을 무시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남아 누군가를 괴롭힐 것이다. 나는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밖에 없다. 이 방안만이 노동자와 인력공급에 불안을 느끼는 장애인을 위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조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1. 비마이너, [탈시설 팩트체크] 탈시설 예산 늘리면 그 돈은 어디로 갈까?, <https://www.beminor.com/news/curationView.html?idxno=23397>, 2022.05.23.
  2. 2022년 초 해당 센터 총회자료 기준
  3.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안내」에서는 수익금을 활동지원인력 인건비로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4. 해당 사건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사업주의 유죄가 확정됐다. 최초 문제제기 이후 4년이 걸렸다. 관련기사. 에이블뉴스, “활동지원사 임금포기 확인서 서명 강요 유죄”, <http://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514>, 2020.03.16. / 매일노동뉴스, “임금포기각서 요구, 거부한 조합원은 초단시간 노동자로”,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984&fbclid=IwAR3KQ-KWnFsSaIq7D9zkrJXG9foGgtECVNJ0ulxgPTXRIEv_DF4AO1la-oU>, 2021.07.21.
  5. "사실 사회복지가 공공의 영역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가야 하는 방향성은 맞으나, 재가노인요양기관 뿐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기관도 운영의 큰 부분을 바우처 사업으로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민과 관의 경쟁구도로, 민간 기관들이 피해를 볼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_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지원사업 운영위원회 사업평가 발췌, 2019.
  6. 2023년 서울시의 사회서비스원 관련 예산은 69억으로 142억원이 삭감되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유지 자체가 불투명하다. 서울사회서비스원의 노동자 탄압에 대해서는 김호세아, 참여와혁신, "[기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 월급도둑 취급은 부당하다",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97> , 2022.12.22.
  7. 뉴스인오늘, [인터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황정일대표, 여러분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http://www.focus24.co.kr/47715>, 2023.01.16.
2023/02/18 10:53 2023/02/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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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활동지원사 월급 천만 원

http://www.newspoole.kr/news/articleView.html?idxno=10273
[칼럼] 장애인활동지원사 월급 천만 원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돈을 많이 번다”는 발화의 이면

종종 활동지원사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있다. 바로 얼마 전 보건복지부 공무원 면담을 하는데 노조 앞에서 담당 행정사무관이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에게 24시간 서비스하면서 월 800만 원 소득을 얻는 분들은 다른 건 필요 없고 그냥 계속 그런 식으로 근무하길 원한다고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노동조합의 제도 개선 요구를 일축하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발언은 현장에서도 많이 나온다. 연초다 보니 연말정산을 안내하는 전담인력은 활동지원사에게 이렇게 안내했다 한다. “월 천만 원씩 버시는 분들이 센터 여러 개 하시잖아요. 그러니까….” 설명의 요지는 간단하다. 직장이 여러 곳인 노동자는 원천징수 영수증을 사업장별로 각각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을 할 때도 “월 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그 앞에 붙는다.

우리 사회 일반의 노동 인식에는 기대가 없지만, 진보적 장애인 인권운동을 표방하는 이들조차 이런 발언을 쉽게 한다. 노동자들을 지원하면서 경악했던 사건 중 하나는 한 장애인 활동가가 우리 조합원이 일하는 장소에서 활동지원사의 노동을 폄훼해서 벌어진 갈등이었다. 그 활동가는 자신의 발언을 변호하기 위해 “밥 먹고 잠자면서도 돈 버는 거 아니냐”, “천만 원까지 벌 수 있다”, “장애인들이 얼마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준 거냐” 같은 이야기가 ‘장판(장애인 인권 운동판)’에서 농담처럼 나오는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서신을 제출했다.

