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 in | 잡기장
- Post at | 2008/09/26 16:46 | by
Victor Wooten - U can't hold no groove
이런건 바라지도 않아
왜냐하면..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
아니면 거짓으로 가득찬 인생이라서??
ㅎㅎ
부지런히 포스팅이란걸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글 한줄을 쓰기 위해 지우고 쓰고를 몇번이고 반복하는 나로선..
다다르기 힘든 경지..ㅎ
나도 쫌 잘 해 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삶에 대해, 타인에 대해 진지하지 못한 나로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라는 결론이...
ㅎㅎ
그래서 머... 그렇다는 이야기...
오늘, 아니 어제군 촛불집회 공연을 갔다.
1부 행사가 끝나고 시위대가 행진을 마치고 다시 문화제가 시작된지 얼마 안되서
콘솔 옆 상황실 천막 앞에서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그때는 그저 지나가던 시민중에 한나라틱한 누군가가 와서 한마디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다시 돌아보니 일군의 사람들이
상황실 테이블을 걷어차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를 만류하던 한 여성을 소란을 피우던 사람이 폭행하는 일까지 생겼다.
처음엔 그저 늘상 있는 그런 충돌이겠거니 생각하다가 문득 얼마전 HID 녀석들이 진보신당을
뒤엎은 일이 떠올라 나도 그쪽으로 뛰어가 보았다.
처음에는 촛불집회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의 난동 정도로 생각 했었는대...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반대였다.
난동을 부린 사람들의 말은 그런 것이었다.
원래 행진중에 연좌하고 경찰에 맞서 싸우기로 대책위 쪽에서 약속을 했었는대
약속을 어기고 행진대열을 그대로 진행시켜 들어왔다는 것이다.
싸워도 모자랄 판에 수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결국 한다는게 노래나 부르고 노는게
맞느냐는 것이다.
머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이를 말리는 상황실 사람에게 폭행을 가한 것은 분명 옳지 않은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의 말이 맞는 구석도 있다.
싸움이 필요이상 격해지던 시기에 종교인들이 나서 어느정도 진정을 시키고 다시 시청앞에
싸움의 거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었다.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로 결국 더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촛불집회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란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폭력'이란 기조를 앞세운 종교인들의 개입이 문제의 본질을 흐려버렸다는 것이다.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 대중들로 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아주 고전적인 탄압의 수법이다.
아무리 정당한 요구를 한다해도 폭력을 앞세운다면 어떤 요구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식이다.
이런 논리는 생각보다 잘 먹혀들고 사실 지금의 '비폭력' 기조라는 것도 크게 볼 때 이런식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결국 '국가'에 대항하는 국민의 모든 저항을 불법화하는 족쇄가
될 뿐이다.
경찰과 군대라는 '합법적폭력기구'와 의회라는 '합법적의결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국가-지배권력-와
가진 것은 몸뚱이 뿐인 민중들의 싸움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의 기조를 유지한채 천만명이 모인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천만명이 모여서 촛불을 들고 앉아 그저 노래만 부른다면 이미 국가기구들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권력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폴리스라인을 준수하고 밤12전엔 돌아가고 스스로 '통제'의 선을 만들어 움직이고 있는
천만명은 그저 '많은사람들'일 뿐이다.
청와대로 행진하지 않는 천만명이야 솔직히 촛불집회에 군대를 투입하라고 서울광장에 집결하는
수구보수우익꼴통들 만큼이나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610을 전후로 정부가 촛불집회를 보며 긴장했던 이유는 단지 사람이 많이 모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청와대로 가는 길목을 가로 막고 있는 전경차를 넘어서려 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명박산성을 넘고 물대포에 맞서길 두려워 하지 않았기에 무서웠던 것이다.
현재 상황의 핵심은 폭력이냐 비폭력이냐가 아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싸울 것이냐는 싸움의 여러가지 상황들과 싸움에 나선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문제일 뿐이다.
사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선거'와 '청원'이 아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다.
'비폭력'을 전제로 싸우고자 했다면 촛불 따위는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고시 발표 이후 패배감에 흩어지는 사람들, 시청앞 천막들을 걷어내는 정권의 물리적 탄압,
조중동을 앞에운 꼴통보수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 종교인들이 나선 것은 분명
촛불집회를 다시 살려내는 소중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종교인들이 앞세운 '비폭력'의 논리는 광장의 경험을 통해 무르익어 가던 창조적인
정치들을 숨죽이게 했고 지배권력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행진은 서울유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전엔 경찰이 행사하는 폭력의 정당성을 의심치 않았던 사람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그 정당성에
대한 회의를 갖기 시작했었으나 '비폭력'이란 의제는 이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놓고 말았다.
(결국 시위를 이끄는 사람들 스스로 경찰 폭력의 정당성을 인정해 버렸다고나 할까)
사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가 스스로 사그라들때까지 버틸만 할 것이다.
촛불집회가 5년 내내 계속될지도 모르겠다는 홍준표의 말은 바꾸어 말하면 촛불집회 정도야
5년 내내 계속되어도 정권을 흔들지는 못 할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이다.
축제와 놀이가 곧 정치이고 투쟁이고 싸움이란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서글프지만
정부와 언론의 교묘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사로잡혀 스스로 싸우기를 포기하는 사람들 역시
서글프다.