활동지원사의 수입이 월 천만 원이라는 말은 어떤 맥락 속에 있는 말이다. 연봉으로 치면 1억 2천. 이것은 그저 누군가가 선망하는 직종의 월수입에 대한 사실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다. 그 말의 이면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 같이 별것도 하지 않는 일에서, 밥 먹고 잠을 자면서도 월 천만 원의 수입이 가능하니, 행정사무관의 태도처럼 정부에 감사하고 군소리를 말던가, 장애인 인권운동가의 태도처럼 그 제도 혹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낸 진보적 장애인 인권운동에 감사하며 군소리를 말아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발화자들이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이는 우리 사회 일반에 만연한 젠더화된 노동 혹은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와 멸시를 반영한 발화이다.

장시간노동이 가능한 조건을 만든 이유가 뭔지 물어야

활동지원사 일반이 월평균 천만 원을 버는 직종은 당연히 아니다. 활동지원사의 월 근무시간은 편차가 크다. 일하는 시간만큼 급여가 발생하는 시간급제 노동자이고,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매칭되는 장애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급여의 수준보다도 근무시간의 불안정성이 활동지원사에게는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2020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서 발간한 “장애인활동지원사 노동·인권 실태 결과”에 의하면 설문에 응한 전업 활동지원사 월 근무시간의 최저값은 10시간이고 최대 597시간으로 편차가 심하다. 조사 당시의 전업 활동지원사 월평균 근무시간은 158.31시간이다. 2022년 수가 기준으로 평균 임금을 계산해보면 175만 원에 해당한다.

편차가 큰 근무시간 분포를 생각하면, 하루 24시간을 한 달 내도록 일하면 월 천만 원의 수입도 가능하긴 하다. 이렇게 근무하는 활동지원사들은 하루 24시간의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3개의 활동지원기관에 등록하여 근무해야 한다. 8시간의 근무는 A기관에서 근무한 것으로 기록하고, 다음 8시간은 B기관에서, 그 다음의 8시간은 C기관에서 근무한 것으로 기록하는 식이다.

이런 식의 노동형태가 개인의 차원에서도 제도적 차원에서도 추구할만할 노동형태는 아니다. 실제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조합원들은 결국 몸이 아파서 그런 노동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런 노동형태에 대한 비난을 개별 노동자가 떠맡아야 할 문제일까? 나는 이런 식의 노동형태가 가능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따져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초부터 이런 노동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둔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기관의 공모, 노동자 권리의 소멸

활동지원사가 센터를 여러 개 등록하는 데에는 정부와 활동지원기관의 암묵적 공모가 있다. 제도 법제화 이전에 활동지원사는 1개의 사업장에만 속할 수 있었다. 활동지원사가 수행한 근무는 모두 한 명의 ‘사장님’ 밑에서 이루어진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장을 기준으로 적용되고, 법률상 법정근무시간 8시간을 넘어가는 근무시간은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해야만 한다. 하지만 활동지원제도가 법제화되면서 활동지원사 또한 여러 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었다. 정부의 핑계는 장애인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런 식의 선택권 보장은 장애인이용자들이 기관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현이 가능했다. 이러한 변화의 실체는 노동자의 권리를 찢어 없앨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다.

활동지원기관들은 소속 활동지원사들의 근무시간을 여러 기관으로 찢어 나누기 시작했다. 활동지원사는 같은 장애인 이용자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여러 곳(활동지원기관)의 소속이 되어야만 했다. 결국, 근무시간은 사업장의 개수만큼 나누어져 계산되었고, 노동자가 더 받아야만 할 법정수당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기관들은 이러한 노동시간 찢기를 자신들과 친한 중개기관들끼리 서로 나누며 진행하였고, 그들은 이러한 연계를 통해 월 서비스 총 시간(곧 수익)은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현재에도 활동지원기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센터가 다른 노동자를 파견하면 활동지원사의 장시간노동도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장애인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받기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익숙한 1명의 활동지원사가 계속 서비스해 주기를 바라는 경우들이 있다. 행정사무관도 이런 경우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나는 1명의 활동지원사만을 고집하는 장애인이용자들의 욕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단 1명의 활동지원사가 아프거나 사고로 인해 근무할 수 없게 된다면, 그 활동지원사에게 의존되어 있던 장애인의 삶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립은 의존으로부터의 탈피가 아니라 의존의 선택이자 분산이라고 탈시설 자립생활운동 활동가들은 말한다. 1명의 익숙한 활동지원사가 아니라, 자신이 편안히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여러 명의 활동지원사가 확보되는 것이 장애인 삶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활동지원사의 건강권 측면에서도 올바르다. 다른 활동지원사가 와서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장애인이용자는 그 단 1명의 활동지원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장애인이 1명의 활동지원사가 계속 서비스를 제공해 주길 바라는 이면에는 장애인 이용자가 바라는 최소 수준의 서비스 정도를 보장할 수 없는 활동지원서비스의 불안정성, 교육시스템의 부재가 바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들의 경우 다른 활동지원사들은 엄두 낼 수 없는 압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장차를 구매하여 장애인에게 차량서비스를 제공하거나(운수사업법 위반), 석션(의료법 위반)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장애인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대체불가능한 지위에 있는 활동지원사는 장시간노동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경우들도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과 일상적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현실이 바탕하는 것이다.

종합해 보자면 인력을 구할 수 없는 장애인의 필요와 법정수당 지급을 회피하고자 하는 활동지원기관의 이해, 생활에 필요한 임금을 충당하고자 장시간노동을 선택하는 노동자의 결정, 거기에 인력수급 안정성 확보와 교육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 속에서 월 천만 원 수익의 활동지원사가 가능하게 된다. 이 천만 원의 수익도 사실은 노동자로서는 삭제된 권리의 결과물이다. 장시간노동을 하고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노동자의 선택은 이 전체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까.

이러한 조건들을 무시한 채 돈을 많이 버니까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식의 발화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정부와 행정관료가 이런 식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정말 그것이 문제라면 여타의 정부 일자리 사업처럼 노동자는 1개의 일자리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 된다. 하지만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어떤 난리가 날지 눈에 뻔하기 때문이다.

노동혐오 장애혐오

하는 일 없이 돈을 번다는 인식의 매개에는 심야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끼어있다. 사람이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할 수는 없으며, 장애인이 잠자는 동안에 일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번다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정부나 사회보장정보원 부정수급 방지 교육자료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사회보장정보원 교육자료에는 사회서비스 사업별 주요 이상 결제 유형으로 모든 서비스에서 심야결제를 꼽고 있다. 밤에 서비스한다고 보고하는 노동자는 부정수급 의혹을 받고 이와 함께 밤에 서비스 받는 장애인은 상시로 부정수급 의혹을 받으며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된다. 복지 수급권이 권리가 아니라 낙인이 되는 데에는 이런 논리들이 작동한다.

달리 말하면 ‘장애인이 잠을 자는데 일을 할 리가 없잖아’는 ‘잠자는 시간에 서비스 받을 리가 없잖아’와 한 쌍의 인식이다. 이를 보면서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인식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의 연결고리를 본다. “유전병자 한 명이 60살까지 살기 위해 평균 5만 마르크의 비용이 듭니다.”라는 나치의 발화와 장애인 권리 예산을 깎아내리는 정부의 인식이 다르지 않다고 장애인 인권운동은 말한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1년 버는 돈이 1억 2천입니다”라는 발화는 장애인에게 투여되는 국가 예산이 그를 웃돈다는 것을 함의하기도 한다.

활동지원사노동자와 장애인당사자가 이런 논리에 동조해야 할까? 일반적-통계적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적절한 인식은 아니다. 예산 논리에 매몰된 정부 관료가 이런 발언을 하면 차라리 규탄을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농담으로 한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들다. 이런 이야기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라.

2023/01/17 17:14 2023/01/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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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활동지원사 수급 문제, 왜 활동지원사에게는 묻지 않을까?

http://www.newspoole.kr/news/articleView.html?idxno=10154
[칼럼] 활동지원사 수급 문제, 왜 활동지원사에게는 묻지 않을까?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으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활동지원인력의 수급 불안정이다. 장애인 부모와 장애인이용자들은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어 괴롭다고 말한다. 이 정도 주장에 그치면 고충을 느끼는 당사자로서 느끼는 바를 말하고 정부에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다른 제도적 주장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 가족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내용이거나, 용처를 제한한 바우처 대신에 현금으로 달라는 개인예산제와 관련된 주장이 이어진다.

가족 활동지원 허용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개인예산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결론적으로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현금’을 달라는 주장으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매칭이 되지 않는 장애인을 둔 가족은, 내가 장애인을 돌보니 활동지원사와 동일하게 임금을 받도록 해달라거나 자신만이 장애인 자녀를 돌볼 수 있으니 나에게 임금을 달라고 주장한다. 매칭이 안 되는 장애인 당사자는 바우처를 현금화하여 자신에게 주면 필요한 곳에 더 지혜롭게 쓸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주제에 있어서는 그 주장이 오래된 만큼이나 비판도 오래되었다. 그래서 여기서 중언부언 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그러한 논의와 별개로 해당 장애인이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를 왜 장애인에게서 답을 구하는지는 항상 의문스럽다. 최근 MZ[1]가 퇴사를 해서 기업들이 속이 탄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이런 문제의 해법을 사장님께 여쭈면 나오는 답은 뻔하다. 그러니까 나에게 ‘가족 활동지원 허용’과 ‘개인예산제’같은 해법은 사장님들이 말하는 ‘요즘 젊은것들의 근성을 키우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과 꼭 같은 느낌이다. MZ가 퇴사하는 이유는 MZ에게 물어봐야 한다. 활동지원사를 못 구하는 이유는? 활동지원사들이 왜 안 가는지를 물어야 한다.

현장에서 활동지원사를 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매칭이 되지 않는다고 소문난 장애인 이용자들을 몇 알고 있다. 실제로 긴급하게 투입이 되어 본 적도 있고, 아는 사람이 문제의 장애인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통스러움을 토로한 적도 있다. 좀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람들이 안 가는 데에는 안 갈만한 이유가 있다. 장애인 개인의 행동이 문제인 경우도 있고, 그의 물적 인적 환경이 문제인 경우도 있고, 안타깝게도 제도의 한계 때문인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해법은 활동지원사 입장에서 기피되는 원인에 대한 제거가 있어야 매칭이 원활히 이루어진다.

일부 관계자들은 활동지원사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또는 주변의 활동지원사를 보아도, 바우처 시간이 넉넉한 장애인이용자를 활동지원사들이 선호한다. 시간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국가가 시행하는 종합조사 검사표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는 뜻이고 달리 말하면 시간이 많은 장애인이용자는 국가가 공인한 중증장애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구는 중증장애인을 기피한다고 말하고, 누구는 중증장애인일수록 좋다고 말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나는 이러한 괴리가 장애를 보는 관점의 충돌로 읽힌다. 장애인인권운동은 오랜 시간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저항해왔다. 그리고 여전히 국가가 설계한 종합조사 검사표 질문에는 능력과 기능을 집중적으로 묻는 질문들이 즐비하다. 활동지원사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장애관은 의료적 모델인 경우도 있고 사회적 모델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장애에 대한 급부적 모델이라고 할만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 시각에서는 국가가 정한 15개의 장애유형 따위는 상관없고, 장애가 사회적으로 어떤 차별을 받는지도 무관심하며, 그저 노동자 자신이 어떤 급부를 얼마나 많이 제공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노동자 입장에서 최고의 직장은 일은 쉬우면서 임금을 많이 주고 사회적 인정도 받는 직장이다. 활동지원사들은 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너무 안되거나 돈에 비해서 힘든 장애인이용자를 기피한다. 기피되는 중증장애인이란 국가가 충분히 인정한 중증장애인은 아니며, 한편으로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서비스하기 힘든 어떤 업무가 있는 장애인이용자이다. 그리고 그 극단적 대척점에는 국가는 너무나도 인정해서 많은 시간은 부여되었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별일을 시키지 않는 소위 좋은 이용자들이 있다.

나는 각 관점들의 의견에 대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반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장애인이용자 개개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사회적 의미에서 그러한 욕구가 권리로 인정되어야 할지 판단 후 보장하며,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노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려가 되어야 한다. 의료적 모델은 장애인들을 줄 세워 선별하여 예산을 아끼기 쉽기에 정부에 의해 선호될 뿐이고, 사회적 모델은 장애인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판단되어 장애인권운동에서 선호될 뿐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욕구가 충분히 반영되고 과도한 예산이 투입된다고 할지라도 누군가는 선호되고 누군가는 기피되는 현상을 피할 수는 없다. 결국은 노동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만 한다. 노동강도를 평등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여러 시도들이 고민되어야만 한다.


  1. MZ 세대(MZ Generation).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용어이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사람에 해당한다.
2022/12/14 17:12 2022/12/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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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센터가 고지하는 내용

#진보적_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_장애인활동지원사_노동자를_개무시하네

요즘은 A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이용자와 활동지원사를 잡기로 작정을 했나봅니다. 자신들의 입장은 있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기는 치지 말아야죠.

#민주노총 #민주노조 활동가 동지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의 A센터가 장애인활동지원사 노동자들에게 하는 이런 행동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A센터가 고지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
A장애인자립생활센터 근로원칙 준수 관련 안내사항

현재 정부는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연장 및 휴일근로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A센터는 정부 지침에 따라 다음과 같이 근로원칙을 적용하고자 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시기 : 2022년 9월 1일(목)부터 적용
- 내용 :
① 일일 근로시간 8시간 이하로 근무
② 월 근로시간 174시간 이하로 근무
③ 심야 및 휴일근무는 총 근로시간 대비 50% 미만으로 근무

- 근무 관련 관리방법 :
매일의 결제내역 확인 예정으로 근로원칙 적용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시, 담당 코디네이터가 해당 활동지원사에게 준수 요청을 드릴 예정.
A센터의 이용자와 활동지원사께서는 근로원칙 준수를 위하여 안내드린 원칙 사항을 꼭! 준수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다수의 활동지원사들에 의하면 이렇게 고지하고는 다른 사업장을 소개시켜준다고 하네요. 같은일을 하면서도 여러 사업장 소속의 노동자여서 권리가 찢기는 현상. 어디서 많이 보던 일 아닌가요?

거기에 정부가 그랬다는 거짓말을 하면 다 믿을 줄 아나봅니다.

어느 활동지원사분께서 질문하셔서 관할 근로감독관 연락처를 알려드렸습니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은 안하는게 좋겠죠. 장애인 인권운동하는 단체라고 철떡같이 믿었는데 거짓말한게 들통나면 신뢰도가 깍여요.

A센터 코디네이터분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이런 조치를 취한다고 저에게 설명하더군요. 리스크는 다른게 리스크가 아닙니다. 노동자들에게 의심받을짓을 하는것이 리스크지요. 대화를 하고 설명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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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4 01:04 2022/09/1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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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소속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진보적_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_장애인활동지원사_노동자를_개무시하네

사안이 길어지려나봐요. 하고싶은 말도 자꾸 생기고요.

앞으로 관련 글은 이 해쉬태그 계속 붙이려고요.

사건 정리 페이지: https://dqlog.github.io/20220807192936242/

---

어제는 제가 근무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8월부터는 ▲1일 8시간이상 근무를 못하고 ▲월174시간 이상 근무를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답니다. 양해를 해달라네요. 거기에 더해서 ▲월 총 근무시간 중 50% 이상을 주간근무로 배치하라고 하네요.

왜 그러냐 그러니,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주 연장근무가 12시간까지 가능하게 되어있지 않냐고 물으니 대답을 못합니다. 취업규칙 개정할때도 근로기준법 바뀌어서 그에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하더니, 또 근로기준법을 들먹입니다. 근로기준법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들 방침을 정당화 하기위한 마법의 단어로 씁니다.

연장근무수당을 주기가 힘들어서 라고 대답을 하길래, 그러면 이렇게 바꾸는데 여태껏 안준 연장근무수당은 주냐고 물으니 그건 또 대답을 못합니다. 자기네들 수익 남기려고 법 팔아먹고, 노동자 권리 보장하라는 법은 지키질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때문에 연장근무수당을 줄 수 없다 하길래 수익남긴거 다 나와있지 않냐. 총회 공개자료에 1억 4천이던데 이렇게 말하니 또 답을 못합니다. 수익을 남겨도 활동지원사들에게 인건비로 줄 돈은 없다는 말이겠지요. 최저임금기준에 법정수당이 고작인데도요.

이런 사람들이 #장애인노동권 외치고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 외치고 공공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습니다. 노동권이란건 사업주 입장에서보면, 노동자에대한 사업주의 보호의무 아닌가요. 자기들이 사업주로 하는 짓을 생각해도 노동권을 주장할 수 있는건지 의아합니다.

양보해서 연장근무수당은 못줄 정도라고 쳐도, 주간 근무를 월 근무시간의 50%이상으로 배치하는건 무슨 이유가 있냐고 물으니 이것도 수익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복지부 야간,휴일 수가는 수가(1만4800원)의 150% 이고, 저희에게 지급하는건 최저임금(9160원)의 150%인데, 기관 입장에서 사실 야간과 휴일이 더욱 남는 장사입니다. 그런데도 어디서 뭘 잘못듣고 왔는지 이렇게 정했답니다. 야간,휴일에 수가대비 150% 지급받는지 모르는 노무사들이 야간과 휴일에는 근무하면 수당 더 줘야 한다는 말을 할 수는 있는데, 이건 정말 활동지원제도를 모르고 하는 말이지요.

그리고 설사 수익성이라는게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운영하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장애인중에는 야간에 서비스를 받는것이 더욱 중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간에 앉아서는 휠체어에서 어느정도 생활할 수는 있지만 야간의 체위변경이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활동지원시간은 부족하고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야간에만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장애인들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야간과 휴일 서비스에 대해서 부정수급아니냐 의심하면, 비장애인은 야간 휴일에 화장실도 안가냐며 따지던 사람들이 정작 센터 아니었었나요. 이제 센터 수익 앞에서 #장애인자기결정권 무시하고, 생존권이라 외치던 #활동지원서비스 를 운영방침이라며 권리를 제한합니다. #돈만_아는_저질 이 지금 누구입니까. 기획재정부장관이요? 윤석열이요? 당신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도라는게 있습니다. 부끄럽지도 않은가요.

이렇게 운영방침 바꾼건 누가 논의해서 정했냐 물으니, 대표 사무국장단 팀장단 활동지원팀 간담회를 통해서 정했다고 하네요. 왜 정작 적용되는 활동지원사들은 빼놓고 간담회를 하냐, 활동지원사들 모아서 간담회 열어달라 하자 말을 못합니다. #LeaveNoOneBehind #누구도배제되지않는세상 외치면서도 활동지원사 노동자 당사자는 배제하는 이 센터를 어찌해야할까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진보적장애인인권운동 활동가여도 사업주가 되면 어쩔수가 없나봅니다.

오. 소장님 소장님 우리 소장님. 

노동자들과 대화해 주세요. 당사자를 배제하지 말아주세요. 

법정수당 안주려는 온갖꼼수 법 들먹이며 조치하지 마시고, 정말로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 준수 좀 해주세요.

고용노동부에서 지급명령한 체불임금 지금이라도 빨리 지급하시고요. 저한테 덜 준 체불임금도 빨리 주세요.

일자리 짤릴까봐 겁나서 노동청 방문은 꿈도 못꾸는 여러 활동지원사들에게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시고 체불임금 지급하세요.

보건복지부 핑계 그만 대셔요. 진짜 구조적으로 문제가 그렇게나 많으면 사업기관을 반납하시던가.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소송을 해보던가. 진짜 문제가 정부면 정부한테 책임을 물어보세요. 약한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지 마시구요. 비겁한거 아닙니까.

2022/07/28 22:24 2022/07/2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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